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총선 후보 등록 본격화… 정당별 선거전략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6년 7월 정당별 연방명부와 지역구 후보 서류 심사에 들어가면서 제9대 국가두마 선거전이 후보 등록 단계로 넘어갔다. 투표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실시되며, 전체 450석 가운데 225석은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나머지 225석은 단일선거구제로 선출된다.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7월 12일까지 총선 참여 자격을 가진 17개 정당이 모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우크라이나 전면전 개시 이후 처음 치러지는 총선이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도 투표가 실시된다.
통합러시아, 참전용사·종군기자를 명부 선두에
후보 명부 심사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각 정당의 선거전략이 구체화되는 시점이다. 집권 통합러시아당은 6월 28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연방명부 상위 5인을 확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외무장관, 세르게이 소뱌닌(Sergey Sobyanin) 모스크바 시장과 함께 우크라이나전 참전용사이자 청년군사조직 유나르미야 대표인 블라디슬라프 골로빈(Vladislav Golovin), 국영TV 종군기자 예브게니 포두브니(Yevgeny Poddubny), 마리야 리보바-벨로바(Maria Lvova-Belova) 아동인권 담당관이 포함됐다.
명부 구성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 당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Dmitry Medvedev) 전 대통령이 상위 명부에서 빠졌다. 둘째, 참전용사와 종군기자를 전면에 배치해 전쟁 수행 경험을 정치적 자산으로 제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은 전당대회에 참석해 선거를 정치체제의 시험대로 규정하며 당을 격려했다. 통합러시아당은 지방 예비선거에서 참전용사에게 득표수 25% 가산점을 부여했으며, 공식적으로 참전용사가 두마 후보의 약 10%를 차지한다. 당은 8월에 개정판 '국민 프로그램'을 확정할 예정이다.
야당들의 전략과 제약
공산당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물가, 연금과 복지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당의 핵심 구호는 '승리의 프로그램: 생존에서 발전과 정의로'다. 공산당은 장기 집권당에 대한 비판표와 경제적 불만을 결집해 제2당 지위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현역 의원의 약 20%를 교체할 방침이다. 다만 러시아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일부 지역구에서 공산당 후보와 이름이 비슷한 후보가 출마하는 사례와 야권 후보 간 표 분산 가능성을 보도했다.
자유민주당은 레오니트 슬루츠키(Leonid Slutsky) 당대표 체제에서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 전 대표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하고 있다. 당은 6월 23일 모스크바주 루자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 명부와 함께 '러시아 변혁 100일'이라는 선거강령을 채택했다. 3% 금리의 '국민 모기지', 월 5만 루블 이하 소득에 대한 개인소득세 폐지, 연금 20% 이상 인상이 핵심 공약이다. 슬루츠키 대표는 의석수를 최소 두 배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생 원내정당인 '새로운 사람들'은 기업·청년·도시 중산층을 핵심 지지기반으로 삼고 규제 완화와 기술혁신을 부각하고 있다.
정의러시아는 연금, 주거, 공공요금 등 생활 밀착형 복지 의제를 중심으로 5% 봉쇄조항 통과와 원내 잔류를 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비원내 정당의 조건은 훨씬 불리하다. 반전 구호를 내건 야블로코는 소속 정치인 32명이 여러 법적 근거로 이번 선거 출마를 금지당했다. 상당수는 사망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진을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이 '극단주의 상징 게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법률상 극단주의 관련 유죄 판결을 받으면 1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2021년 야블로코 명부를 이끌었던 니콜라이 리바코프도 같은 이유로 출마가 막혔다. 원외 정당의 신규 등록도 사실상 어렵다. 정당명부 등록에는 유권자 서명 20만 건이, 무소속 후보에게는 선거구 등록 유권자의 3%에 해당하는 서명이 필요하다.
관전 포인트는 제2당 경쟁과 지역구
선거 경쟁의 핵심은 통합러시아당의 1위 여부보다 제2당 경쟁과 지역구 의석 배분에 있다. 베도모스티가 5월 보도한 대통령행정실 관계자 발표 기준 전망에서는 통합러시아당이 정당명부 득표 50% 이상, 공산당 14~15%, 자유민주당 12~13%, 새로운 사람들 8~9%, 정의러시아 5~6%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 수치는 공식 예측이나 확정 결과가 아니라 선거운동 초기의 정치권 전망이다.
투표 방식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사흘간 투표와 전자투표 확대가 이번에도 적용되며, 전자투표는 33개 지역, 약 4,800만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승인됐다. 국영 여론조사기관 브치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6%가 투표 의향을 밝혔으나, 같은 조사에서 66%는 선거 시점을 모른다고 답했다. 러시아 당국은 2025년 9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참관단의 향후 선거 참관을 배제하기로 했다.
이번 총선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경제성장 둔화, 국방·복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치러진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따른 연료 위기도 선거운동 기간의 변수다. 주요 정당의 외교·안보 노선 차이는 제한적인 반면, 물가·소득·지역 불균형을 어떤 언어로 설명하고 어떤 후보를 앞세우느냐가 경쟁의 중심이 되고 있다. 후보 등록 완료 뒤에는 방송·옥외·온라인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단일선거구별 경쟁 구도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출처
- Central Election Commission of the Russian Federation, "Calendar plan for the election of deputies of the State Duma," 2026.06.17, https://cikrf.ru/analog/ediny-den-golosovaniya-2026/
- Reuters, "Russia's Ruling Party Runs Ukraine War Veteran Among Lead Candidates for September Election," 2026.06.28, https://www.usnews.com/news/world/articles/2026-06-28/russias-ruling-party-runs-ukraine-war-veteran-among-lead-candidates-for-september-election
- The Moscow Times, "Russia Is Gearing Up for Nationwide Elections. This Is What You Need to Know," 2026.07.02, https://www.themoscowtimes.com/2026/07/02/russia-is-gearing-up-for-nationwide-elections-this-is-what-you-need-to-know-a93142
- Russian Election Monitor / European Platform for Democratic Elections, "Update on Preparations for the State Duma Vote," 2026.06, https://epde.org/?news=russian-election-monitor-update-on-preparations-for-the-state-duma-vote
- Kommersant, "Выборы–2026," 2026.07.12, https://www.kommersant.ru/theme/3803
- Vedomosti, "Администрация президента представила прогнозы по выборам в Госдуму," 2026.05.23, https://www.vedomosti.ru/politics/articles/2026/05/23/1199500-prognozi-po-viboram
- Vedomosti, "С чем парламентские партии готовятся пойти на выборы в Госдуму," 2026.06.18, https://www.vedomosti.ru/politics/articles/2026/06/18/1206740-s-chem-parlamentskie-partii-gotovyatsya-poiti-na-vib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