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신헌법 7월 1일 발효…단원제 전환과 대통령 권한을 둘러싼 평가
2026년 7월 1일 카자흐스탄의 새 헌법이 발효된다. 3월 15일 국민투표로 채택된 이 헌법은 1995년 헌법의 약 84%를 새로 쓴 전면 개정으로, 양원제 의회를 단원제로 바꾸고 부통령직을 부활하는 등 국가 제도를 크게 재편한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Kassym-Jomart Tok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3월 17일 헌법에 서명하고 이행을 위한 대통령령 제1206호를 공포했다.
미국 의회도서관(Library of Congress) 법률정보 자료에 따르면 새 헌법은 전문(preamble)과 11개 장, 96개 조로 구성된다. 카자흐스탄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에 앞서 2월 12일 헌법 초안을 공개했고, 중앙국민투표위원회 공식 집계 기준 찬성 87.15%(795만4,667표), 투표율 73.12%로 가결됐다. 이 투표율은 2019년 이후 카자흐스탄의 전국 단위 투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보도됐다. 3월 15일은 ‘헌법의 날’로 지정돼 새 국경일이 됐다.
단원제 의회와 부통령직 부활
가장 큰 변화는 입법부에 있다. 미국 의회도서관 분석에 따르면 새 헌법은 상원(Senate)과 하원(Mazhilis)으로 구성된 양원제 의회를 폐지하고, 단원제 의회인 쿠룰타이(Kurultai)로 대체한다. 쿠룰타이는 정당명부 비례대표로 선출되는 145명의 의원으로 구성되며 임기는 5년이다. 상원이 가지고 있던 여러 고위직 임명·해임 권한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의회가 아니라 대통령에게 넘어간다.
부통령직도 부활한다. 헌법재판소가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부통령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 다수의 동의를 받아 임명되며, 대통령의 위임을 받아 국내외 사회·정치·학술·문화 조직과의 관계를 조율한다. 부통령직은 카자흐스탄 독립 초기에 존재하다 1995년 폐지됐다.
새 헌법은 또 ‘국민평의회(Halyk Kenesi)’를 신설한다. 미국 의회도서관 자료는 이 기구를 “국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최고 자문기구”로 설명한다. 국민평의회는 쿠룰타이에 법률안을 제출하고 국민투표를 발의할 권한을 갖는다. 다만 구성원 수는 출처에 따라 다르게 전해진다. 미국 의회도서관과 신화통신, 카스피정책센터(Caspian Policy Center)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164명으로, 국제헌법 전문 블로그 I·CONnect는 민족문화단체·지방의회·시민사회에서 각 42명씩 배분하는 ‘42 공식’에 따른 126명으로 보도했다. 정확한 규모와 구성은 별도 헌법적 법률(constitutional law)로 정해진다.
이 밖에 헌법 개정은 앞으로 의회가 아니라 국민투표로만 가능해지고, 카자흐어가 ‘주(主) 언어’로, 러시아어는 지위가 낮아진 공용어로 규정된다. 디지털 권리와 환경 권리 조항이 보강됐고, 혼인을 남녀의 결합으로 규정해 동성혼 금지가 헌법에 명문화됐다.
이행 절차와 의회 해산
발효 전까지 카자흐스탄은 제도 정비를 마쳐야 한다. 범유럽 방송사 Euronews는 헌법학자이자 헌법위원회 위원인 마라트 바시모프(Marat Bashimov)를 인용해, 7월 1일 발효 전 현 의회가 5개의 새 헌법적 법률을 채택하고 8개 기존 법률을 개정한 뒤 해산하며, 이후 새 의회 선거가 9월 정치 시즌 개막 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바시모프 위원은 단원제 전환의 배경으로, 단일국가는 대체로 단원제 의회를 두는데 카자흐스탄은 1995년에 양원제를 도입했던 점을 들었다. 카자흐스탄 하원 의원 예카테리나 스미슐랴예바(Yekaterina Smyshlyayeva)는 같은 보도에서 개정 이유의 하나로 디지털 인권 반영을 꼽으며, 늘어나는 개인정보와 생체정보가 헌법 차원에서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공식 설명과 비판적 평가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개정을 ‘공정한 카자흐스탄(Just Kazakhstan)’ 또는 ‘새로운 카자흐스탄’ 기획의 완성으로 설명한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3월 17일 서명식에서 헌법을 “국가의 장기 목표를 규정하고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역사적 문서이자 진정한 국민의 헌법”이라고 표현했다. 카자흐스탄 국영 통신 Qazinform과 The Astana Times는 이번 개정의 취지를 초대통령제에서 균형 잡힌 통치체제로의 이행, 국정 효율성 제고, 시민 권리 강화로 소개했다.
반면 국제 연구자와 인권 분석가들은 이번 개정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한다고 평가한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는 새 헌법이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고 승계 시나리오를 여러 갈래로 열어두었으며, 토카예프 대통령이 국민투표 결과를 새 7년 임기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분석은 카자흐스탄이 서구식 자유주의 경제모델에서 벗어나 중국·걸프 국가의 국가주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흐름과 맞물린다고 봤다. 폴란드 동방연구센터(Centre for Eastern Studies)의 다리아 지엘린스카(Daria Zielińska)는 이번 개정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확대하고 부통령직을 되살린 것이 주로 엘리트 연속성과 2029년 승계 관리를 위한 것이며 ‘민주화의 외형’을 띤다고 분석했다. 위험분석기관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Verisk Maplecroft)의 마리오 비카르스키(Mario Bikarski) 선임분석가는 단원제 전환이 책임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해소하지 않은 채 대통령 권한을 확대했다고 지적하면서, 2022년 1월과 같은 소요의 재발 방지가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고 봤다. 정치분석가이자 선거 전문가인 디마시 알자노프(Dimash Alzhanov)는 국제 민주주의 지원기구 International IDEA의 ConstitutionNet 기고에서, 의회 개혁이라는 외형 아래 대통령 권한 집중과 임기 연장 가능성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 Library of Congress, “Kazakhstan: New Constitution Adopted Following Nationwide Referendum,” 2026.05.27., https://www.loc.gov/item/global-legal-monitor/2026-05-27/kazakhstan-new-constitution-adopted-following-nationwide-referendum
- Xinhua, “Kazakhstan approves new constitution in referendum” (헌법재판소 2월 12일 초안 공개·164명), 2026.03.17., https://english.news.cn/20260317/9018c0737b2543feb707fb1bbbb679fc/c.html
- Euronews, “Kazakhstan votes for a new Constitution, marking a turning point in its political future” (바시모프·스미슐랴예바), 2026.03.20., https://www.euronews.com/2026/03/20/kazakhstan-votes-for-a-new-constitution-marking-a-turning-point-in-its-political-future
- Caspian Policy Center, “2026 Constitutional Referendum in Kazakhstan: Reform, Continuity, and Executive Power” (국민평의회 164명), 2026.04., https://www.caspianpolicy.org/research/category/2026-constitutional-referendum-in-kazakhstan-reform-continuity-and-executive-power
- I·CONnect, “Kazakhstan’s New Constitution and the Rise and Rise of Authoritarianism” (126명·42 공식), 2026.04.17., https://www.iconnectblog.com/kazakhstans-new-constitution-and-the-rise-and-rise-of-authoritarianism/
- Chatham House, “Kazakhstan referendum: The new constitution demonstrates a diminishing interest in Western values,” 2026.03.16., https://www.chathamhouse.org/2026/03/kazakhstan-referendum-new-constitution-demonstrates-diminishing-interest-western-values
- Centre for Eastern Studies (OSW), Daria Zielińska, via 2026 Kazakh constitutional referendum analysis, 2026.03.
- ConstitutionNet (International IDEA), Dimash Alzhanov, “A New Constitution for Kazakhstan: Parliamentary Reform as a Façade for Presidential Monopoly,” 2026.02.20., https://constitutionnet.org/news/voices/new-constitution-kazakhstan-parliamentary-reform-facade-presidential-monopoly
- The Astana Times, “Constitution as Strategy: Why Kazakhstan Is Rewriting the Rules Now,” 2026.02.06., https://astanatimes.com/2026/02/constitution-as-strategy-why-kazakhstan-is-rewriting-the-rules-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