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TRIPP 실행 서두르는 아르메니아와 미국… 미국 74% 지분과 아르메니아 주권은 공존할 수 있나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6. 21:13

아르메니아와 미국이 남캅카스의 핵심 교통사업인 ‘트럼프 국제평화·번영 노선(TRIPP)’의 현장 실행을 서두르고 있다. 아르메니아 외교부는 8월 5일 아라라트 미르조얀 외무장관이 미국 대통령 평화특사실의 아리예 라이트스톤 선임고문, 트랜스카스피 기업기금의 콘스탄틴 소콜로프 회장과 만나 TRIPP 사업의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사업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TRIPP는 아르메니아 남부를 거쳐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는 복합운송 구상이다. 동시에 중앙아시아와 카스피해, 남캅카스, 유럽을 잇는 트랜스카스피 교통망의 일부로 설계됐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를 자국을 분쟁의 막다른 길에서 국제운송의 교차로로 전환할 사업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사업의 핵심은 철도와 도로의 개통 자체보다 운영구조에 있다. 아르메니아와 미국이 공개한 기본협정에 따르면 미국 측 사업법인은 TRIPP 개발회사 지분 74%를, 아르메니아는 26%를 보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초기 권리기간은 49년이며, 양측 합의로 50년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 시 아르메니아 지분은 49%까지 늘어나는 구조다.

 

미국 측이 지배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자본과 운영역량을 동원하기 위한 장치로 설명될 수 있다. 반면 아르메니아 내부에서는 외국 법인이 전략 교통로를 장기간 사실상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여지가 있다. 지분율만 보면 미국 측이 경영권을 행사하지만, 협정은 아르메니아가 자국 영토 내 모든 사업구역에서 완전한 주권을 유지한다고 명시한다. 국경통제와 세관업무, 치안, 법 집행은 아르메니아 당국의 책임으로 남고, 비상상황에서도 아르메니아 당국이 우선권을 갖도록 했다. 민간 보안인력을 배치할 경우에도 아르메니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TRIPP의 쟁점은 ‘주권을 넘겼는가’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법적 주권은 아르메니아에 남지만, 개발회사의 자금조달과 운영계약, 요금체계, 하청업체 선정 등 경제적 의사결정에서는 미국 측 지배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아르메니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보사항’의 범위가 넓다면 26% 지분만으로도 핵심 결정에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회사 정관과 주주협약이 중요한 이유다.

 

또 다른 변수는 국경절차다. TRIPP는 아제르바이잔과 나히체반 사이의 ‘장애 없는 연결’을 목표로 하지만, 이것이 아르메니아의 세관과 국경심사를 배제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본협정은 아르메니아가 국경과 세관 운영을 담당하고 물리적 통제시설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실제 경쟁력은 통제를 없애는 데서가 아니라 전자신고, 위험기반 검사, 화물추적과 같은 절차를 통해 통과시간을 줄이는 데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의 경제성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TRIPP가 중간회랑의 주요 노선이 되려면 아제르바이잔·나히체반·튀르키예 구간과의 연결뿐 아니라 조지아 경유 기존 노선보다 운송시간과 비용에서 경쟁력을 보여야 한다. 철도 규격과 환적, 보험, 통관, 국경시설, 화물 확보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아르메니아가 기대하는 통행료와 물류산업 수익도 실제 물동량에 좌우된다.

 

8월 5일 회동은 TRIPP가 외교선언에서 투자·운영 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업의 성패를 판단하려면 착공 발표보다 개발회사 정관과 주주협약, 사업구역, 총사업비, 조달계획, 국경운영 절차가 공개되는지를 봐야 한다. 미국의 지배지분과 아르메니아의 주권이 실무적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는 이 문서들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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