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4분기 유라시아 톺아보기: 전쟁경제와 균형 모색, 한국 외교의 접점
2026년 4~6월 러시아·중앙아시아·카프카스에서 이어진 주요 흐름은 러시아 전시경제의 피로, 중앙아시아의 외교·개발 의제 재편, 남코카서스의 국내정치와 연결성 경쟁으로 압축된다. 2/4분기 유라시아 정세는 단일 사건보다 누적된 압력으로 움직였다. 러시아에서는 고금리와 건설경기 둔화, 이민통제 강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타격에 따른 전국적 연료 부족이 국내경제를 압박하는 한편, 북한과의 군사협력과 아세안과의 정상외교가 대외전략의 두 방향을 보여줬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한국과의 정상외교 준비, 미국·ADB가 주도한 핵심광물·전력망·디지털 인프라 논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디지털 행정·IT 교육 사업이 한 흐름을 이뤘다. 카프카스에서는 아르메니아 총선, TRIPP 연결성 구상, 조지아 장기 시위가 러시아 영향력 약화와 서방 접근의 내부 조건을 드러냈다.
러시아: 전쟁경제의 비용은 국내로, 외교의 무게중심은 비서방으로
2026년 6월 19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4.25%로 0.25%p 인하했지만, 보도자료에서 경제성장이 연초 일시적 둔화 뒤 완만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재정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더 완화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은행이 경기 둔화를 인식하면서도 물가와 재정 부담 때문에 빠른 완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의미다. 러시아 경제의 2/4분기 핵심은 금리 인하 자체보다 금리 인하가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던 배경에 있었다. 전쟁비용, 재정지출, 제재에 따른 수입구조 변화, 민간 투자 위축이 서로 맞물렸다.
이 압박은 주택·건설 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러시아 독립 매체 《The Moscow Times》는 5월 25일 국영 주택기관 DOM.RF, 여론조사기관 VTsIOM, 주택건설개발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1/4분기 러시아 주택 개발사의 73%가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매체는 6월 23일 러시아 건설업 전체가 전쟁 초기의 주택 붐 이후 약화되고 있으며, 1/4분기 완료된 건설공사 총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쟁 초기에는 제재와 루블 약세에 대응한 부동산 선호, 보조 모기지, 군수·인프라 수요가 건설 부문을 떠받쳤지만, 2/4분기에는 고금리와 보조 모기지 축소, 실질 구매력 부담이 동시에 드러났다.
러시아 국내 압박은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났다. 6월 1일부터 러시아는 외국인 입국·체류 절차에서 생체정보, 전자통보, 통제대상자 등록 등 외국인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타지키스탄 매체 Asia-Plus는 6월 4일 러시아의 새 이민 규정이 CIS 국가 출신 이주민에게 직접 영향을 준다고 보도했다. 같은 매체는 6월 3일 러시아가 외국인 디지털 프로필 실험을 2027년 말까지 연장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으로는 치안·통제 담론을 앞세워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였다.
이민통제는 러시아 내부 이슈이면서 동시에 중앙아시아 국내경제의 문제다. 러시아 노동시장에 의존해 온 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가계는 송금, 취업, 체류 절차 변화에 민감하다. 러시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필요로 하면서도 관리·감시를 강화하는 구조는 2/4분기 내내 이어진 모순이었다. 이 흐름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러시아 노동시장 외의 교육, 디지털 산업, 개발협력, 제3국 취업 경로를 모색하는 배경이 됐다.
전시경제의 비용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곳은 연료시장이었다. 2/4분기 내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장거리 드론 공격을 확대하면서, 러시아는 몇 년 만의 최악의 전국적 연료 부족을 겪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수준의 차질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사상 유례없다”고 평가했고, 3월 이후 러시아 10대 정유소 가운데 8곳을 포함해 20건 넘는 정유시설 타격이 있었으며 러시아 전체 정제능력의 20% 이상이 가동 중단됐다고 분석했다. AP통신과 RFE/RL에 따르면 6월 24일 기준 러시아 83개 연방주체 가운데 최소 55곳에서 배급 또는 판매 제한이 나타났고, 6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류터미널과 6월 18일 모스크바 정유공장이 잇따라 타격돼 수도 상공에 검은 연기가 퍼졌다. 러시아 정부는 휘발유·항공유 수출을 제한하고 디젤 수출 금지까지 검토했으며, 국내시장에 한해 낮은 등급 연료를 일시 허용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에너지 분석가 세르게이 바쿨렌코(Sergei Vakulenko)는 “러시아 석유산업의 회복력이 위험할 만큼 얇게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문사 매크로어드바이저리(Macro-Advisory)의 크리스 위퍼(Chris Weafer) 대표는 AP통신에 러시아 정제능력의 약 3분의 1이 가동을 멈췄으며, 농번기 수요 증가와 겹쳐 “러시아 경제에 매우 민감한 시점에 닥친 위기”라고 설명했다. 연료 부족은 물가를 자극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도 지목됐다. 즉 정유시설 타격이라는 전선의 사건이 배급 대기줄, 물가, 통화정책이라는 러시아 국내경제의 여러 지점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러시아의 대외전쟁은 한반도 안보와도 직접 연결됐다. 6월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제11차 한-EU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한국과 EU는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강하게 비판했다. EU 이사회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안토니우 코스타(António Costa) 유럽이사회 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 이재명(Lee Jae Myung) 한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러북 군사협력을 함께 다뤘다. 연합뉴스와 NK News도 같은 공동성명이 러시아-북한 군사협력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점을 보도했다.
이 대목에서 러시아 문제는 더 이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한정되지 않았다. 2/4분기 한국 외교에서 러시아는 유럽 안보와 한반도 안보를 잇는 변수로 재배치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6월 14일 한-EU 공동성명에 반발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번거로운 평화의 가면”을 벗어던졌다고 비난했고,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 원칙에 따라 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코리아헤럴드·코리아중앙데일리). 한국 대통령실은 공동성명이 기존 입장을 반영한 것일 뿐이며 정부가 한반도 평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러북 협력이 한국·EU·북한의 공개적 외교 충돌로 확장됐음을 보여줬다. 2/4분기 러시아 외교에는 서방의 고립 시도에 맞서 비서방 세계와의 연대를 과시하는 흐름이 뚜렷했고, 그 정점이 6월 17~18일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아세안(ASEAN) 기념 정상회의였다. 아세안 11개국 중 9개국이 정상급으로 참석해 카잔선언과 2026~2030년 포괄적 행동계획 등을 채택했다. 싱가포르 유소프이샥연구소 산하 분석지 풀크럼(Fulcrum)은 이 회의가 “동남아가 러시아 진영으로 기우는 것을 뜻하지는 않으며, 아세안이 운신의 폭을 지키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분석하면서, 러시아가 아세안을 필요로 하는 정도가 그 반대보다 크다는 비대칭성을 지적했다. 결국 카잔 정상회의는 서방의 러시아 고립이 완결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러시아 외교의 무게중심이 비서방·글로벌 사우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함께 드러냈다. 러시아 내부의 전시경제와 대외의 비서방 연대, 중앙아시아 노동시장, 한반도 안보가 같은 분기 안에서 하나의 연쇄 구조를 만들었다.
중앙아시아: 정상외교, 핵심광물, 전력망, 디지털 행정의 결합
2026년 4월 10일 서울에서 한국 외교부와 중앙아시아 5개국 외교차관급 인사들은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준비 고위관리회의를 열었다. 연합뉴스는 이 회의에서 한국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이 9월 정상회의 준비와 협력 의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우즈베키스탄 외교부도 같은 날 서울 회의 개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2/4분기 한국-중앙아시아 관계는 단순한 양자 협력 확대가 아니라, 한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을 하나의 지역 단위로 상대하려는 제도화 단계로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이 정상회의 준비는 중앙아시아 내부의 의제 변화와 맞물렸다. 5월 3~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제59차 연차총회는 중앙아시아를 전력망과 디지털 연결성의 교차점으로 제시했다. ADB는 2035년까지 에너지와 디지털 인프라에 700억 달러(한화 약 96조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ADB 중앙·서아시아 담당 리아 구티에레스(Leah Gutierrez) 국장은 《The Astana Times》 인터뷰에서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의 전력 연결은 아직 주로 양자 형태이며, 카스피해 녹색에너지 회랑이 더 넓은 지역 전력망의 중심 연결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10일 아스타나에서 열린 C5+1 핵심광물 대화도 같은 흐름을 강화했다. 《The Astana Times》는 중앙아시아 5개국과 미국이 지질탐사, 데이터 투명성, 투자 유인, 인력 양성, 지역 공급망 통합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무부 고위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고품질 지질 데이터가 광업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앙아시아의 자원은 더 이상 원료 수출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안보, 데이터 공개, 가공산업, 기술교육과 결합된 경제안보 의제가 됐다.
한국과의 관계는 이 구조 안에서 움직였다. 6월 15일 타슈켄트에서 열린 제18차 한-우즈베키스탄 정책협의에서 정혜의(Chung Eui-hae)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르보히드 아지모프(Mirvohid Azimov) 우즈베키스탄 외교차관은 에너지, 교통, 인프라, 핵심광물, 보건, 디지털 기술, 기후 대응 협력을 논의했다. 연합뉴스와 우즈베키스탄 외교부 공식 발표는 이 회의가 9월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준비와도 연결됐다고 전했다.
개발협력 현장에서도 한국의 역할은 디지털 전환과 인적자원 개발 쪽으로 구체화됐다. 우즈베키스탄 현지 매체 UzDaily는 4월 25일 KOICA가 우즈베키스탄 IT 교육 생태계 발전을 위해 1,400만 달러(한화 약 193억 원)를 투입한다고 보도했다. Kun.uz도 4월 27일 KOICA가 누쿠스와 카르시에 IT 허브를 조성하고 7개 지역에 14개 IT 센터를 만드는 사업을 전했다. 5월 13일 UzDaily는 KOICA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산하 공공행정·공공정책아카데미(APPA)가 공무원 역량진단, AI 기반 교육과정, 학습관리시스템, 전자도서관을 포함한 디지털 거버넌스 사업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중앙아시아 접근은 이처럼 정상외교, 핵심광물, 디지털 행정, 개발협력으로 나뉘어 있지만, 2/4분기에는 이 요소들이 하나의 패키지로 연결됐다. 독일개발연구소(IDOS)는 2026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앙아시아 개발협력의 중견국 파트너로 분류하며,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가 특히 우즈베키스탄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의 교통·건설 협력 위에 디지털 행정, IT 교육, 핵심광물, 기후 대응이 붙으면서 한국-중앙아시아 관계는 정상회의 전부터 의제의 폭을 넓히고 있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의 외교 다변화에는 제재 리스크도 함께 존재했다. 5월 5일 Eurasianet은 워싱턴 소재 Center for Global Civic and Political Strategies(CGPCS)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가 러시아의 제재 우회 네트워크에서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조직적으로 제재 우회에 가담했다고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의 개방된 국경과 통관 구조가 이중용도 품목 우회에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 26일 영국 정부도 러시아의 제재 회피에 이용된 암호화폐·금융 네트워크를 겨냥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키르기스스탄 금융 시스템과 조지아 소재 기업을 언급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한국·ADB·EU와 협력을 넓히는 바로 그 시점에, 러시아와의 지리·제도적 연결성은 서방의 감시 대상이 됐다.
2/4분기 후반에는 중동 정세가 중앙아시아 물류의 취약성을 새삼 부각했다. 6월 이스라엘·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자, 카자흐스탄이 이란 반다르아바스·차바하르 항을 거쳐 인도양으로 나가려던 남향 물류축과, 카스피해를 건너 카프카스·튀르키예로 향하는 중간회랑(트랜스카스피 국제운송로)이 동시에 주목받았다. 다만 그 함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렸다. 일부 분석은 호르무즈 위기가 중간회랑의 상대적 매력을 높였다고 봤지만,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테무르 우마로프(Temur Umarov)는 중간회랑이 아무리 야심적이어도 물동량과 인프라 면에서 아직 러시아를 지나는 북부 노선이나 호르무즈 경유 남부 노선을 대체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The Times of Central Asia의 분석도 이란을 경유하는 카자흐스탄의 남부 통로가 지정학적 충격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이번 위기가 드러냈다고 짚었다. 결국 중동 위기는 중앙아시아에 회랑 다변화의 유인을 키우는 동시에, 어느 경로도 아직 안정적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구조적 제약을 함께 확인시켰다.
카프카스: 선거와 거리의 정치가 회랑 경쟁을 규정
2026년 5월 26일 예레반에서 아르메니아와 미국은 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TRIPP) 전략협력 기본합의문을 공개했다. 아르메니아 외교부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TRIPP는 아르메니아 영토 내에서 철도, 도로, 석유·가스관, 광섬유, 전력 프로젝트를 포함할 수 있는 다중 연결성 구상이다. 문서는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흐치반 자치공화국을 잇고, 카스피 횡단 무역로와 연결되는 통로라는 의미도 담았다.
TRIPP는 물류 사업이면서 동시에 국내정치 의제였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토머스 드 발(Thomas de Waal), 아레그 코치냔(Areg Kochinyan), 자우르 시리예프(Zaur Shiriyev)는 3월 분석에서 TRIPP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 과정을 전진시키는 계기이지만, 국내정치와 외부 행위자, 지역 안보의 장애물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분석은 2/4분기 남코카서스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회랑은 지도 위의 선이 아니라, 주권, 평화협정, 국내 정당성, 러시아·미국·튀르키예·이란의 이해관계가 겹치는 정치적 장치였다.
6월 7일 아르메니아 총선은 이 흐름의 국내정치적 기반을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6월 분석에서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가 세 번째 임기를 확보하면서 아제르바이잔과의 평화협정, 튀르키예와의 관계 정상화, 카라바흐 영유권 주장 포기라는 외교노선을 계속 추진할 권한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카네기 폴리티카의 미카옐 졸얀(Mikayel Zolyan)은 6월 16일 분석에서 파시냔 총리의 승리가 친유럽 노선의 승리이지만, 친러 성향 야권이 평화협정과 유럽 접근을 늦출 수 있다고 봤다.
아르메니아 선거는 러시아 영향력의 약화를 보여주면서도, 그 약화가 곧 러시아의 완전한 퇴장을 뜻하지는 않았다. 카네기 분석은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에서 여전히 경제·정보·야권 네트워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시냔 총리의 승리는 평화와 서방 접근의 정치적 기반을 제공했지만, 헌법 개정, 아제르바이잔과의 문구 조율, 국내 반대세력 대응이라는 절차적 부담을 남겼다.
조지아에서는 다른 형태의 국내정치 압력이 나타났다. 6월 15일 국제앰네스티는 조지아 당국이 시위, 언론, 시민사회를 억누르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조지아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EU 가입 전망, 국내 반정부 시위에 대한 비판을 억압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Eurasianet은 6월 24일 트빌리시 시위가 500일을 넘겼고, 2024년 11월 정부의 EU 가입 협상 중단 결정 이후 매일 이어진 시위가 시민들의 일상적 저항으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의 경우 국제노선과 국내통치가 직접 충돌했다. 친EU 여론은 거리에서 유지됐지만, 정부는 시민사회·언론·야권을 외부세력과 연결해 통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제앰네스티의 동유럽·중앙아시아 담당 마리 스트러더스(Marie Struthers)는 조지아의 인권과 시민공간이 독립 이후 가장 깊은 후퇴 중 하나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프카스의 2/4분기 흐름은 아르메니아처럼 선거를 통해 대외노선이 확인되는 경우와, 조지아처럼 거리정치와 국가 통제가 대외노선을 둘러싸고 장기 충돌하는 경우로 나뉘었다.
하나의 흐름: 러시아의 압박, 중앙아시아의 선택지 확대, 카프카스의 재배치
2026년 2/4분기 유라시아의 흐름은 러시아의 압박이 주변부를 단순히 끌어당기지 못하고, 오히려 주변국의 선택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전쟁경제의 비용이 금리, 건설, 노동시장, 외국인 통제, 그리고 정유시설 타격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료위기는 전선의 사건이 러시아 국내 일상으로 되돌아온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러시아가 이민통제를 강화할수록 중앙아시아 국가는 노동이주 의존도를 낮추거나, 디지털 산업·개발금융·핵심광물 협력으로 대체 경로를 찾을 필요가 커졌다.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은 러시아 문제를 한국과 EU의 안보 의제로 끌어올렸고, 러시아-아세안 카잔 정상회의는 서방의 고립 시도가 완결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면서도 러시아의 외교적 무게중심이 비서방·글로벌 사우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함께 드러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한국, 미국, ADB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공간에 접근했다. 한국은 정상회의 준비와 양자 정책협의, KOICA 사업을 통해 제도화된 협력의 틀을 만들었다. 미국은 C5+1 핵심광물 대화를 통해 공급망 안보를 전면에 내세웠다. ADB는 전력망과 디지털 네트워크를 지역 성장의 기반으로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의 기존 경제·노동·물류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자금·기술·외교 파트너를 병행하는 전략을 취했다.
카프카스에서는 연결성이 국내정치와 분리되지 않았다. TRIPP는 아제르바이잔-나흐치반 연결, 아르메니아 주권, 미국의 지역 관여, 카스피 횡단 무역로를 한꺼번에 묶었다. 아르메니아 총선은 이 구상과 평화협정의 정치적 기반을 확인하는 계기였고, 조지아 장기 시위는 EU 경로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외교노선을 제한하는 사례가 됐다. IISS와 카네기 분석은 남코카서스의 평화와 연결성 구상이 선거, 헌법, 야권, 외부 압력이라는 국내정치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2/4분기 유라시아는 전쟁과 제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러시아의 전시경제는 금리와 건설, 노동시장에 더해 정유시설 타격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내부 둔화 압력을 키웠고, 중앙아시아는 개발금융·핵심광물·디지털 전환을 통해 협력 공간을 넓히면서도 중동 위기 속에서 남부·중간회랑의 취약성을 함께 확인했으며, 카프카스는 선거와 거리의 정치 속에서 물류회랑의 의미를 다시 정했다. 한국과의 관계도 이 흐름 속에서 안보, 정상외교, 핵심광물, 디지털 행정, 개발협력으로 나뉘어 동시에 움직였다. 4~6월의 유라시아는 러시아 중심 질서의 관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각 지역이 다른 속도로 새로운 연결망을 시험한 시기였다. 다만 그 시험의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연료 위기·호르무즈 충격처럼 외부에서 온 사건들이 언제든 이 재배치의 속도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 2/4분기에 함께 보여졌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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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 Jazeera, “‘The crisis is deep’: The view from Russia as fuel shortages worsen,” 2026년 7월 2일, https://www.aljazeera.com/news/2026/7/2/the-crisis-is-deep-the-view-from-russia-as-fuel-shortages-worsen
- Amnesty International, “Georgia: Authorities built coordinated system to crush dissent and entrench power,” 2026년 6월 15일, https://www.amnesty.org/en/latest/news/2026/06/georgia-authorities-built-coordinated-system-to-crush-dissent-and-entrench-power/
- Asia-Plus, “Russia extends foreigners’ digital profile experiment until the end of 2027,” 2026년 6월 3일, https://asiaplus.news/en/2026/06/03/russia-extends-foreigners-digital-profile-experiment-until-the-end-of-2027/
- Asia-Plus, “Russia introduces new migration rules as biometric and entry requirements tighten,” 2026년 6월 4일, https://asiaplus.news/en/2026/06/04/russia-introduces-new-migration-rules-as-biometric-and-entry-requirements-tigh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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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vernment Portal of the Republic of Uzbekistan, “The Next Round of Uzbekistan–Korea Political Consultations Held in Tashkent,” 2026년 6월 15일, https://gov.uz/en/mfa/news/view/178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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