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테러 대응·연결성’, 다른 상대… SCO는 인도·파키스탄 갈등을 어떻게 문서화했나
- 인도와 파키스탄은 모두 테러와 연결성을 강조했지만, 인도는 테러 대응의 국가적 이용·주권 조건을, 파키스탄은 아프간발 테러·인더스수자원조약·CPEC을 앞세워
- 비슈케크 선언은 특정 상대국을 지우고 테러의 모든 형태 규탄·이중기준 반대와 일반적 도로·철도·물류 협력으로 문안을 일반화
- 파키스탄의 수자원 요구와 양국의 특정 프로젝트·책임공방은 공동합의로 이어지지 않았고, 각국은 별도의 제도·의장국 성과를 확보
- SCO는 양국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충돌하는 국가주장을 10개 회원국이 서명할 수 있는 최소공통분모의 언어로 바꾸는 역할
인도와 파키스탄은 2017년 동시에 SCO 정회원이 됐다. 두 나라는 핵보유국이자 오랜 분쟁 당사국이며 테러, 카슈미르, 수자원, 교통회랑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안보인식을 갖고 있다.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도 이런 차이는 그대로 드러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안보·연결성·기회를 뜻하는 Security–Connectivity–Opportunity를 중심으로 연설했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테러 대응과 연결성을 강조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이용하는 무장세력과 수자원 문제,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을 앞세웠다. 결과적으로 두 정상은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제를 말했다. 그리고 SCO 최종문서는 양국의 구체적인 상대국과 분쟁을 지운 뒤 모든 회원국이 합의할 수 있는 일반 원칙으로 표현을 바꿨다.
인도, 테러의 ‘이중기준’과 국가적 이용을 문제 삼다
모디 총리는 테러를 단순히 개별 공격이나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조달, 모집, 급진화, 은신처까지 포함한 전체 생태계의 문제로 규정했다. 테러 대응에 대해 이중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되며, 어느 국가도 테러조직을 전략적 자산이나 국가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도 강조했다.
이 발언은 파키스탄을 직접 지목하지 않았지만 인도가 오랫동안 제기해온 대파키스탄 안보문제와 겹친다. 인도는 파키스탄 영토에서 활동하거나 지원받는다고 보는 무장조직 문제를 국제무대에서 반복적으로 제기해왔다.
비슈케크 선언에는 인도가 강조한 원칙과 높은 수준으로 일치하는 문구가 들어갔다. 회원국들은 테러의 모든 형태를 규탄하고 테러 대응에서 이중기준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테러·분리주의·극단주의 단체를 사익을 위해 이용하는 시도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선언은 파키스탄이나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SCO가 인도의 대파키스탄 주장을 공식 채택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인도가 제시한 원칙이 공동선언의 일반적 테러 문구와 높은 정합성을 보였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연결성에서도 인도는 ‘조건’을 달았다
인도는 역내 교역과 연결성 확대 자체에는 찬성했다. 다만 모든 연결사업이 국가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건을 반복했다. 이 조건은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과 연결된다. CPEC 일부 구간은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파키스탄 통제 카슈미르를 지나기 때문에 인도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CPEC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비슈케크 선언은 도로와 철도, 복합운송, 물류센터, 디지털 통관과 스마트세관 등 역내 연결성 확대를 지지했다. 그러나 운송 분야에서 인도가 강조한 주권 조건을 핵심 합의로 별도 반복하지는 않았다. 선언의 일대일로 지지 문단에서도 중국을 제외한 비중국 회원국 가운데 인도만 지지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연결성에서 인도는 공동사업 확대에 참여하면서도 일대일로·CPEC과 관련한 기존 법적·외교적 조건을 유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도가 얻은 구체적인 성과는 문명·청년교류
인도가 주장할 수 있는 보다 분명한 조직 내 성과는 안보보다 인적·문명교류 분야에서 확인된다. 비슈케크 선언은 2026년 가을 인도에서 첫 SCO 문명대화포럼을 개최하는 것을 환영했다. Young Scientists Forum의 정례 개최와 Young Authors’ Conference 등 청년교류 프로그램의 역할도 명시했다.
인도 정부는 영어를 SCO 헌장의 공식언어에 포함하는 조치도 이번 정상회의 성과로 공식 발표했다. 다만 SCO 사무국은 헌장 개정 의정서가 승인됐다는 사실만 공개했을 뿐 현재 공개 검색으로 해당 의정서 전문을 확인하기 어렵다. 기존 SCO 헌장 제20조는 중국어와 러시아어를 공식·업무언어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23조는 헌장 개정이 별도 의정서로 이뤄지고 헌장 제21조의 발효절차를 따르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기사에서는 영어 추가를 인도 정부가 ‘채택 성과’로 발표했다는 사실까지만 적고, 정확한 개정 문구와 법적 발효시점은 확인 보류로 둔다.
인도 국내에서는 SCO를 단순한 대파키스탄 외교무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와할랄네루대의 중앙아시아 연구자 굴샨 사치데바는 SCO가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이란까지 하나의 틀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플랫폼이라며 인도가 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전직 인도군 중장 시드 아타 하스나인도 인도의 SCO 참여를 반서방 정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파키스탄 때문에 인도가 중앙아시아로 직접 육상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이란 차바하르항과 국제남북운송회랑, 디지털·서비스 연결 같은 우회수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파키스탄, 테러 문제보다 더 직접적으로 ‘물’을 꺼냈다
샤리프 총리 역시 테러 대응을 핵심 안보의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도와 달리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이용해 자국을 공격하는 무장세력 문제를 전면에 올렸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내 무장조직의 활동과 국경을 넘는 테러가 자국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해왔다. 샤리프는 비슈케크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영토가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비슈케크 선언은 아프가니스탄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이며 평화롭고 테러·전쟁·마약으로부터 자유로운 국가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형태의 테러와 국경간 테러 이동도 규탄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 문제 삼은 특정 무장조직이나 파키스탄을 겨냥한 공격은 공동문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 역시 파키스탄의 구체적 안보주장이 일반적인 SCO 테러 원칙으로 바뀐 사례다.
인더스수자원조약은 공동합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파키스탄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인도를 겨냥한 분야는 수자원이었다. 샤리프는 물을 정치적 강압수단이나 무기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공유수자원과 관련된 국제조약은 무조건 준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인더스수자원조약 분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파키스탄 국내에서도 이 문제는 국가안보와 생존문제로 다뤄진다. 정상회의 전날 헤이그에서 진행된 인더스수자원조약 중재절차의 결정이 나온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와 언론은 SCO에서의 샤리프 발언을 인더스조약 문제와 직접 연결했다. 하지만 공개된 비슈케크 선언에는 물의 무기화 금지나 인더스수자원조약, 공유수자원조약 준수와 같은 문구가 확인되지 않는다. 환경과 기후, 생물다양성 관련 협력은 포함됐지만 파키스탄이 요구한 대인도 수자원 문안은 공동합의로 이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문제는 파키스탄이 SCO를 이용해 자국의 대인도 수자원 주장을 국제화한 사례로 보는 편이 적절하다.
CPEC도 ‘SCO 공동회랑’이 된 것은 아니다
파키스탄은 연결성에서 CPEC과 초국경 철도·도로·에너지망을 강조했다. 파키스탄에는 중국과의 경제회랑을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까지 연결하는 것이 경제적·전략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최종선언은 특정 국가사업을 SCO 공동프로젝트로 지정하기보다 도로·철도·항만·물류센터·복합운송을 포괄하는 일반적인 연결성 원칙을 채택했다.
따라서 CPEC이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SCO 전체의 공식 운송회랑으로 채택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파키스탄의 특정 프로젝트를 모든 회원국이 동의할 수 있는 일반적인 역내 연결성으로 추상화한 결과에 가깝다.
파키스탄의 가장 분명한 성과는 ‘다음 1년’
파키스탄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얻은 가장 확실한 결과는 개별 안보문구보다 조직 운영권이다. 파키스탄은 2026~27년 SCO 의장국을 공식 승계했다. 비슈케크 선언은 2027년 차기 SCO 정상회의가 파키스탄에서 열린다고 명시했고, 샤리프 총리는 다음 SCO Plus 회의를 이슬라마바드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라호르는 2026~27년 SCO 관광·문화수도로 지정됐다.
샤리프는 차기 의장국 프로그램으로 연결성, 혁신, 공동번영을 제시했다. IT와 AI, 에너지, 빈곤감축, 재난관리, 보건·문화 등을 행동계획의 우선분야로 설정하고 SCO 차원의 sovereign AI infrastructure and governance framework도 제안했다. 이번 정상회의 자체에서 AI 협력 양해각서는 채택됐지만, 파키스탄이 제시한 독자적인 sovereign AI 구조는 아직 SCO 공동제도로 채택된 것이 아니다. 2026~27년 파키스탄 의장국이 앞으로 추진할 의제로 분류하는 편이 맞다.
파키스탄 국영매체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샤리프가 테러와 물 문제를 국제무대에 제기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파키스탄 독립언론은 차기 의장국 프로그램의 평가기준을 보다 실용적으로 잡는다. Express Tribune은 AI·에너지·빈곤·재난 같은 의제를 실제 정책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가입은 SCO 자체도 바꿨다
이슬라마바드의 정책연구기관 Institute of Peace and Diplomatic Studies(IPDS)는 정상회의 직전 공개한 SCO Commitments Tracker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2017년 동시 가입 이후 양국 분쟁이 SCO의 합의제 내부로 들어왔다고 평가한다.
두 나라가 서로 다른 테러 인식과 국가안보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SCO가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안보문구에도 제약이 생겼다는 것이다. IPDS는 동시에 SCO가 합의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느린 의사결정 자체를 곧바로 조직 실패로 볼 수는 없으며, 선언적 약속과 실제 기관·예산·운영을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 Tracker는 8월 21일 작성된 정상회의 이전 버전이므로 비슈케크 회의의 사후평가가 아니라 SCO의 장기 제도특성을 설명하는 자료로만 사용한다.
이 평가는 이번 비슈케크 정상회의 결과를 이해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구체적인 상호 비난은 최종 선언에서 제거됐지만,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테러 원칙은 남았다.
갈등 해결보다 ‘일반화’가 SCO의 방식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수자원 문제는 공동문서에 들어가지 않았고, 테러를 둘러싼 양국의 책임공방도 그대로 남았다. CPEC과 주권 문제 역시 어느 한쪽의 입장이 해결책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SCO는 양국의 상반된 주장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인도가 제기한 테러의 이중기준과 국가적 이용 문제는 특정 국가명을 제거한 일반 테러원칙으로 들어갔다. 파키스탄이 강조한 아프가니스탄발 안보문제 역시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국가가 돼야 한다는 일반 원칙으로 정리됐다. 연결성에서도 인도의 주권 조건과 파키스탄의 CPEC을 그대로 택하지 않고 도로·철도·물류·디지털 통관이라는 기능적 합의가 남았다.
이는 SCO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쟁을 해결하는 조직이라기보다, 직접 충돌하는 국가주장을 모든 회원국이 서명할 수 있는 최소공통분모의 언어로 바꾸는 공간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도는 그 안에서 문명·청년교류와 테러 원칙의 제도화를 활용하고, 파키스탄은 차기 의장국을 통해 앞으로 1년의 의제를 설계할 기회를 얻었다. 두 나라는 같은 SCO에 속해 있지만 여전히 서로 다른 안보와 연결성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출처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비슈케크 25주년 선언, 2026년 9월 1일
https://rus.sectsco.org/20260901/2495418.html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제26차 SCO 정상회의 공식 결과, 2026년 9월 1일
https://eng.sectsco.org/20260901/2493609.html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SCO 헌장 영문본
https://eng.sectsco.org/images/07e8/0c/14/1625960.pdf - 키르기스스탄 국영 Kabar — 비슈케크 정상회의 채택·서명 문서 전체 목록, 2026년 9월 1일
https://en.kabar.kg/news/sco-summit-list-of-signed-documents/ - 인도 총리실 — 나렌드라 모디 제26차 SCO 정상회의 연설, 2026년 9월 1일
https://www.pmindia.gov.in/en/news_updates/pms-statement-at-the-26th-sco-summit/ - 인도 총리실 — 인도의 정상회의 성과 발표, 2026년 9월 1일
https://www.pmindia.gov.in/en/news_updates/pm-participates-in-the-26th-sco-summit-in-bishkek-kyrgyz-republic/ - 인도 Press Information Bureau — 정상회의 결과와 영어 공식언어 관련 발표, 2026년 9월 1일
https://www.pib.gov.in/PressReleasePage.aspx?PRID=2305735&lang=1®=48 - Radio Pakistan — 셰바즈 샤리프 SCO 정상회의 연설, 2026년 9월 1일
https://www.radio.gov.pk/01-09-2026/pm-reaffirms-pakistans-commitment-to-peaceful-dispute-resolution - Radio Pakistan — 샤리프 SCO Plus 연설 및 2027년 이슬라마바드 초청, 2026년 9월 1일
https://www.radio.gov.pk/01-09-2026/pm-reaffirms-pakistans-commitment-to-realise-true-potential-of-sco - Radio Pakistan — 파키스탄의 2026~27년 SCO 의장국 승계, 2026년 9월 1일
https://radio.gov.pk/01-09-2026/pakistan-formally-assumes-chairmanship-of-sco-for-next-year - Institute of Peace and Diplomatic Studies — SCO Commitments Tracker v1.0, 2026년 8월 21일
https://ipd.org.pk/research-publications/sco-commitments-tracker/ - Radio Pakistan — 파키스탄 국내 전문가들의 정상회의 평가, 2026년 9월 1일
https://www.radio.gov.pk/01-09-2026/analysts-hail-pm-shehbazs-well-versed-speech-at-sco-summit - Indian Express — 굴샨 사치데바, 인도의 중앙아시아·SCO 전략 분석, 2026년 8월
https://indianexpress.com/article/opinion/columns/modi-central-asia-sco-matters-more-to-india-now-than-it-once-did-10854508/ - Indian Express — Syed Ata Hasnain, 인도의 SCO·이란·중앙아시아 전략 분석, 2026년 8월
https://indianexpress.com/article/opinion/columns/what-makes-this-sco-summit-different-for-india-is-iran-10858332/ - Indian Express 사설 — 인도의 SCO·중앙아시아 정책 과제, 2026년 9월
https://indianexpress.com/article/opinion/editorials/narendra-modi-sco-meet-address-central-asia-strategy-10859290/ - Dawn — 인더스수자원조약 중재 관련 보도, 2026년 9월
https://www.dawn.com/news/2026730/hague-decision - The Express Tribune — 비슈케크 정상회의와 파키스탄 차기 의장국 사설, 2026년 9월
https://tribune.com.pk/story/2626959/the-bishkek-moment-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