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노동이주 정책, ‘입국 후 구직’에서 ‘고용주 주문형 모집’으로 바뀌나
- 러시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주 수요에 맞춰 해외에서 선발·배치하는 ‘조직적 모집’ 체계를 확대하려 하고 있어
- 외국인력 유입 자체를 줄이기보다 입국·고용·거주·귀국 전 과정을 국가와 고용주가 더 직접 관리하는 방향
- 다만 법안은 아직 정부 조율 단계이며,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과 노동자의 이동 제한 등 해결해야 할 쟁점도 적지 않아
러시아가 외국인 노동자를 받는 방식을 더 강하게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9월 9일 늦은 밤 열린 뒤 10일 공개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안드레이 키코트 내무부 제1차관의 회동에서 키코트는 ‘목적형 조직적 모집(целевой организованный набор)’ 법안의 구체적인 작동방식을 설명했다. 고용주가 필요한 인력의 자격과 규모를 먼저 신청하면 이민당국과 모집 운영자가 해외에서 노동자를 선발해 입국시키고, 행정·합법화 절차를 거쳐 해당 고용주에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아직 시행 단계가 아니다. 키코트는 관련 법안이 현재 정부 조율 단계라고 말했다. 같은 보고에서 그는 연간 약 900만 명의 외국인이 러시아에 입국하고, 한 시점의 체류 외국인은 약 600만~650만 명이며, 그중 노동이주자는 약 300만 명이라고 설명했다. 합법 노동이주 비중은 45%에서 50%로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러시아가 다루려는 것은 주변적 규모의 제도가 아니라 수백만 명이 움직이는 노동이주 경로의 설계다.
갑자기 나온 정책은 아냐
조직모집 구상은 이번 회동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입법 논의의 계보는 적어도 2024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러시아 노동부는 연방법 제115-FZ에 ‘목적형 조직모집’과 모집 운영자 개념을 넣는 공개초안을 내놓았다. 그 초안은 조직모집을 외국인의 임시 노동활동을 위한 별도 메커니즘으로 정의하고 전담 운영자를 두는 구조를 제안했다. 다만 이는 2024년 선행 초안이며, 2026년 9월 현재 정부에서 조율 중인 문안과 동일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정책 방향은 2025년 말 한층 분명해졌다. 푸틴이 2025년 10월 승인한 ‘2026~2030 국가이민정책 개념’은 러시아 경제가 2030년까지도 필요한 자격을 갖춘 외국인 노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 목적형 조직모집의 비중을 높이고 해외 선발·준비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 정부 시행계획은 조직모집 실험을 위한 연방법안을 2026년 5월 15일까지 정부에 제출하고, 실험용 정보시스템과 외국인용 모바일앱을 구축하는 일정을 잡았다. 실험 범위는 모스크바시와 모스크바주를 제외한 지역으로 설계됐다.
따라서 이번 변화는 ‘러시아가 이제 외국인 노동자를 받지 않겠다’는 정책으로 읽기 어렵다. 대통령령 자체가 외국인력에 대한 경제적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달라지는 것은 유입의 존재 여부보다 유입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무비자 노동이주에서는 노동자가 먼저 이동한 뒤 일자리와 주거를 찾는 분산형 경로가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동시에 러시아는 과거에도 국가별 조직모집 제도를 추진해 왔으므로, 2026년 논의의 새로움은 조직모집 자체의 발명보다 이를 더 넓고 체계적인 외국인력 관리방식으로 만들려는 데 있다.
고용주 신청이 노동자의 입국보다 먼저
키코트가 9월 10일 설명한 모델에서는 고용주가 먼저 필요한 자격과 인원을 신청한다. 모집 운영자는 그 수요에 맞는 노동자를 찾아 러시아로 데려오고, 입국 뒤 필요한 행정절차를 거쳐 고용주에게 인계한다. 키코트는 대기업과 중견 규모 고용주가 전문 숙소와 출퇴근 교통을 제공하고, 근로계약이 끝나면 귀국까지 같은 체계 안에서 처리하는 구상도 설명했다. 푸틴은 이 방식이 현지 주민의 이해뿐 아니라 노동이주자의 합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숙소·통근 제공 구상은 키코트의 설명상 대기업과 중견 규모 고용주를 대상으로 한다. 개인사업자나 소규모 고용주까지 같은 의무가 적용된다는 확정 근거는 아직 없다. 또 9월 12일 현재 2026년 현행 정부 조율본의 전체 조문과 국가두마 등록번호는 공개 확인되지 않았다. 2024년 노동부 공개초안은 존재하지만 현행 문안과 동일한 법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
실험 시점도 아직 확정 단계가 아니다. 9월 10일 공개된 Vedomosti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인터뷰에서 기자는 MVD가 2027년 1월부터 대부분 지역에서 조직모집을 외국인력 유입의 유일한 방식으로 시험하고, 적용대상을 대기업뿐 아니라 개인사업자와 개인 고용주까지 넓히는 안을 제안했다고 질문했다. 메드베데프는 구체적 시행을 확인하지 않고 “효율적인 외국인 고용 메커니즘을 만드는 문제는 현재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2027년 1월은 현재 MVD가 제안한 실험 개시안으로 확인될 뿐, 정부의 확정 시행일은 아니다.
통제하기 쉬운 노동력은 기업에도 더 싼 노동력일까
행정적으로 관리하기 쉬운 노동력이 기업에도 더 저렴한 노동력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회학 박사이자 러시아·유라시아 이주와 인구를 연구해 온 살라바트 아빌칼리코프는 중앙아시아 노동이주의 강점을 분산형 네트워크에서 찾는다. 우즈베키스탄이나 타지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는 이동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디아스포라 네트워크를 통해 주거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반면, 인도·방글라데시 같은 원거리 비자국가에서 사람을 조직적으로 모집하려면 기업이 비자, 항공권, 통역, 언어교육, 주거와 행정절차를 더 많이 떠안게 된다는 분석이다.
아빌칼리코프는 이런 비용구조 때문에 원거리 조직모집이 대형 인프라 사업이나 국영기업에는 가능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는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의 결론은 중앙아시아 노동자를 다른 지역 노동자가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과 거리가 있다. 이는 정부의 공식 전망이 아니라 독립 연구자의 평가이지만, 조직모집의 실행가능성을 단순한 임금 수준이 아니라 총모집비용과 기업의 행정능력으로 봐야 한다는 점을 제기한다.
반대쪽에는 조직모집 자체를 국가관리 수단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치학 박사 미하일 부르다는 러시아 대통령행정아카데미(RANEPA) 연구에서 조직모집이 외부노동이주를 경제수요와 국가안보 요구에 맞춰 더 주소성 있고 관리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부르다는 2009~2013년 연방이민국(FMS) 외부노동이주 부문에서 근무했고 이후에도 이민정책 연구를 지속해 온 현장·학술 전문가다. 다만 현재 목적형 조직모집 체계의 정책·전문가 지원에도 참여하고 있으므로, 그의 평가는 제도 설계와 가까운 정책연계 전문가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 아빌칼리코프의 비용·시장유연성 비판과 부르다의 관리가능성 평가는 조직모집의 성패가 단순히 ‘통제 강화’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기업비용과 노동시장 적응성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이민 축소’보다 ‘노동이주의 국가관리화’에 가까워
현재 확인된 1차 자료를 함께 놓으면 러시아의 정책 방향에는 두 목표가 동시에 존재한다. 한편으로 정부는 불법체류와 이민법 위반에 대한 추적·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대통령령 제738호는 러시아 경제가 필요로 하는 외국인 노동력의 유입은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목적형 조직모집은 이 두 요구를 결합하려는 장치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력을 없애는 대신 누가, 어떤 일자리로,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어디에서 일하며 언제 귀국하는지를 국가와 고용주가 더 앞단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다만 이것이 기존 중앙아시아 노동이주를 곧바로 대체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실험의 최종 설계와 현행 법안 전문도 확정 공개 단계가 아니며, 2027년 1월이라는 시점도 제안안으로 확인될 뿐이다. 현재 자료가 보여주는 것은 자율적·분산형 노동이주 옆에 고용주 수요와 국가 관리가 강하게 결합된 경로를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경로가 결국 대부분의 외국인 고용에 적용되는 주된 제도가 될지, 중소기업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노동자의 고용주 이동권을 어디까지 제한할지는 최종 법안과 실험 설계가 공개된 뒤 판단해야 한다.
1차·공식자료
- Указ Президент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от 15.10.2025 № 738 «О Концепции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миграционной политик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на 2026–2030 годы».
https://publication.pravo.gov.ru/document/0001202510150055
보강 열람: https://www.kremlin.ru/acts/bank/52490/print - Распоряжение Правительства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от 30.12.2025 № 4171-р
https://government.ru/docs/all/163077/
공식 공포: https://publication.pravo.gov.ru/document/0001202512310004 - “Meeting with Head of the Interior Ministry Service for Citizenship Andrei Kikot”, 회동 2026-09-09
https://en.kremlin.ru/d/80726 - Федеральный закон №115-ФЗ, Статья 31.2 «Реестр контролируемых лиц», 현행본.
https://www.consultant.ru/document/cons_doc_LAW_37868/1c720e98b3d69e67537743977f2c923d8c27d66a/
입법 계보·현행 단계 보강
- Проект Федерального закона «О внесении изменений в Федеральный закон “О правовом положении иностранных граждан в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подготовлен Минтрудом России 15.03.2024.
https://base.garant.ru/56986974/
Consultant 재현 PDF: https://storage.consultant.ru/ondb/attachments/202403/26/iddoc_279581_idnews_51426_115_ORV_CRV.pdf - Объясняем.рф, «Владимир Путин: интересы россиян первостепенны в вопросах трудовой миграции», 2026-09-10.
https://xn--90aivcdt6dxbc.xn--p1ai/articles/news/vladimir-putin-interesy-rossiyan-pervostepenny-v-voprosakh-trudovoy-migratsii/
전문가·이해관계자 자료
- Salavat Abylkalikov, “Could Migrants From India and Africa Solve Russia’s Labor Shortage?”, Carnegie Russia Eurasia Center, 2026-05-28.
https://carnegieendowment.org/russia-eurasia/politika/2026/05/india-central-asia-migrants-russia - Михаил А. Бурда, 「Миграционная политика России: организованный набор как эффективный механизм внешней трудовой миграции」, Управленческое консультирование, 2025, №2, pp.18–28, DOI 10.22394/1726-1139-2025-2-18-28.
https://spb.ranepa.ru/wp-content/uploads/2025/04/uk_02_2025.pdf
최신 단계·전달 확인
- Interfax, «Около 100 тыс. мигрантов выдворены из РФ за полтора года», 2026-09-10.
https://www.interfax.ru/russia/1114237 - Vedomosti, «Первый замглавы МВД Кикоть доложил Путину о миграционной политике: главное», 2026-09-10. P3 전달·정리 자료.
https://www.vedomosti.ru/politics/articles/2026/09/10/1227726-pervii-zamglavi-mvd-kikot - Vedomosti, «Дмитрий Медведев: “Или великая держава, или никакая”», 2026-09-10.
https://www.vedomosti.ru/politics/characters/2026/09/10/1227677-dmitrii-medvedev-ili-velikaya-derzhava-ili-nikaka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