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자동차시장 내 중국차 점유율 41%로 하락… '중국 기술의 러시아 국적화' 주목
2026년 상반기 러시아 신차시장이 전년의 급격한 위축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섰다. 동시에 지난 3년간 시장을 지배해 온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은 뚜렷하게 낮아지고 있다. 다만 이는 소비자가 중국차를 외면했다는 뜻이 아니다. 같은 중국 플랫폼과 기술이 러시아 국적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팔리는 구조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6년 상반기 신차 판매량 60만 대, 저점 대비 반등
러시아 분석기관 아프토스타트(AUTOSTAT)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러시아에서 판매된 신형 승용차는 60만 8,618대로 전년 동기보다 14.8% 늘었다. 6월 한 달 판매는 11만 6,270대로 전년 동월보다 29% 증가했다. 유럽기업협회(AEB) 집계에서도 승용차와 경상용차를 합한 상반기 판매가 60만 844대로 10% 늘었고, 6월은 11만 8,044대로 27.5% 증가했다. 두 기관의 수치가 다른 것은 집계에 포함하는 차종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증가율은 크지만 업계는 이를 본격적인 성장 국면으로 보지 않는다. 세르게이 첼리코프 아프토스타트 대표는 지난해 6월이 시장의 최저점 가운데 하나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같은 성장률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7월부터는 증가율이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실제로 러시아 신차시장은 2025년 한 해 132만 6,016대로 전년보다 15.6% 줄어든 상태였다.
알렉세이 칼리체프 AEB 자동차제조사위원장은 전반적인 상황이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고 거시경제와 규제정책 변화에 민감하다며, 2026년 연간 시장 규모 전망을 140만 대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높은 자동차 가격과 대출금리, 폐차부담금이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순수 중국차 점유율 55%에서 41%로
시장 구조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 브랜드 점유율의 하락이다. 가스프롬방크 오토리징 분석에 따르면 2026년 4월 중국 브랜드 신차 판매는 4만 7,700대로 전년 동월보다 14% 줄었고, 시장 점유율은 55%에서 41%로 떨어졌다. 아프토스타트 집계에서도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25년 10월 49.6%를 기록해 2년여 만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2022년 서방 브랜드 철수 이후 이어진 흐름의 반전이다. 중국 브랜드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2022년 이전 10% 미만에서 2023년 51%까지 치솟았고 2025년 중반까지 확대됐다. 개별 브랜드의 하락폭도 크다. 2025년 체리는 판매가 36.4%, 지리는 36.9%, 창안은 37.6% 감소했다.
같은 중국차, 다른 이름
그러나 점유율 통계만으로 시장을 읽으면 실제 흐름을 놓친다. 중국 브랜드의 하락분은 상당 부분 러시아에서 조립되는 '현지 브랜드'로 옮겨갔고, 이들 차량의 플랫폼과 기술은 여전히 중국산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테넷(TENET)이다. 옛 폭스바겐 칼루가 공장에서 중국 체리의 모델을 재상표화해 생산하는 이 브랜드는 2025년 8월 출시된 신생 브랜드지만, 2026년 6월 1만 2,636대를 팔아 라다와 하발에 이어 시장 3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10.9%다. 아프토스타트에 따르면 2025년 초여름 체리의 점유율이 10%였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같은 기술의 차량이 러시아 브랜드로 이름을 바꿔 그 자리를 대체한 셈이다. 테넷 T7은 상반기 3만 6,490대가 팔려 라다 그란타에 이어 모델별 판매 2위를 기록했고, 2026년 봄 출시된 T4L도 6월 판매 3위 외제차에 올랐다.
벨기(Belgee)는 벨라루스-중국 합작 브랜드로 지리의 모델을 재상표화해 판매하며, 2025년 판매가 96.5% 급증해 시장 5위로 뛰어올랐다. 솔라리스(Solaris)는 옛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해 현대·기아 모델을 재상표화하며 132% 성장했다.
가스프롬방크 오토리징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러시아에서 조립된 중국차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약 1.5배 늘어 5만 1,500대를 기록했고, 현지 생산 중국계 브랜드 수는 18개로 늘었다. 1~3월 판매된 중국차의 49%가 러시아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반면 완성차 형태로 수입되는 '순수 중국차'에 대한 수요는 줄고 있다.
현지 조립이 강한 브랜드는 점유율을 지키거나 늘렸다. 툴라주 공장에서 생산되는 하발(Haval)은 6월 1만 6,148대를 팔아 외제차 1위를 유지했고, 점유율은 1년 전 10%에서 13.9%로 올랐다. 하발 졸리온은 상반기 판매가 38.6% 늘었다.
라다의 하락과 시장의 새 균형
토종 브랜드 라다는 여전히 판매 1위이지만 점유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6월 라다 판매는 2만 8,081대로 점유율 24.2%를 기록해 1년 전 26.8%에서 떨어졌다. 상반기 판매는 15만 2,131대로 2.2% 감소했다. 주력 모델인 라다 그란타는 상반기 5만 9,958대로 12% 줄었고, 베스타는 35.3% 급감했다.
결과적으로 6월 브랜드 순위 상위 5위는 라다, 하발, 테넷, 지리, 창안 순이다. 이 가운데 세 곳은 중국 브랜드이고, 한 곳은 중국 업체와 함께 만든 러시아 브랜드다. 판매 상위 모델 5개도 라다 그란타, 하발 졸리온, 테넷 T7, 라다 베스타, 테넷 T4L로 채워졌다.
소비자의 선택은 '중국 기술의 러시아 포장'
이런 변화는 소비자 선호의 이동으로 설명된다. 구매자는 중국 기술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조립으로 서비스망과 보증, 부품 공급이 안정적이고 가격이 낮은 형태를 선호한다. 러시아 정부의 폐차부담금 인상과 택시 현지화 규정도 수입 완성차보다 국내 조립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이 구조에는 한계도 있다. 현지 브랜드의 핵심 플랫폼과 부품이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 자동차산업이 기술적으로 독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러시아 조립 중국차는 대규모 리콜, 러시아 기후에 대한 적응 부족, 신뢰성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생산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이 모델이 지속될 수 있을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한편 일본 브랜드의 병행수입도 늘고 있다. 2026년 들어 일본차 판매는 약 3배 증가했으며 도요타가 이를 주도하고 있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봄 이후 거래가 늘었다.
소비자 관점에서 중요한 변수는 브랜드 국적보다 장기 유지비다. 공식 딜러망, 부품 공급기간, 보증조건, 중고차 잔존가치가 구매 이후의 비용을 결정한다. 러시아 자동차시장의 재편은 중국차가 서방 브랜드를 대체하는 1단계를 지나, 중국 기술이 러시아 국적을 달고 판매되는 2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 AUTOSTAT, Продажи новых легковых автомобилей в России в июне 2026 года, 2026.07.06, https://www.autostat.ru/press-releases/62653/
- Kolesa.ru, Авторынок РФ подрос в июне, в первую десятку вошли кроссоверы Tenet T4L и Belgee X50+, 2026.07, https://www.kolesa.ru/news/avtorynok-rf-podros-v-iiune-v-pervuiu-desiatku-vosli-krossovery-tenet-t4l-i-belgee-x50
- The Moscow Times (러시아어판), Доля Lada в продажах новых автомобилей в России опустилась ниже четверти, 2026.07.06, https://ru.themoscowtimes.com/2026/07/06/dolya-lada-v-prodazhah-novih-avtomobilei-v-rossii-opustilas-nizhe-chetverti-a200076
- AEB, Sales of Cars and Light Commercial Vehicles in Russia in H1 2026, 2026.07.03, https://aebrus.ru/upload/iblock/af4/EN-Car-Sales-in-June_H1-2026.pdf
- Tatar-inform, LADA впереди, «китайцы» наступают: что происходит на российском авторынке, 2026.07, https://www.tatar-inform.ru/news/lada-vperedi-kitaicy-nastupayut-cto-proisxodit-na-rossiiskom-avtorynke-6033453
- Caliber.az / AUTOSTAT, Chinese car brands' share in Russia falls below 50% for first time in over two years, 2026, https://caliber.az/en/post/chinese-car-brands-share-in-russia-falls-below-50-for-first-time-in-over-two-years
- Auto.yuga.ru / Российская газета, Haval и Tenet рвут чарты, а чистый «китайский импорт» сдает позиции, 2026.06, https://auto.yuga.ru/articles/2631.html
- Best Selling Cars Blog, Russia Full Year 2025: Market down -15.6%, 2026.01, https://bestsellingcarsblog.com/2026/01/russia-full-year-2025-market-down-15-6-belgee-96-5-solaris-132-newcomer-tenet-im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