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용량 활공폭탄' 공세... 우크라 방공망 빈틈 파고 들어
2026년 7월 11~13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북부 수미와 남동부 자포리자에 유도항공폭탄을 잇달아 투하했다.

우크라이나 지역당국에 따르면, 7월 11일 오후 수미시 자리치니 구역의 민간 기반시설에 유도항공폭탄 3발이 떨어졌다. 이 가운데 2발이 도로와 대중교통 정류장이 있는 혼잡 지역을, 나머지 1발이 기반시설을 타격했다. 올레흐 흐리호로우(Oleh Hryhorov) 수미주 군정청장은 초기에 사망 4명·부상 17명을 발표했으나, 이후 병원에서 1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고 부상자도 43명으로 집계됐다. 부상자 5명은 중태다. 숨진 이들 가운데는 13세 소녀가 포함됐고, 함께 사망한 남성 3명은 27~67세로 파악됐다. 검찰은 민간인 대상 공격이라며 전쟁범죄 수사에 착수했다.
우크라이나의 독립 성향 온라인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13일 자포리자시와 인근 지역이 유도항공폭탄으로 네 차례 공격받아 4세 여아를 포함한 12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주택 한 채가 완전히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했으며 다른 주택과 부속 건물도 피해를 입었다.
두 공격을 곧바로 3t급 FAB-3000 투하로 규정할 공개 근거는 아직 없다. 수미와 자포리자 공격 모두 '유도항공폭탄'으로만 발표됐고 정확한 형식과 중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FAB는 러시아의 고폭항공폭탄 계열을 가리키며 뒤의 숫자는 250㎏, 500㎏, 1,500㎏, 3,000㎏ 등 중량급을 나타낸다. 최근 전선에서 3t급까지 운용된다는 보도와 이번 개별 공격의 폭탄 형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오래된 폭탄에 날개와 항법장치를 붙이다
활공폭탄의 핵심은 폭탄 자체보다 투하 방식이다. 러시아는 기존 비유도 폭탄에 통합 활공·보정 모듈(UMPK)로 불리는 날개와 항법장치를 부착해 원거리에서 투하한다. 소련 시절의 '멍청한 폭탄'을 값싸게 유도무기로 바꾸는 방식이다. 영국의 국방·안보 연구기관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2025년 우크라이나 현지조사를 토대로, 폭탄 크기와 활공 효율에 따라 러시아 항공기가 전선에서 약 30~90㎞ 떨어진 거리에서도 투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단거리 방공망의 위험권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고도 큰 폭발력을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거리는 계속 늘어났다. 서방 공개출처 분석에 따르면 초기 UMPK의 투하 거리는 2023년 약 70㎞ 수준이었으나 날개와 투하 고도 개선으로 2026년에는 약 95㎞까지 확대됐다. 2025년 말에는 소형 제트엔진을 단 확장형 모듈(UMPK-PD)이 전장에서 확인됐으며, 최대 200㎞ 사거리가 보고됐다. 다만 러시아는 UMPK 제원을 공개하지 않으며, 이 수치들은 잔해 분석과 위성사진, 우크라이나 당국 발표를 종합한 추정치다.
투하 규모도 커졌다. 우크라이나 측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월 러시아가 투하한 활공폭탄은 5,700발을 넘어 월간 최고를 기록했다. 2025년 12월보다 26% 늘어난 규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7월 3일 러시아군이 전선 전역에서 하루 약 200발의 활공폭탄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우크라이나 군사분석가 콘스탄틴 마쇼베츠(Konstantin Mashovets)는 도네츠크주의 슬로뱐스크와 코스탼티니우카 축에 각각 하루 30~40발이 집중되며, 폭탄 중량은 250㎏급부터 3t급까지라고 설명했다. 이 수치들은 우크라이나 측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독립적인 전수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3t급 FAB-3000은 폭약만 약 1,400㎏을 담으며 파괴 반경이 최소 23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져도 폭발력으로 이를 상쇄하는 구조다. 특히 수미주에서는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 '완충지대'를 만들려는 목적으로 접경 마을과 물류 거점을 조직적으로 파괴하는 데 FAB-3000급 폭탄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우크라이나 측은 보고 있다.
RUSI의 잭 와틀링(Jack Watling)과 닉 레이놀즈(Nick Reynolds)는 활공폭탄이 우크라이나군에 상반된 선택을 강요한다고 평가했다. 드론과 포격을 피하려 견고한 고정 진지를 구축하면 대형 폭탄에 취약해지고, 폭탄을 피하려 분산·기동하면 다시 드론과 포격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대형 탄두의 파괴력만이 아니라 값싼 개조 방식과 반복 투하 능력이 전술적 효과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약점도 있다: 전자전과 위성항법 의존
활공폭탄이 만능은 아니다. UMPK는 위성항법시스템, 특히 글로나스(GLONASS) 신호에 의존하기 때문에 전자전에 취약하다. 신호가 교란되면 보조 관성항법장치가 비행 시간 동안 오차를 누적해 목표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다. 실제로 양측 전선에서 빗나간 UMPK 폭탄 잔해가 다수 발견됐다. 우크라이나는 재밍 체계와 분산·은폐 전술로 명중률을 떨어뜨려 왔고,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도 이 대응의 효과를 인정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물량이 방어를 압도한다. 단거리 방공체계와 휴대용 방공무기, 대공포는 대개 활공폭탄이 투하되는 거리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투하 항공기인 Su-34·Su-35를 격추하려면 장거리 방공망이나 전투기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의 요격 자산은 후방과 주요 기반시설 방어에 우선 배치돼 있다.
모스크바는 군사 표적을, 키이우는 민간 피해를 강조
러시아 국방부는 7월 11일 공습과 관련해 키이우의 드론 생산시설과 오데사주의 이즈마일·초르노모르스크 항만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미의 활공폭탄 피해 장소나 자포리자 공격의 표적·폭탄 형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7월 13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장거리 공격에 더 강하게 보복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공개 입장은 개별 활공폭탄 투하보다 우크라이나 장거리 공격에 대한 광범위한 보복 논리에 맞춰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피해와 방공망 부족을 전면에 내세웠다. 7월 11일 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y)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사일 12발과 드론 121대를 발사했으며, 일부 탄도미사일이 목표에 도달했다면서 방공 공백을 재차 지적했다. 7월 13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지의 연합' 회의에서 겨울을 앞두고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300발 규모의 방공 패키지를 동맹국에 요청했다. 수미주와 자포리자주 당국은 피해 장소에 민간인과 주택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밝힌 군사표적과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민간 피해는 같은 공습 국면에서 나온 설명이지만, 개별 폭탄의 목표와 명중 지점은 현장 감식 없이는 확정하기 어렵다.
주변국의 경계는 아직 드론·탄도미사일 쪽
우크라이나 인접국의 반응은 활공폭탄 자체보다 국경을 넘는 장거리 드론과 미사일 위험에 집중돼 있다. 7월 13일 몰도바 외교부는 러시아의 오데사주 공습 때 발사된 드론 1대가 자국 영토에 추락해 폭발한 사건을 "심각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활공폭탄은 주로 전선 가까운 우크라이나 영토를 겨냥하기 때문에, 주변국이 직접 대응하는 월경 위험은 현재 드론과 순항미사일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와 덴마크·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영국은 유럽 공동 탄도미사일 방어 역량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탄도미사일 요격체계가 활공폭탄 문제의 직접 해법은 아니다. 활공폭탄은 더 낮고 짧은 궤도로 전선에 접근하며, 대응의 초점도 폭탄 자체의 요격뿐 아니라 투하 항공기를 밀어낼 장거리 방공과 공대공 전력에 놓인다.
최근 공격은 러시아의 '대용량 폭탄' 사용을 하나의 단일 무기로 묶어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도 보여준다. 확인된 것은 수미의 유도항공폭탄 3발과 자포리자의 네 차례 공격, 그리고 민간인 사상과 주택 피해다. 3t급 FAB-3000을 포함한 대형 폭탄의 전선 운용은 별도의 군사 분석과 영상·잔해 확인을 거쳐야 한다. 다만 러시아가 250㎏급부터 수t급까지 선택할 수 있는 활공폭탄 체계를 월 수천 발 규모로 운용하고, 우크라이나가 투하 항공기를 충분히 밀어내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진다는 점은 우크라이나 측 발표와 복수의 군사 분석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출처
- Associated Press. "Russian attacks kill 6 and wound 29 as Ukrainian forces target oil tankers." 2026.07.11. https://apnews.com/article/russia-ukraine-war-missiles-drones-kyiv-578044d589f94cc985b699ffcf301297
- Associated Press. "Ukraine and 9 other countries announce a coalition to protect Europe from ballistic missiles." 2026.07.13. https://apnews.com/article/russia-ukraine-war-europe-coalition-putin-d813eb18fba24a57f7cb2000b302ef4d
- Kyiv Independent. "Russian guided bomb attack on Sumy kills 5, including child, injures 43." 2026.07.13. https://kyivindependent.com/russian-guided-bomb-attack-on-sumy-kills-4-including-child-injures-17/
- Kyiv Post. "Four Dead and Seven Injured as Russian Guided Bombs Hit Sumy." 2026.07.11. https://www.kyivpost.com/post/80084
- Le Monde. "How the Russian army lost its military advantage against Ukraine." 2026.07.03. https://www.lemonde.fr/en/international/article/2026/07/03/how-the-russian-army-lost-its-advantage-against-ukraine_6755124_4.html
- Joint Air Power Competence Centre. "Countering Russia's Glide Bomb Warfare in Ukraine." 2026.04. https://www.japcc.org/articles/countering-russias-glide-bomb-warfare-in-ukraine/
-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Tactical Developments During the Third Year of the Russo–Ukrainian War." 2025.02.14. https://www.rusi.org/explore-our-research/publications/special-resources/tactical-developments-during-third-year-russo-ukrainian-war
- Ukrainska Pravda. "Russians strike Zaporizhzhia and district with guided bombs: 12 injured, including child." 2026.07.13. https://www.pravda.com.ua/eng/news/2026/07/13/8043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