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동맹관계조약 체결... 상호방위 조약은 아냐
2026년 7월 30일 키르기스스탄 이식쿨주 촐폰아타에서 사디르 자파로프(Sadyr Zhaparov)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동맹관계조약’에 서명하고, 최고국가간협의회 설치와 국경·사회보장·교통·산업 협력을 포함한 양자문서 묶음을 채택했다. 이번 합의는 2023년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선언과 2022~2025년 국경 합의를 토대로 양국 관계를 정상 간 정치적 화해 단계에서 상설 조정기구와 개별 정책사업을 갖춘 동맹관계로 끌어올린 조치다.
관계 격상의 핵심은 ‘상설 조정기구’
동맹관계조약은 양국 정상이 공동으로 주재하는 최고국가간협의회(Supreme Interstate Council)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협의회는 정상 간 합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정부·부처·지방정부에 흩어진 공동사업의 우선순위와 집행을 조율하는 최상위 양자기구다. 기존에도 정부 간 위원회와 지방 간 협력체가 있었지만, 최고국가간협의회는 관계 격상을 제도화하고 주요 사업의 정치적 책임을 두 정상에게 직접 연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양국 대표단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12건의 문서를 교환했다. 공개된 목록에는 동맹관계조약 외에도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 일부 구간에 관한 조약, 차슈마(Chashma) 수원의 공동 이용 협정, 사회보험·연금 협력, 문화·관광·농업 분야 행동계획 등이 포함됐다. 따라서 이번 회담을 단순한 관계 격상 선언으로 보는 것은 불충분하다. 국경선, 수원, 연금 수급처럼 주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사안을 양자 법률문서와 집행계획으로 묶었다는 점이 실질적 성과다.
국경 합의는 ‘완전 해결 선언’보다 집행이 중요
양국 국경문제는 수십 년간 월경지, 도로, 농경지와 관개수 이용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이었다. 양국은 2022년 11월 약 302.29km 구간을 다룬 국경조약을 체결했고, 2025년 3월에는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정상이 후잔트에서 3국 국경 접점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같은 해 7월 이 조약을 비준했다.
7월 30일 새로 교환된 일부 국경구간 조약과 차슈마 수원 공동이용 협정은 남아 있던 생활권 문제를 더 세분화한 것이다. 국경선의 법적 획정만으로 주민 불편이 자동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검문소 운영시간, 소형 화물과 농산물 통관, 지방도로 사용, 수로 관리, 주민의 경작권과 보상기준이 후속 시행문서로 정리돼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국경 안정이 정치적으로 재확인된 만큼, 앞으로는 국경기관과 지방정부가 합의 내용을 실제 통행·관개 규칙으로 전환하는지가 성과를 가른다.
2025년 교역 15억 달러… 20억 달러 목표 제시
양국 발표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양국 교역은 최근 수년간 약 10배 증가해 2025년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에 이르렀다. 두 정상은 단기적으로 이를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상호 상품공급 확대, 수입대체형 공동생산, 양국 수도의 무역관·상설 전시장 운영 등이 논의됐다.
다만 ‘10배 증가’라는 표현은 출발연도를 명시해야 한다. 이는 최근 관계 개선 이전의 낮은 교역기반과 비교한 정치적 설명이며, 2025년 교역액 자체도 양국 통계기관의 집계방식과 재수출 포함 여부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목표치를 정부의 정책목표로, 실제 교역성과는 양국 세관 통계로 각각 구분해야 한다.
기업 협력 기반도 확대됐다. 라지즈 쿠드라토프(Laziz Kudratov·Лазиз Кудратов) 우즈베키스탄 투자산업통상부 장관은 7월 29일 비슈케크에서 열린 양국 비즈니스포럼에서 두 나라 자본이 참여한 합작기업이 약 450개라고 밝혔다. 이 수치는 양국 전체에 등록된 기업을 합산한 것으로, 실제 가동기업과 단순 등록기업은 구분되지 않는다. 양국은 이미 공동개발기금을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는 신규 협약 건수보다 기금이 실제로 집행한 프로젝트와 생산·고용 실적이 중요하다.
항공 15편·버스 5개 노선… 이동망 확대
정상회담 자료에는 양국 간 항공편을 주 15편 수준으로 늘리고 5개 버스노선을 운영하는 등 인적·물류 연결망이 확대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국경 안정과 경제협력의 체감도를 높이는 조치다. 항공편은 비즈니스와 관광 이동을 지원하고, 버스노선은 국경지역 주민과 소상공인의 생활권을 직접 연결한다.
장기적으로 가장 큰 물류사업은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 철도다. 이 노선은 중국 서부에서 키르기스스탄 산악지대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철도망으로 연결되는 구상으로, 완공될 경우 중앙아시아에서 중국과 서아시아를 잇는 새로운 축이 된다. 동맹관계조약과 최고국가간협의회는 사업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지만, 공사비와 차입조건, 궤간 전환, 산악구간 시공, 통관과 화물수요는 별도의 사업계약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상회담에서 철도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 것과 금융종결·공정률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연금협정은 국경을 오간 노동자의 권리와 연결
양국은 국가사회보험과 연금 분야 협력을 정상회담 문서에 포함했다. 양국 사회보장기관은 2025년부터 상대국에서 일한 기간을 연금 가입기간에 합산하고, 거주국과 관계없이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해 왔다. 이번 회담은 그 초안을 정상 차원의 양자문서로 끌어올린 계기다.
제도가 발효되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오가며 일한 노동자는 양국에서의 보험가입 기간을 합산해 수급자격을 판단받을 수 있다. 양국 기관은 중복 보험료 납부를 줄이고, 연금이 수급자에게 직접 지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왔다. 다만 실제 적용에는 협정의 비준·발효일, 과거 근무기간의 소급 인정범위, 환율과 지급통화, 자료교환 방식이 필요하다. 이는 ‘공개되지 않아 알 수 없는 내용’이 아니라 후속 행정협정에서 정해야 할 구체적 집행항목이다.
문화·관광·농산업 행동계획도 채택
양국은 2026~2027년 문화·관광·농산업 협력 행동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공동행사 개최, 관광상품과 지역노선 개발, 농산물 가공과 상호공급 확대를 일정표에 넣는 성격이다. 또한 자파로프 대통령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에게 키르기스스탄 최고 국가훈장인 마나스 훈장 1등급을 수여했다. 훈장 수여는 양국 관계개선을 이끈 미르지요예프의 역할을 키르기스스탄이 공식적으로 평가했다는 정치적 상징을 갖는다.
의의와 과제
이번 회담에서 합의된 것은 동맹관계의 법적 격상, 최고국가간협의회 설치, 일부 국경구간과 수원의 공동관리, 사회보험·연금 협력, 교역 20억 달러 목표, 산업·교통·문화·관광·농업 분야 행동계획이다. 반면 조약 전문이 모두 공개되기 전에는 자동 군사개입이나 공동방위 의무가 있는지 단정할 수 없다. 공개 발표의 중심은 정치적 지지와 경제·사회 협력이며, 나토식 집단방위조약으로 해석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후속 절차는 분명하다. 양국 의회가 조약과 협정을 비준하고, 최고국가간협의회와 정부 간 위원회가 사업별 책임기관·예산·일정을 정해야 한다. 국경기관은 통행과 수자원 운영규칙을, 사회보장기관은 가입기간 합산과 지급절차를, 교통·산업부처는 노선과 투자사업을 집행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경 갈등의 관리단계를 넘어 상설 제도와 주민생활 협력으로 관계를 확장했지만, 성과는 비준과 실제 집행에서 확인될 것이다.
출처
-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 정상회담 및 동맹관계조약 관련 발표, 2026년 7월 30일, https://president.uz/en/lists/news?menu_id=12
-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실, 사디르 자파로프·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정상회담 관련 발표, 2026년 7월 30일, https://president.kg/ru/news/
- Gazeta.uz, “Uzbekistan and Kyrgyzstan sign alliance relations treaty,” 2026년 7월 30일, https://www.gazeta.uz/en/2026/07/30/agreement/
- Kun.uz, “Uzbekistan and Kyrgyzstan agree to deepen strategic partnership; target $2 billion in bilateral trade,” 2026년 7월 30일, https://kun.uz/en/news/2026/07/30/uzbekistan-and-kyrgyzstan-agree-to-deepen-strategic-partnership-target-2-billion-in-bilateral-trade
- Kabar, “Around 450 joint ventures operate in Kyrgyzstan and Uzbekistan,” 2026년 7월 29일, https://en.kabar.kg/news/around-450-joint-ventures-operate-in-kyrgyzstan-and-uzbekistan/
- The AsiaN, “Kyrgyzstan, Uzbekistan to Set Up Supreme Interstate Council,” 2026년 7월 30일, https://theasian.asia/archives/204805
-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실, 3국 국경 접점 조약 비준 발표, 2025년 7월 18일, https://president.kg/ru/news/24/39363
-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Documents Signed will Further Strengthen Uzbek-Kyrgyz Relations,” 2023년 1월 27일, https://president.uz/en/lists/view/5845
- Kabar, “Kyrgyzstan, Uzbekistan agree on pension payment procedure,” 2025년 8월 18일, https://en.kabar.kg/news/kyrgyzstan-uzbekistan-agree-on-pension-payment-proced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