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묶인 러시아가 왜 쿠릴을 무장하나… 동북아에서 선택적으로 커지는 군사적 존재감
- 러시아는 8월 동해·오호츠크해·북서태평양에서 1만 3,000명 이상이 참가한 태평양함대 훈련을 실시했고, 푸틴 대통령 개인의 첫 쿠릴열도 방문과 남쿠릴 인근 미사일훈련, 대잠항공 활동이 잇따라
- 일본 방위성은 우크라이나 전쟁 뒤 이투루프·쿠나시르의 S-300V4가 제거됐다고 평가하는 반면, 태평양함대의 전략핵잠수함과 공격잠수함 현대화, 쿠릴 연안대함미사일 배치는 계속됐다고 집계
- 8월 25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을 이 일련의 활동과 직접 연결할 증거는 없지만, 러시아 극동군의 해·공군 활동범위와 한국 동쪽 KADIZ가 반복적으로 접한다는 점에서 한국에도 지속적인 식별·감시 부담을 만들어
8월 25일 한국 동해상에서 러시아 군용기 수 대가 울릉도·독도 인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왔다가 이탈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진입 이전부터 항적을 탐지하고 공군 전투기를 투입했으며, 대한민국 영공 침범은 없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는 항공기 4대가 거론됐지만 합참이 공개한 표현은 ‘수 대’였고 기종과 임무는 공개되지 않았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이지 주권이 미치는 영공은 아니다. 러시아도 한국이 설정한 KADIZ의 국제법적 통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건은 ‘영공 침범’이 아니라 ‘한국 측에 사전 통보 없이 이뤄진 KADIZ 진입’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비행만 떼어놓으면 러시아의 KADIZ 진입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다. 국방부가 2024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기는 2020~2023년에 사전 정보공유 없이 KADIZ에 약 50차례 들어왔다. 연도별로는 2020년 10회 미만, 2021년 10여 회, 2022년 20여 회, 2023년 10여 회였다. 별도의 2022년 국정감사 자료에서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10여 회, 2019년 20여 회, 2020년과 2021년 각각 10여 회로 집계됐다. 두 자료는 작성시점과 집계표현이 다르므로 하나의 연속된 정밀 시계열처럼 합쳐 계산하지 않는다. 군은 한 대가 짧게 진입하는 통상적 사례를 매번 공개하지 않고, 여러 대의 동시비행이나 깊숙한 진입, 중·러 연합활동처럼 이례적인 경우를 주로 알린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전략적 의미를 판단하려면 진입 자체의 횟수보다 같은 시기 러시아 극동에서 어떤 군사활동이 진행됐는지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태평양함대는 8월 4일 동해·오호츠크해·북서태평양에서 올해 작전·전투훈련의 핵심행사로 규정한 대규모 훈련을 시작했다. 태평양함대 발표를 전한 Interfax에 따르면 수상함·잠수함·지원함 약 60척, 항공기·헬기와 해군항공 무인기 약 30대, 병력 1만 3,000명 이상이 참가했다. 훈련목적에는 러시아 극동의 해상경계와 도서·연안지역 방어, 정밀무기와 현대 장비의 통합 운용이 포함됐다.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서태평양이 같은 훈련의 활동범위에 포함됐다는 점은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이 해역들을 상호 연결된 극동 작전환경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 대통령은 12일 미사일순양함 바랴그에서 훈련 최종단계를 직접 참관했다. 그는 이런 훈련이 함대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이익과 안보를 보호하며 이 지역의 ‘러시아 군사 구성요소 전체’를 개선하는 데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험도 훈련과 전력발전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푸틴 자신이 극동의 군사활동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러시아 안보와 군사태세 개선에 연결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번 특집의 중요한 기준선이 된다.
다음 날 푸틴은 태평양함대 사령관 등이 참석한 동부국경 안전보장회의를 연 뒤 이투루프를 방문했다.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일본이 에토로후라는 이름으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섬이다. 푸틴이 쿠릴열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러시아 정상의 첫 방문은 아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이 2010년 쿠나시르를 방문했다. 푸틴의 공개일정도 수산가공시설·병원·학교와 주민 면담이 중심이어서 이를 미사일부대 점검을 위한 군사방문으로 규정할 근거는 없다. 다만 태평양함대 훈련 참관과 동부국경 안보회의 직후 분쟁도서를 찾았다는 일정은 러시아가 극동의 군사안보와 영토의 실효지배를 같은 순방에서 함께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대사를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이투루프 방문 일주일 뒤인 20일에는 남쿠릴 인근에서 실제 대함미사일 사격이 실시됐다. 태평양함대 발표에 따르면 바랴그는 Vulkan 미사일 2발을, 핵추진 잠수함 옴스크는 Granit 미사일을 일제사격했고, Bastion 연안미사일 부대는 쿠릴열도 내 한 섬의 해안에서 Oniks 미사일을 발사했다. 해군항공이 표적정보를 제공했고 가상 함정집단은 300㎞ 이상 떨어져 있었다. Interfax와 Anadolu Agency의 보도에서 핵심 구성은 일치한다. 러시아 발표는 Bastion의 정확한 발사섬을 공개하지 않았으므로 이투루프 발사로 확정할 수 없다. 확인되는 것은 수상함·핵추진 잠수함·연안미사일과 항공 표적획득을 결합한 대함타격훈련이 남쿠릴 인근에서 실시됐다는 사실이다.
25일에는 태평양함대의 Tu-142 대잠초계기들이 동해·오호츠크해·쿠릴열도 해협과 인접 북서태평양에서 잠수함 탐색훈련을 실시했다. 레이더와 수중음향 탐지장비를 함께 운용했다. 같은 날 KADIZ에 들어온 러시아 군용기의 기종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활동을 같은 비행으로 연결할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시기에 러시아의 해·공군 활동이 동해와 쿠릴해협, 오호츠크해, 북서태평양에서 연이어 확인됐다는 사실은 이번 KADIZ 진입의 배경을 평가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러시아가 쿠릴 일대의 군사태세를 중시하는 이유는 일본과의 영토분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일본 방위성이 2026년 6월 공개한 자료는 러시아 관점에서 쿠릴·치시마 열도가 오호츠크해에서 활동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보호하고,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력 수상함이 태평양으로 진출할 통로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일본 방위성은 냉전기부터 사용돼 온 ‘바스티온’ 개념을 원용해 오호츠크해의 SSBN 활동구역을 연안·해군·항공전력으로 보호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영토분쟁 당사국인 일본 정부의 전략평가라는 한계는 있지만, 실제 쿠릴 연안미사일 배치와 태평양함대의 수중전력 현대화 흐름은 이 분석과 정합적이다.
연안대함미사일망은 2026년에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러시아는 2016년 이투루프에 Bastion, 쿠나시르에 Bal을 배치했다. 2021년에는 쿠릴열도 중부의 마투아에, 2022년에는 북부 파라무시르에 Bastion을 전개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방위성의 2026년 6월 배치표에는 2025년 우루프에도 연안대함미사일 전력이 배치된 것으로 표시돼 있다. 다만 우루프의 2025년 배치는 이번 조사에서 러시아의 별도 공개발표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일본 방위성 집계로 한정해 읽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연안 접근거부 전력이 남쿠릴뿐 아니라 쿠릴열도의 중·북부까지 배치된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잠수함 전력의 현대화도 이어졌다. 일본 방위성은 태평양함대의 네 번째 Borei급 전략핵잠수함이 2023년 극동에 도착했고, 2024년 9월에는 다섯 번째 Borei급 전략핵잠수함과 두 번째 Yasen-M급 핵추진 순항미사일 잠수함, 같은 해 12월에는 네 번째 개량 Kilo급 잠수함이 도착했다고 집계한다. 이 수치는 일본 방위성의 전력평가에 따른 집계지만, 적어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동안 태평양함대의 전략핵잠수함과 수중전력 현대화가 중단되지 않았다는 판단의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를 러시아 극동군의 ‘전면 증강’으로 부르면 중요한 반대증거를 놓친다. 러시아는 2020년 이투루프와 쿠나시르에 S-300V4 장거리 방공체계를 배치했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방위성은 2026년 자료에서 두 섬의 S-300V4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제거된 것이 확인됐다고 평가한다. 같은 자료는 이 장비가 우크라이나로 이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러시아가 이전 사실을 공식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극동의 재래식 방공태세에도 비용을 부과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따라서 현재 변화는 모든 극동 전력을 동시에 늘리는 방식보다 우선순위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일부 도서의 방공전력은 줄었지만, 오호츠크해에서 활동하는 전략핵잠수함 전력 자체와 이를 지원·보호하는 데 기여하는 공격잠수함, 연안대함미사일, 태평양함대 수상전력과 대잠항공은 유지되거나 현대화됐다. 일본 방위성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전력이 손실된 러시아가 핵전력 의존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오호츠크해의 전략잠수함 활동구역을 보호하기 위해 새 SSBN과 쿠릴 일대의 군사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극동 전면 증강’보다 ‘핵·해양 중심의 선택적 강화’라는 표현이 더 방어 가능한 이유다.
중국과의 군사협력도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군사적 가시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일본 방위성은 중·러 폭격기 공동비행이 2019년부터, 해군 공동순찰은 2021년부터 이어지고 있다고 정리한다. 실제로 2026년 6월 27일에는 중·러 폭격기·전투기 등 10여 대가 약 4시간 동·남해 KADIZ에 순차 진입했다. 영공 침범은 없었지만 한국군은 진입 전부터 식별해 전투기를 투입했다. 다만 이런 공동활동이 러시아의 군사능력을 어느 정도 ‘증폭’하는지를 정량화할 자료는 없으며, 중·러를 공식 군사동맹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 확인되는 것은 양국의 공동비행·공동순찰이 반복되고 활동범위가 동해와 서태평양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번 KADIZ 진입을 받아들일 때도 이 층위를 구분해야 한다. 러시아의 진입 자체는 반복적이며 곧바로 대한국 공격준비나 고강도 도발을 뜻하지 않는다. 2025년 3월에는 러시아 군용기가 열흘 동안 8차례 KADIZ에 들어오고 영공 외곽 약 20㎞까지 접근했으며 교신에도 응하지 않아 국방무관이 초치됐다. 2019년에는 러시아 A-50이 실제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총 7분간 침범해 한국 공군이 약 360발을 경고사격했다. 이에 비하면 2026년 8월 25일 사건은 영공 침범도, 이례적인 근접비행 발표도 없는 낮은 단계의 사례다.
그럼에도 한국은 쿠릴 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러시아 극동전략을 외면하기 어렵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해군항공의 실제 훈련범위가 동해·오호츠크해·쿠릴해협·북서태평양을 반복적으로 포함하고 있고,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도 여러 해에 걸쳐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 KADIZ가 러시아의 ‘작전공간에 포함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양측의 감시·식별 공간이 반복적으로 접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군에는 러시아 군용기의 기종과 의도를 조기에 식별하고 영공 침범이나 우발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지속적인 감시부담으로 돌아온다.
8월의 사건들을 하나의 명령이나 작전으로 묶을 증거는 없다. KADIZ 진입기가 Tu-142였는지도, 푸틴의 이투루프 방문이 일주일 뒤 미사일사격을 직접 지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규모 태평양함대 훈련, 푸틴의 아시아·태평양 안보 관련 발언, 동부국경 회의와 첫 쿠릴 방문, 남쿠릴 인근 미사일사격, 쿠릴·오호츠크해·동해 대잠활동이 짧은 기간에 이어진 사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도 극동의 핵·해양전력을 낮은 우선순위로 밀어두지는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릴열도는 러일 영토분쟁의 상징이면서, 일본 방위성의 분석처럼 오호츠크해 전략핵잠수함 활동구역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지리적 외곽선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동북아에서 유지하려는 것은 모든 분야의 압도적 군사우위라기보다, 핵·해양전력을 중심으로 자신을 무시하기 어려운 지역 군사행위자로 남게 하는 능력에 가깝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
- 러시아 대통령실, 「Учения Тихоокеанского флота」, 2026-08-12
https://kremlin.ru/events/president/news/80512 - Interfax, 「ТОФ проведет маневры с участием подлодок, кораблей, авиации и более 13 тыс. военных」, 2026-08-04
https://www.interfax.ru/russia/1107267 - Interfax, 「Путин заявил, что учения ТОФ нужны для защиты интересов страны и ее безопасности」, 2026-08-12
https://www.interfax.ru/russia/1108832 - 러시아 대통령실, 「Совещание по обеспечению безопасности восточных границ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2026-08-13
https://special.kremlin.ru/events/president/news/80522 - 러시아 대통령실, 「Владимир Путин посетил остров Итуруп」, 2026-08-13
https://kremlin.ru/events/president/news/80523 - Reuters, 「Putin visits disputed island near Japan, drawing Tokyo's ire」, 2026-08-13
https://www.reuters.com/world/russias-putin-visits-disputed-kuril-islands-samples-fish-roe-media-say-2026-08-13/ - Reuters, 「Russia's Medvedev visits disputed Kurile islands」, 2010-11-01
https://www.reuters.com/article/markets/stocks/russias-medvedev-visits-disputed-kurile-islands-idUSLDE69U0KY/ - 일본 외무성, 「President Putin's Visit to the Northern Territories (Statement by Foreign Minister MOTEGI Toshimitsu)」, 2026-08-13
https://www.mofa.go.jp/press/statement/pageite_000001_01767.html - Interfax, 「Силы ТОФ РФ на учениях провели практические ракетные стрельбы в районе Южных Курил」,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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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terfax.ru/russia/1111060 - 일본 방위성, 「Development of Russian Armed Forces in the Vicinity of Japan」, 20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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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emoscowtimes.com/2023/09/01/russia-moves-missile-systems-from-island-chain-claimed-by-japan-reports-a82331 - 동아일보, 「[단독]러 군용기 4대, 동해 KADIZ 무단 진입」, 2026-08-26
https://www.donga.com/news/Politics/article/all/20260826/134543621/2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국방부, 「국방부, 중‧러 군용기 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 및 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에 대해 엄중 항의」,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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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4154300001
- , 「군 “지난해 中군용기 70여회 KADIZ 진입…러 군용기 10여회”」, 2022-10-03
https://www.yna.co.kr/view/AKR20221003040151504 - , 「러 군용기 영공 20㎞ 밖까지 접근…열흘간 8번 KADIZ 진입」, 2025-03-20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0151151504 - , 「중·러 군용기 10여대 KADIZ 진입…공군 전투기 출격 대응」, 2026-06-27
https://www.yna.co.kr/view/AKR20260627030652504 - , 「긴박했던 7분…러 조기경보기 영공 침범에 軍 360여발 경고사격」, 2019-07-23
https://www.yna.co.kr/view/AKR2019072310135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