모스크바에서 시작된 연료 불안, 러시아 전국으로 번지다
6월 중순 모스크바 정유공장이 잇따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수도권의 연료 공급 불안이 부각됐다. 그러나 이 문제는 모스크바만의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이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연료 판매 제한과 가격 상승은 이미 러시아 전역으로 확산됐다. 집계에 따라 그 범위는 25개 이상에서 50개 이상 지역까지 폭이 넓다. 당국은 "공급은 안정적"이라고 반복하지만, 수출 금지 연장과 사상 처음의 휘발유 해상 수입 같은 대응은 압박의 강도를 보여준다.
모스크바: 위기의 상징이 된 수도
6월 16일과 18일 가즈프롬 네프트가 운영하는 모스크바 정유공장(MNPZ)이 이틀 간격으로 드론 공격을 받았다. 모스크바 남동부 카포트냐에 있는 이 시설은 크렘린에서 약 15㎞ 떨어져 있고, 수도 휘발유 공급의 약 40%를 담당한다. The Moscow Times가 Reuters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6월 16일 공격은 정유능력의 약 53%를 차지하는 1차 증류설비를, 18일 공격은 나머지 47%를 담당하는 신형 Euro+ 설비를 손상시켰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선임연구원 세르게이 바쿨렌코(Sergey Vakulenko)는 6월 16일 공격으로 이 정유공장이 가동을 멈췄다고 분석했다.
수도의 정유시설이 직접 타격받은 사건은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러시아 당국은 그동안 전쟁을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전선의 일"로 설명해 왔으나, 모스크바 상공에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은 그 서사를 흔들었다. 다만 CBC에 따르면 인구 1,300만 명의 모스크바 자체는 아직 다른 지역만큼 심각한 연료 부족을 겪지는 않고 있다.
전국으로 번진 배급과 판매 제한
연료 불안의 진앙은 오히려 모스크바 밖이다. The Moscow Times와 OilPrice 등에 따르면 휘발유 판매 제한은 전국으로 확산돼, 소매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유소 네트워크가 구매 한도를 도입했다. 러시아 내 주유소 네 곳 중 한 곳이 사재기를 막기 위해 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매체의 집계는 범위를 더 넓게 잡는다. The Moscow Times 러시아어판이 인용한 경제매체 The Bell의 평가에 따르면, 승용차 대상 연료 판매 제한은 이미 53개 지역과 점령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8개 지역은 1회 50리터 또는 가득 한 통으로 판매를 묶었다. 또 다른 11개 지역에서는 공식 리터 제한은 없으나 상당수 주유소에서 부족이 확인됐다.
지역별 양상은 차이가 크다. 가장 심한 곳은 우크라이나가 보급로를 집중 타격한 점령지 크림반도다. 크림 최대 도시 세바스토폴에서는 차량 한 대당 휘발유 20리터 제한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주유소는 바우처(쿠폰) 제도를 도입했다. 노바야 가제타 유럽판에 따르면 점령지 크림에서는 AI-95가 쿠폰으로만 판매되고 AI-92는 1회 20리터로 제한됐으며, 루간스크주 점령지에서도 휘발유·디젤이 1인당 20리터로 묶였다. 러시아 본토에서도 카스피해 연안 다게스탄을 비롯해 시베리아 2개 지역에서 당국이 연료 부족을 공식 확인했고, 랴잔주에서는 5월 말 로스네프트 정유소 피격 이후 AI-92·AI-95 부족 신고가 잇따랐다.
독립연료연합(NTS)의 파벨 바제노프(Pavel Bazhenov) 회장은 고옥탄가 휘발유 부족으로 일부 주유소가 일시 영업을 멈추고 있으며, 문제는 중부 러시아, 남부, 볼가 지역, 극동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즈베스티야·비즈니스 가제타). 러시아연료연합(RTS) 회원이자 주유소 체인 GP Vympel의 운영파트너 예카테리나 사브키나(Ekaterina Savkina)는 "정유소에서 몇 주째 출하를 받지 못하는 주유소가 늘고 있다"며, 정제·저장 시설이 없어 거래소에서 휘발유를 사야 하는 독립 주유소가 특히 큰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에서도 일부 주유소 체인이 차량당 60~150리터 한도를 적용했는데, 이는 승용차 연료탱크 용량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부족보다는 사재기 방지 성격이 강하다.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부 주유소에서도 판매 제한이 나타났다. 즉 위기는 수도가 아니라 보급망의 가장자리, 그리고 대형 수직계열 석유회사의 자체 망에서 밀려난 독립 주유소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현장 상황은 지역에 따라 더 심각하다. RFE/RL이 전한 영상에서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다르의 한 루코일 주유소는 디젤과 전 등급 휘발유 가격판이 모두 빈칸이었고, 한 여성은 "크라스노다르에는 기름이 없다, 이 나라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냐"고 말했다. 1,000㎞ 넘게 떨어진 타타르스탄의 운전자도 "늘 그렇듯 계기판 바늘이 바닥인데 기름이 없어 공황 상태"라고 호소했다. 점령지 도네츠크에서는 6월 16일 주유소 앞에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많은 주유소가 사재기를 막기 위해 연료를 통(canister)에 담는 것을 금지했고, 판매가 가능할 때도 1회 20리터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1년에 걸친 정유시설 타격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정유시설 공격이다. Financial Times 등에 따르면 2025년 8월 이후 러시아의 38개 정유소 가운데 16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일부는 여러 차례 피격됐다. 2026년 들어 공격 대상 정유소는 이전보다 두 배로 늘었다. 그 결과 러시아의 원유 정제량은 6월 초 하루 400만 배럴 아래로 떨어져 2005년 이후 21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 차질은 제품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전쟁 전 러시아는 국내 소비의 두 배에 이르는 디젤을 생산해 수출했기 때문에, 정유시설 타격에도 디젤은 국내 수급에 큰 차질이 없다. 문제는 휘발유다. 전쟁 전에도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은 국내 수요를 겨우 충당하는 수준이었고, 2011년·2018년·2021년·2023년에도 여름철 지역별 휘발유 부족이 반복됐다. 이번에는 정유시설 타격이 그 구조적 취약성을 키웠다.
도매가격은 이미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상품거래소(SPIMEX) 자료를 인용한 The Moscow Times 러시아어판에 따르면 연초 이후 AI-92 휘발유 도매가는 30%, AI-95는 33%, 디젤은 40% 올라 톤당 약 7만 5,900루블(한화 약 146만 원)에 이르렀다. 도매가가 소매가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자체 정제·저장 시설 없이 거래소에서 연료를 사야 하는 독립 주유소는 적자를 감수하며 팔거나 영업을 멈추는 처지에 놓였다.
당국의 대응과 공식 입장
러시아 정부는 한편으로 "정상 공급"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잇따른 통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알렉산드르 드로즈덴코(Alexander Drozdenko) 레닌그라드주 주지사는 "공급은 계획대로 이뤄지고 있으며 부족은 없다"며 일부 불만은 "전체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Bloomberg). 러시아 에너지부도 국내 휘발유 시장 공급이 "안정적이고 통제되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치는 수급 압박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휘발유 수출 금지를 7월 31일까지 유지하고 있고, 항공유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수출이 금지됐다. 알렉산드르 노바크(Alexander Novak) 부총리는 가까운 시일에 휘발유 수출 금지를 연말까지 연장하고, 비생산자의 디젤 수출 금지도 연말까지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노바크 부총리는 일부 정유소가 "계획에 없던 수리"에 들어갔다는 표현으로 가동 중단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정부는 또 휘발유 재고 고갈 속도를 늦추기 위해 환경 기준을 낮춘 저품질 연료의 생산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가장 이례적인 조치는 수입이다. The Moscow Times와 Reuters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 서부 항구를 통해 아시아에서 해상으로 휘발유를 수입할 예정이다. 평소 대량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던 나라가 휘발유를 수입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과거에는 벨라루스에서 들여오거나 카자흐스탄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두 나라 모두 현재 러시아의 위기 규모를 메울 여유가 없다는 것이 The Moscow Times의 설명이다.
재정과 수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
연료 위기는 러시아 재정과 수출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러시아는 정유시설 가동률이 떨어지자 국내 시장에 더 많은 원유를 돌리기 위해 원유 수출 자체를 줄이고 있다. Reuters 계산에 따르면 프리모르스크·우스트루가·노보로시스크 등 서부 항구의 수출량은 5월 하루 250만 배럴에서 6월 약 170만 배럴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익 구조도 불리해진다. 러시아는 그동안 정제 마진이 큰 디젤·항공유·휘발유를 수출해 왔지만, 정유능력이 손상되면서 부가가치가 낮은 원유 수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로 인한 일시적 고유가가 3~4월 수출 수익을 끌어올렸으나, 미국-이란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되고 유가가 내리면 그 효과는 사라지는 반면 정제 마진 손실은 남는다. 전쟁감시연구소(ISW)는 정유시설 수리 비용과 에너지 기업 보조금 증가가 고유가 이익을 상쇄해, 4월 한 달에만 크렘린이 약 47억 달러(한화 약 7조 원)의 손실을 봤다고 추정했다.
연료 가격을 억누르는 보조금 부담도 크다. 네크라소프에 따르면 러시아의 연료 보조금 정책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2조 6,000억 루블(약 354억 달러, 한화 약 52조 원)이 들어 연방예산 적자의 절반에 해당했다. 이 보조금 덕분에 전쟁 이후 누적 물가가 약 42% 오르는 동안 휘발유 가격 상승은 36~37%로 억제됐고, 2026년 이란 분쟁 이후에도 러시아 휘발유 가격은 5% 미만 올라 미국(35~40%)이나 유럽연합(10~20%)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그러나 이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결과여서, 위기가 길어질수록 예산 압박이 커진다.
전문가 전망: "관리 가능하나 선택지는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를 즉각적 붕괴보다 누적되는 압박으로 본다. 러시아 경제분석가 드미트리 네크라소프(Dmitry Nekrasov)는 The Moscow Times 기고에서, 연료 부족이 주로 전선에서 250㎞ 이내 지역(크림과 점령지)의 물류 교란에서 비롯됐으며 전국 차원에서는 상황이 덜 극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5년 조사에서 배급을 겪은 러시아인이 6%에 그쳤고, 그중 절반이 점령지 크림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2026년 휘발유 생산이 2025년보다 약 1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부족은 매년 여름 조금씩 심해지고 더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핵심은 속도다. 네크라소프는 위기가 여름마다 악화하다 소비가 줄어드는 가을에 안정되는 양상이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봤다. 정유시설 타격은 러시아 경제와 전쟁 수행의 기반을 직접 겨냥하고 수리·방어·물류에 자원을 돌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압박과도 다르지만, 그 효과가 쌓이는 속도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러시아 금융가에서도 경고가 나온다. 투자회사 피남(Finam)의 전략가 야로슬라프 카바코프(Yaroslav Kabakov)는 The Moscow Times 러시아어판에 "러시아에 본격적인 연료 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계절 수요 정점이 보통 8~9월인데 부족 신호가 이미 6월에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황이 안정되지 않으면 연료가 하반기 인플레이션의 핵심 동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는 6월 19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가 휘발유 가격 상승을 소폭 금리 인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은 것과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을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경제 압박 수단으로 규정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유시설 타격을 "장거리 제재(long-range sanctions)"라고 부르며, 6월 18일 모스크바 정유공장 타격 직후에는 러시아 국민에게 "정신을 차리고 당신들의 지도자를 압박하라"고 촉구했다. 모스크바의 검은 연기가 상징적 장면이라면, 진짜 시험대는 전국의 주유소와 다가오는 여름이다.
출처
- The Moscow Times, "Antitrust Service Investigating Moscow Gas Stations for Possible Price Gouging", 2026.06.19., https://www.themoscowtimes.com/2026/06/19/antitrust-service-investigating-moscow-gas-stations-for-possible-price-gouging-a93054
- The Moscow Times, "Russia's Fuel Shortages Are Manageable. But the Kremlin's Options Are Shrinking." (Dmitry Nekrasov), 2026.06.18., https://www.themoscowtimes.com/2026/06/18/russias-fuel-shortages-are-manageable-but-the-kremlins-options-are-shrinking-a93046
- The Moscow Times, "Gas Stations in Moscow and Northern Russia Introduce Fuel Rationing", 2026.06.03., https://www.themoscowtimes.com/2026/06/03/gas-stations-in-moscow-and-northern-russia-introduce-fuel-rationing-a92911
- Reuters / RBC-Ukraine, "Fuel crisis forces Russia to import gasoline", 2026.06., https://newsukraine.rbc.ua/news/fuel-crisis-forces-russia-to-import-gasoline-1781713876.html
- OilPrice.com, "Russian Governors Rush to Deny Fuel Crisis as Rationing Spreads", 2026.06., https://oilprice.com/Latest-Energy-News/World-News/Russian-Governors-Rush-to-Deny-Fuel-Crisis-as-Rationing-Spreads.html
- CBC News, "Ukraine keeps striking Russian refineries and supply routes. How close is the country to an energy crisis?", 2026.06.19., https://www.cbc.ca/news/world/russia-ukraine-energy-9.7139109
-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It's Come To This': Gas Shortages Hit Russia As Ukraine Hits Refineries", 2026.06.21., https://www.rferl.org/a/russia-gasoline-fuel-crisis-refinery-attacks-ukraine/33784529.html
- Euronews, "Kremlin bans petrol exports amid Ukraine's strikes on Russia's oil sector" (Pavel Bazhenov, NTS), 2025.09.26., https://www.euronews.com/2025/09/26/kremlin-bans-petrol-exports-until-2026-amid-ukraines-strikes-on-russias-oil-sector
- The Moscow Times, "Russia Moves to Extend Gasoline Export Ban" (Alexander Novak), 2026., https://www.themoscowtimes.com/2025/09/25/russia-moves-to-extend-gasoline-export-ban-until-2026-as-shortages-show-no-sign-of-letting-up-a90619
- Kyiv Post, "Russia Imposes Jet Fuel Export Ban Amid Supply Strain" (ISW 추정), 2026.06., https://www.kyivpost.com/post/77277
- The Moscow Times (러시아어판), "Дефицит бензина охватил больше 50 регионов России" (The Bell 53개 지역·SPIMEX 가격·Finam 카바코프), 2026.06.16., https://ru.themoscowtimes.com/2026/06/16/defitsit-benzina-ohvatil-bolshe-50-regionov-rossii-a198333
- Kommersant, "Ограничения продажи топлива в Москве и регионах России", 2026.06., https://www.kommersant.ru/doc/8738230
- Business Gazeta, "«Известия»: В России усилился топливный кризис" (НТС 바제노프·RTS 사브키나), 2026., https://m.business-gazeta.ru/news/682427
- Novaya Gazeta Europe (via NV), "Дефицит топлива в России — ограничения на продажу в 15 регионах и оккупированных территориях", 2026.06., https://nv.ua/world/countries/deficit-topliva-v-rossii-ogranicheniya-na-prodazhu-v-15-regionah-i-okkupirovannyh-territoriyah-506134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