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후 프로젝트는 두 배, 거래는 42% 감소… 탄소시장을 움직이는 사할린 변수
- 2026년 8월 1일 기준 러시아의 등록 기후프로젝트는 127개, 계획 발행잠재량은 1억900만 단위 이상, 유통 중 탄소단위는 3,760만 단위로 집계
- 2026년 1~7월 거래계약 물량은 7만4,100단위로 전년 동기보다 약 41.6% 줄었고, 사할린 실험의 탄소단위 수요도 12만4,700단위에서 6만8,100단위로 감소
- 등록·계획발행·유통·거래·상쇄는 서로 다른 단계이며, 거래 감소 역시 쿼터초과 기업 감소와 맞물려 있어 곧바로 시장 붕괴나 정책 실패로 단정할 수 없어
2026년 8월 26일 러시아에서 SIBUR와 회계·컨설팅업체 Kept, 러시아 탄소단위등록부가 공동으로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등록된 기후프로젝트는 127개로 1년 전의 두 배가 됐다. 이 프로젝트들이 앞으로 발행할 것으로 계획한 탄소단위 잠재량은 1억 900만개를 넘어 19% 증가했고, 등록부에서 유통 중인 탄소단위도 3,760만개에 이르렀다. 반면 2022년 시장 출범 이후 거래에 포함된 누적 물량은 28만 6,000개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공급과 프로젝트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시장수요는 아직 제한적인 구조다.
이 숫자를 단순히 ‘3,760만개를 발행했는데 28만 6,000개밖에 팔리지 않았다’고 읽으면 통계의 단계가 뒤섞인다. 기후프로젝트 등록, 장래 발행계획, 실제 발행, 등록부상 유통, 거래, 상쇄·소각은 서로 다른 단계다. 유통 중인 탄소단위가 모두 판매를 기다리는 재고라는 근거도 없다. 기업은 향후 의무이행이나 자사 제품의 탄소발자국 상쇄, 자체 기후목표를 위해 단위를 보유할 수 있다. 따라서 유통량과 거래량을 단순 나눠 ‘거래율’을 확정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올해 거래 자체는 줄었다. 보고서와 현지 분석에 따르면 2026년 1~7월 거래계약이 포함한 물량은 7만4,100단위로 전년 같은 기간 12만6,900단위보다 약 41.6% 감소했다. 감소의 핵심 배경 가운데 하나는 사할린 탄소중립 실험이다. 이 제도에서는 배출쿼터를 초과한 기업이 탄소단위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데, 쿼터초과 기업 수가 12곳에서 4곳으로 줄고 초과배출량도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의무구매 수요가 함께 줄었다.
사할린의 수요 감소는 두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거래시장만 보면 가장 확실한 구매자층이 줄었다는 의미이므로 유동성에는 부정적이다. 그러나 기업이 실제 배출량을 줄여 할당범위 안으로 들어온 결과라면 정책의 환경목표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 공개자료만으로 초과배출 감소가 생산감소, 공정개선, 에너지효율 투자, 쿼터조정 가운데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는 기업별로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거래량 감소만으로 탄소제도가 실패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러시아 탄소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의무수요가 아직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사할린 외 지역의 탄소단위 구매는 기업의 자발적 기후목표와 제품 상쇄, 향후 규제변화에 대한 대비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2026년에는 개인의 탄소발자국 상쇄나 제품 단위 상쇄 같은 소매형 거래도 나타났지만 공개된 물량은 220단위에 불과했다. 공급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어도 구매해야 할 법적 필요나 명확한 경제적 보상이 크지 않으면 거래량은 따라오기 어렵다.
국제시장과의 연결 여부도 중요한 변수다. 러시아는 자국 탄소단위를 국제항공 탄소상쇄제도인 CORSIA에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인증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 승인이 이뤄지면 러시아 밖에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8월 27일 기준 최종 승인 여부와 적용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9월부터 승인된 방법론 사용이 의무화될 예정이라는 점도 프로젝트 품질과 비교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가 새로운 구매자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보고서는 러시아 탄소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붕괴했다는 것을 보여주기보다, 공급 기반이 수요보다 훨씬 빠르게 확대되는 초기시장의 특징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숫자와 발행가능량은 늘고 있지만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사할린의 의무수요와 기업의 자발적 구매, 앞으로의 국제인증 여부다. 향후 시장의 성장을 판단하려면 탄소단위 발행량보다 거래가격, 장외·거래소 비중, 실제 구매자 수, 상쇄물량과 의무수요 확대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편 이번 연례보고서는 등록부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동 발행 주체 중 SIBUR는 다수의 기후프로젝트를 보유한 시장 참여자이고 등록부 운영기관도 시장 인프라의 당사자다. 따라서 핵심 수치는 활용하되 보고서를 독립적인 학술평가와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탄소시장의 성과를 평가하려면 규제당국 자료와 거래소 통계, 기업별 배출·상쇄 자료를 추가로 대조할 필요가 있다.
출처
- SIBUR·Kept·러시아 탄소단위등록부, 「СИБУР, Kept и Российский реестр углеродных единиц представили второй ежегодный обзор российского углеродного рынка」, 2026-08-26
https://www.sibur.ru/ru/press-center/news-and-press/sibur-kept-i-rossiyskiy-reestr-uglerodnykh-edinits-predstavili-vtoroy-ezhegodnyy-obzor-rossiyskogo-u/ - Kept, 러시아 탄소시장 연례보고서 PDF, 2026-08
https://assets.kept.ru/upload/pdf/2026/08/ru-russian-carbon-market.pdf - Kommersant, 「Объем сделок на углеродном рынке России сократился вдвое」, 2026-08-26
https://www.kommersant.ru/doc/8908309 - NIA Ecology, 「В России выпустили 37,6 млн углеродных единиц, но в сделки вошло 286 тыс」, 2026-08-26
https://nia.eco/2026/08/26/1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