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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유라시아 톺아보기: 유라시아 각국 다변화의 구체화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8. 18:10

서로 다른 뉴스가 보여준 하나의 흐름

 

7월 유라시아에서는 성격이 다른 여러 뉴스가 이어졌다. 남캅카스에서는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 정상화와 교통 연결을 둘러싼 움직임이 이어졌고, 유럽연합(EU)은 대러시아 제재를 확대했다. 흑해에서는 카자흐스탄 원유를 운송하던 선박이 공격을 받았으며, 중앙아시아에서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 건설이 진전됐다. 러시아에서는 금리와 연료시장, 노동력 부족이 다시 주요 경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서로 다른 분야의 뉴스지만 함께 놓고 보면 한 가지 흐름이 보인다. 유라시아 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교역과 투자, 물류와 외교 관계를 다변화해 왔다. 전쟁과 이후 러시아-서방 관계의 장기적인 경색은 이러한 움직임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 필요성과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였다. 7월에는 오래 이어져 온 다각화가 금융과 에너지, 철도와 교역, 제도 등 여러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평화 이후를 준비하는 연결

 

7월 아르메니아 정부는 미국과 추진하는 TRIPP(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 전략협력 기본협정의 국내 비준 절차를 시작했다. TRIPP는 아르메니아 남부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나히체반을 연결하는 구상이다. 규모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아제르바이잔산 석유제품이 아르메니아로 공급되고, 러시아 등 제3국에서 출발한 화물이 아제르바이잔을 거쳐 아르메니아로 이동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 움직임은 최종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2025년 8월 평화협정 문안을 가서명했지만 최종 서명과 비준에는 이르지 못했고, 국경 획정과 국내정치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따라서 경제·교통 분야의 연결이 확대된다고 해서 평화가 정착됐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교역과 물류가 먼저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관계 정상화의 기반을 넓힌다는 의미가 있다. 기업이 거래하고 화물이 오가기 시작하면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이익을 얻는 이해관계자도 늘어난다. 경제적 연결이 평화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향후 평화를 뒷받침할 여러 기반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 TRIPP 역시 현재로서는 완성된 회랑보다 제도화 과정에 가깝다. 7월의 변화는 새로운 길이 이미 열렸다는 것이 아니라 외교적 구상이 국내 비준과 사업구조 설계 단계로 넘어갔다는 데 있다. 정치적 평화 프로세스가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경제·교통 분야의 연결은 별도의 속도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는 셈이다.

 

제재는 러시아 밖의 금융행동도 바꾼다

 

EU가 7월 발표한 제21차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는 러시아 금융기관과 에너지 부문뿐 아니라 EU가 제재 회피나 대체 결제망과 연계됐다고 판단한 제3국 은행과 암호자산 서비스까지 규제 범위를 넓혔다. 중요한 것은 제재 명단의 숫자보다 은행들의 행동이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중앙아시아 은행들은 동시에 국제 금융망과도 연결돼 있어 제재 위험이 높아지면 법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거래까지 보수적으로 심사하거나 중단할 유인이 생긴다. 이러한 압력은 21차 제재 이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국영은행들은 6월 제재 리스크를 이유로 130개가 넘는 기업과 거래관계를 중단한 것으로 현지 국영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7월 제재의 직접적인 결과는 아니지만,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금융적 단절이 주변국 은행의 실제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이를 중앙아시아의 '탈러시아'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여전히 무역과 노동이주, 송금과 금융에서 중요한 상대다. 현실적인 문제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국제 금융망과의 연결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가깝다.

 

오래된 길 너머 새로운 길을 찾다

 

7월 19일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인근 CPC 해상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하던 선박 두 척이 무인기 공격을 받았고 선적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일부 원유 생산을 조정해야 했다. 흑해에서 발생한 사건의 영향이 카자흐스탄 유전까지 이어진 것이다. 카자흐스탄에는 중국 방향 파이프라인과 카스피해 항만, 철도 등 다른 수출로도 있다. 문제는 규모다. CPC는 카자흐스탄 원유 수출의 약 80%를 담당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다른 경로가 존재하더라도 같은 물량을 단기간에 흡수하기 어려운 이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카자흐스탄의 수출 다각화를 새로 만든 사건이 아니다. 다만 흑해와 러시아 경유 인프라의 불확실성을 높여 기존 전략의 필요성을 더 크게 만들었다. 현실적인 목표도 CPC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경로의 처리능력을 키워 선택지를 늘리는 데 가깝다.

 

오래된 계획이 실제 철도로 옮겨가다

 

키르기스스탄 교통당국은 7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 철도가 본격적인 건설 단계에 들어갔다고 밝혔고, 세관당국도 공사용 자재와 장비의 통관 절차를 협의했다. 7월의 의미는 오래 준비된 사업이 실제 공사와 행정 절차의 단계로 더 깊이 들어갔다는 데 있다. CKU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등장한 사업이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논의됐지만 노선과 비용, 자금조달 문제로 실제 건설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쟁과 러시아-서방 관계 경색은 이 사업을 처음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특정 수송축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선택지를 늘려야 한다는 기존 요구의 중요성을 더 키웠다. CKU를 중간회랑(TITR)이나 TRIPP와 하나의 사업처럼 묶을 수는 없다. 각각의 노선과 참여국, 사업구조가 다르다. 다만 여러 방향의 운송 선택지를 확보하려는 흐름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새 철도가 기존 북부회랑을 곧바로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건설비와 운송비, 궤간 차이, 환적과 통관 같은 병목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7월 CKU에서 주목할 점은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연결 다각화가 실제 인프라로 조금씩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 강한 고용 뒤에 커지는 제약

 

7월 러시아 경제는 서로 모순돼 보이는 지표가 함께 나타났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4.25%에서 14.00%로 낮추면서 2026년 GDP 성장률을 0~1%, 물가상승률을 6~7%로 전망했다. 별도로 중앙은행이 31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7월 거시경제 설문에서도 전문가들의 GDP 성장률 전망 중앙값은 0.6%에 그쳤다. 1/4분기 GDP도 로스스타트 발표를 인용한 러시아 언론 보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일부 활동지표가 2/4분기에 개선됐지만 이를 안정적인 성장세 회복으로 읽기는 어렵다.

 

노동시장도 표면과 내부 사정이 다르다. 같은 전문가 설문에서 2026년 평균 실업률 전망은 2.2%에 불과했지만 명목임금은 10.2%,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도 4.1%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은 가계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러시아 중앙은행은 인력 부족과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상승을 공급 제약과 물가압력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성장률은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노동시장은 여전히 빠듯하고 임금은 두 자릿수로 오르는, 다소 이례적인 조합이다.

 

여기에 7월 연료시장 문제가 겹쳤다. 7월 25일 알렉산드르 노박(Aleksandr Novak) 러시아 부총리는 휘발유 수출 금지를 생산자와 비생산자 모두에 대해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반면 디젤 수출 제한은 시장이 회복되는 상황에 맞춰 해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도 연료가격 상승을 물가 위험으로 지목했다.

 

성장세가 약하면 금리를 더 내릴 유인이 생기지만, 임금과 연료가격, 재정지출이 물가압력을 높이면 빠른 통화완화에는 제약이 생긴다. 이는
단순히 '경기 둔화 대 물가'의 양자택일이라기보다, 공급 제약과 재정·가격 요인이 동시에 통화정책의 속도를 제한하는 상황에 가깝다. 따라서 러시아 경제를 '붕괴'나 '건재'라는 한 단어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경제활동은 계속되지만 성장률은 정체에 가깝고, 낮은 실업률 뒤에는 노동력 부족이라는 공급 제약이 있으며, 높은 임금 상승과 연료가격은 물가압력을 키우고 있다. 7월의 핵심은 성장과 물가, 노동력과 연료시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해 정책 선택의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맺음말

7월의 다섯 사례는 분야도 국가도 서로 다르다. 그러나 함께 보면 오래전부터 진행돼 온 유라시아의 다각화가 최근의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러한 움직임을 처음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전쟁과 이후 러시아-서방 관계의 경색은 기존 다각화의 필요성과 정책적 우선순위를 높였고, 각국은 이를 금융과 에너지, 철도와 교역, 제도 등 보다 다양한 수단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의 변화를 '러시아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카자흐스탄은 CPC를 계속 필요로 하고, 중앙아시아 금융기관들은 러시아와의 거래를 이어가야 하며, 새로운 철도 역시 기존 북부 수송망을 당장 대체하기 어렵다. 남캅카스에서도 경제적 연결이 확대되고 있지만 정치적 평화 프로세스는 아직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나타나는 다각화는 기존 연결을 끊고 새로운 연결로 갈아타는 과정이라기보다, 기존 연결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를 늘리는 과정에 가깝다. 7월은 이러한 변화가 여러 분야에서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한 달이었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

 

1. 정부·공공기관 등 1차 자료

2. 현지 언론·국영통신사

3. 기업·연구기관 자료

4. 국제·러시아 언론 교차검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