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투는 끝났지만 실향민 정착은 여전히… 아르메니아, 카라바흐 실향민 지원 3년의 성과와 과제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10. 15. 19:12

-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 대규모 피란이 발생한 이후 아르메니아 정부는 실향민의 국적 취득과 주거 안정을 지원해 와

 

- 그러나 임시보호 신분, 아르메니아 국적 취득, 주택지원 자격과 실제 정착 성과는 서로 다른 문제이며, 정부가 발표한 주거지원 증서 사용 건수에도 확인되지 않은 차이가 있어

 

- 실향민의 생활 안정과 고향으로의 귀환·재산권 문제는 별도로 남아 있으며,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평화협정만으로 모든 개인의 권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냐

 

 

2023년 10만 명 넘게 국경 넘어…임시보호에서 국적·주택지원으로 이어진 정착 정책과 남은 과제

 

아르메니아 정부가 카라바흐 출신 실향민의 국적 취득과 주거지원 실적을 잇달아 발표했다. 아르멘 가자리안 내무부 차관은 2026년 10월 13일 국적 취득 신청이 5만 3,000건을 넘고 취득자가 4만 5,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르센 토로시안 노동사회부 장관은 주택지원 증서 사용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국적을 얻은 사람과 주거지원 증서를 받은 가구, 증서를 실제 사용한 가구는 서로 다른 집계 대상이다. 정부가 제도를 마련했다는 사실만으로 실향민이 안정적인 집과 일자리를 확보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들의 이주는 2023년 9월 갑자기 발생한 사건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소련 말기의 영토 분쟁, 두 차례의 전쟁, 통행로 봉쇄, 아제르바이잔의 카라바흐 전역 통제권 회복이 이어진 결과다. 2023년 10월 아르메니아 정부가 기록한 피란민 유입은 10만 명을 넘었다. 이후 아르메니아의 과제는 긴급구호를 넘어 이들이 살아갈 법적 지위와 주택·생계 기반을 마련하는 것으로 옮겨갔다.

 

 

소련 말기 분쟁에서 2023년까지…아르차흐의 붕괴와 주민 이탈

 

나고르노카라바흐는 국제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영토로 인정돼 왔지만 소련 시절부터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다수를 이룬 지역이다. 1988년 현지 아르메니아계의 아르메니아 편입 요구가 민족 간 충돌과 무력분쟁으로 발전했다. 소련 해체 전후의 제1차 카라바흐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계 무장세력은 아르메니아의 지원을 받아 카라바흐와 그 주변 아제르바이잔 지역을 장악했다. 자칭 '아르차흐 공화국' 또는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은 사실상의 자치 정부를 운영했으나 국제적 국가 승인을 받지 못했고 아르메니아도 이를 독립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쟁은 한쪽만의 실향을 남기지 않았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1988년 이후 아제르바이잔 본토에서 아르메니아계 수십만 명이 떠났으며, 아르메니아와 카라바흐 및 주변 지역에서는 아제르바이잔계 주민 70만 명 넘게 쫓겨나거나 피란했다. 전쟁 이후 양측에 누적된 상실과 귀환 문제는 카라바흐가 국제법상 누구의 영토인지와 별개로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았다.

 

2020년 9월 아제르바이잔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시작하면서 세력관계가 뒤집혔다. 44일간의 전쟁 끝에 아제르바이잔은 주변 지역 대부분과 카라바흐 일부를 되찾았다. 11월 러시아가 중재한 3국 휴전성명에 따라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남은 아르메니아계 거주지역과 아르메니아를 잇는 라친 통로에 배치됐다. 2020년 11월 10일 3국 성명 제7항에는 카라바흐 및 인접 지역의 실향민·난민을 유엔난민기구 감독 아래 귀환시키기로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이 조항은 아르메니아 총리실과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이 각각 공개한 동일한 문서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2022년 12월 통로의 통행이 차단되고 2023년 4월 아제르바이잔의 검문소가 설치되면서 식량·의약품과 주민 이동이 제한됐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2023년 2월 22일 아제르바이잔에 라친 통로를 통한 인적·물적 이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했다.

 

아제르바이잔군은 2023년 9월 19일 카라바흐에서 군사공격을 개시했다. 이튿날 현지 아르메니아계 세력이 무장해제와 휴전에 동의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은 카라바흐 전역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했다. 아르메니아계가 '아르차흐 공화국'으로 불렀던 미승인 통치체제는 해체 수순에 들어갔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자국의 영토주권 회복과 주민 재통합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피란민과 인권단체는 앞선 통행 차단과 군사공격 이후 아르메니아계 주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3년 9월 24일 이후 주민들이 라친 통로를 통해 아르메니아로 이동하면서 대규모 피란이 현실화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10월 3일 국경을 넘은 인원이 10만 625명이라고 집계했다. 이는 당시 입국 흐름의 누계이며 2026년 10월 아르메니아에 실제 거주하는 인구를 뜻하지 않는다. 세계은행이 2025년 작성한 자료에서는 2023년 유입 규모를 약 11만 5,000명으로 추정하고, 2020년 이후 먼저 이주한 약 2만 6,000명을 별도 지원 대상으로 다뤘다. 두 수치는 조사 시점과 집계 범위가 달라 단순 대체할 수 없다.

 

 

현금·임차료 지원에서 장기 주택정책으로

 

아르메니아 정부는 2023년 10월 실향민 등록과 긴급 숙소 제공을 시작으로 생계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주자 한 사람당 일회성 지원금 10만 드람, 초기 6개월간 월세 지원 4만 드람과 공과금 지원 1만 드람이 각각 설계됐다. 월세 지원은 아르메니아에 이미 주택을 소유한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는 등 자격 제한이 있었다. 정부는 교사 채용, 취업상담, 의료와 교육서비스 연계도 추진했다.

 

긴급 숙박과 임차료 보조는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당장 필요한 비용을 낮추는 조치였지만, 장기간의 주택 확보와는 다른 문제였다. 국제위기그룹(ICG)이 2025년 12월 발표한 현장 보고서는 정부의 임차료 지원이 연장·조정돼 운영되다가 일부 가구에서 2025년 6월 중단됐으며, 주택을 마련하지 못한 가족이 생활비 압박을 겪었다고 기록했다. 해당 사례는 현장 취재 결과이지 실향민 전원의 지원 종료 시점이나 피해 규모를 입증하는 통계는 아니다.

 

정부는 2024년부터 주택 구매·신축·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지원하는 장기 사업을 본격화했다. 카라바흐 주민에게 일정 금액을 무조건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격을 심사한 가구에 지원증서를 발급하고 그 증서를 주택 구매나 건설, 정해진 대출 상환에 사용하는 구조다. 정부가 내건 목표는 일시적 보호를 지속 가능한 정착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그 전환에는 국적 취득, 가족 구성원 심사, 주택 선택, 금융기관을 통한 거래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070 여권과 국적 취득…주택지원의 첫 관문

 

카라바흐 주민이 아르메니아 양식의 여권을 갖고 있었다고 해서 모두 아르메니아 국민이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카라바흐 주민에게 발급된 '070' 표기 여권은 국외여행과 신분증명에 사용됐으나, 아르메니아 정부는 이를 일반적인 아르메니아 국적 취득과 구별했다. 아르메니아 내무부는 2023년 10월 26일 정부 결정 제1864-N호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이주한 일정 범위의 사람에게 임시보호를 받는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 이 지위는 국적 취득 이전에도 일정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거다.

 

반면 현행 주택지원 제도는 원칙적으로 미성년자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 전원의 아르메니아 국적 취득을 요구한다. 한 명의 국적 문제가 가족 전체의 증서 신청을 지연시킬 수 있는 구조다. 아르메니아 이민국 안내에 따르면 임시보호 대상자는 별도의 국적 취득 절차를 이용할 수 있고, 보호 대상자에 대한 국적 신청 수수료는 2025년 9월부터 면제됐다. 아르메니아 이민국은 카라바흐 임시보호 대상자가 별도의 온라인 사전예약 없이 관할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국적을 신청하도록 안내한다. 기본 제출서류에는 070 표기 여권, 임시보호 증명서, 출생증명서와 사진이 포함되며, 개인 사정에 따라 혼인·개명 관련 서류를 추가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국적 신청은 부모가 대리한다. 국적 취득이 승인되면 종전 070 여권과 임시보호 증명서의 효력이 끝나므로 새 아르메니아 국민 여권을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절차의 병목은 신청서를 낸 뒤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가자리안 내무부 차관은 10월 13일 출생증명서가 없어 신청 자체를 시작하지 못하는 주민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법원 절차 대신 공증을 통해 출생 사실을 확인하는 경로를 활용하고, 관련 수수료 면제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차관은 법정 심사 기간인 90근무일이 서류 준비 단계가 아닌 정식 신청 절차 개시 이후부터 계산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90근무일 안에 국적을 준다'는 설명만으로 실제 주민이 기다리는 총기간을 알 수는 없다.

 

차관이 제시한 국적 신청 5만 3,000건 이상과 취득 4만 5,000명 이상은 행정절차가 상당 규모로 진행됐다는 당국 발표다. 그러나 신청은 건수, 취득은 인원으로 보도됐고 중복접수·기준일·전체 대상자별 집계표가 공개되지 않았다. 이를 뺀 약 8,000명이 심사 중이라거나, 2023년 입국자 10만여 명 중 특정 비율이 국적을 얻었다고 계산할 수는 없다.

 

국적 취득은 단순한 서류 선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은행이 2025년 봄 카라바흐 출신 임시보호 가구 1,064가구를 조사했을 때, 조사 대상 성인 가구원 중 아르메니아 국적을 취득한 비율은 17.3%였다. 반면 국적 신청을 하지 않거나 계획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별도 응답자 802명 중 13%는 카라바흐에 남겨진 재산권을 잃을까 우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주민이 느끼는 위험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로, 국적 취득 자체가 국제법상 재산권이나 귀환 권리를 실제 소멸시킨다는 법률 판단은 아니다. 2025년 표본조사 비율을 2026년 정부가 발표한 취득 인원과 직접 비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지원증서를 받는 것과 집을 사는 것은 다르다

 

아르메니아 노동사회부의 현행 안내에 따르면 주택 구매·신축 지원은 가족 한 사람당 최대 500만 드람을 지원하는 지정 242개 지역, 그 밖의 지방 정착지에 400만 드람을 지원하는 범주, 예레반 일부 구역에 300만 드람을 지원하는 범주로 구분된다. 예레반의 가장 비싼 일부 구역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고, 기존 주택담보대출 상환에는 별도 기준이 적용된다. 주택은 가구원 한 명당 최소 주거면적 9㎡와 전체 가격 5,500만 드람 상한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가 정한 지원금액은 가족 수와 구입 지역에 따라 달라지며, 사업에는 협력 은행을 통한 금융 절차도 포함된다.

 

가구가 필요한 신분·국적·재산 관련 요건을 갖추면 지원을 신청하고, 자격 심사를 거쳐 증서를 받은 다음 해당 기준에 맞는 주택을 찾고 거래 절차를 마쳐야 한다. 증서 발급은 지원금이 지정됐음을 뜻하지만 소유권 이전이나 실제 입주를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대출을 추가로 받아 구매하는 경우에는 은행 심사와 가계의 상환 능력도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실제 이용 과정에서 지역별 부동산 가격과 공급이 다르다는 문제를 인정했다. 2026년 3월 26일 내각은 지방 정착지의 400만 드람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과거 증서 수령자에도 일부 변경 사항을 적용했다. 토로시안 장관은 10월 13일 예레반 주변에서는 주택 가격뿐 아니라 매물 자체가 부족하며, 일부 가족은 추가 대출을 이용하지만 다른 가족은 구매 가능한 가격을 찾아 먼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장관은 학교·유치원·도로 등 지역 인프라 확충과 함께 예레반 집중을 줄일 필요도 언급했다. 이는 정부가 판단한 제도 개선 방향이지 해당 지원액으로 모든 가구가 적합한 집을 살 수 있다는 증명은 아니다.

 

실적 발표도 단계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토로시안 장관은 10월 7일 국회에서 10월 5일 기준 지원증서 8,563장 발급·4,911장 사용을 밝혔다. 10월 13일 아르카(ARKA)는 장관의 설명을 인용해 10월 12일 기준 8,643가구가 증서를 받았고 4,911건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그런데 같은 날 아르멘프레스는 장관이 사용 실적을 4,991건이라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4,911건과 4,991건의 차이는 같은 장관의 발언을 전한 보도들 사이에서 발생했으며, 정확한 기준일·정정 여부를 확인할 원시 행정자료는 확보되지 않았다. 이 차이를 '80건 증가'로 확정하거나 증서 발급·사용률을 임의로 산출하지 않는다.

 

 

세계은행, 조사 결과 발표... "지원 수요는 크지만 이용 문턱도 높아"

 

주거환경과 신청 과정의 간극은 정부의 누적 발급 실적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세계은행이 아르메니아 노동사회부·유엔난민기구와 협력해 2025년 3~4월 실시한 조사에는 카라바흐 출신 임시보호 가구 1,064가구와 기존 지역주민 1,202가구 등이 참여했다. 실향민 가구의 32%는 주거공간이 부족하거나 과밀하다고 답했고, 기존 주민 가구의 해당 비율은 23%였다. 예레반에 사는 카라바흐 실향민 가구에서는 과밀 응답이 41%였고, 농촌 실향민 가구에서는 46%가 주택의 구조적 손상을 호소했다. 실향민들이 어디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겪는 주거 문제가 달랐다.

 

주거지원 사업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조사 응답 가구 1,028가구 중 2025년 봄까지 실제 신청한 가구는 8.6%였다. 반면 64.6%는 신청할 계획이 있거나 제도에 대한 추가 정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조사팀은 제도 인지도의 부족과 신청 단계의 정보장벽을 지적했다. 이 비율은 2025년 표본에서 관찰한 결과이며, 이후 정책이 확대된 2026년 10월의 전체 가구 신청률로 간주할 수 없다.

 

정부 자료와 표본조사는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한다. 증서 발급 건수는 행정기관이 심사를 거쳐 부여한 자격의 규모를, 증서 사용 건수는 지원 제도를 활용한 거래의 일부를, 가구조사는 실제 생활조건과 신청 장애를 보여준다. 국적을 취득했더라도 주택 구매에 실패할 수 있고, 증서를 사용했더라도 취업·교육·지역사회 적응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 제도의 문턱보다 '정착 결과'를 봐야

 

예레반국립대학교 사회학부의 미라 안토니안 부교수는 2004년 학술 학위 취득 이후 사회복지 분야에서 연구와 현장 활동을 이어온 전문가다. 안토니안은 2026년 7월 학술지 《예레반국립대학교 사회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카라바흐 실향민 717가구의 조사와 면접·행정자료를 분석했다. 그는 형식적으로 주거지원 대상에 포함돼도 금융중개 절차, 지역 주택시장의 가격·공급, 제도 설계가 실제 주택 확보를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적한 핵심은 '지원 자격이 있다'는 법적 접근과 '집을 확보했다'는 결과 사이의 구조적 격차다. 연구에서는 이 과정에서 특정 가구의 참여가 제한되고 사회적 통합도 불균등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위기그룹의 남캅카스 담당 조슈아 쿠세라 선임연구원도 2025년 12월 아르메니아 마시스 지역의 실향민 가구와 공무원 등을 취재해 주택 지원액만으로 원하는 지역의 집을 사기 어려운 사례를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원액을 크게 올리면 부동산 가격을 추가로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피란민 지원단체들은 낮은 증서 이용률이 실제 매입 가능한 주택의 부족을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쿠세라의 취재는 정부가 우려하는 부동산 가격 왜곡과 주민이 겪는 주택 부족을 동시에 보여준다. 일자리가 많은 예레반 주변의 주택이 비싸고, 집값이 저렴한 지방에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역 간 불일치도 드러났다.

 

정부도 시장의 문제를 전혀 부인하지 않는다. 토로시안 장관은 10월 13일 실제 매물 부족, 추가 대출 필요성, 지방의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함께 거론했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 의도와 연구자의 문제 제기를 단순한 찬반으로 나눌 수 없다. 정부는 지원 지역과 단가를 조정해 제도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러한 조정이 가구의 실질적인 주택 확보로 이어지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2026년 3월 지원액 조정 이후 어느 가구 집단에서 어떤 개선 효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독립적인 사후평가는 이번 조사에서 확보하지 못했다.

 

 

지역적 의미: 국경을 인정하는 평화와 집으로 돌아갈 권리

 

카라바흐 주민의 아르메니아 정착은 국내 복지정책인 동시에 전후 지역질서의 문제다.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실은 2023년 9월 카라바흐 아르메니아계 주민이 자국의 행정체계 안에서 재통합할 수 있도록 등록 절차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위기그룹의 2025년 현장 조사에서 인터뷰한 실향민들은 아제르바이잔 행정권 아래서 안전하게 돌아가 살 수 있다는 보장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귀환 가능성'과 주민이 실제로 느끼는 '귀환 가능성'이 다르다는 뜻이다. 조사 대상자의 경험을 전체 주민의 단일한 견해로 일반화할 수는 없다.

국제사법재판소는 2023년 11월 17일 잠정조치 명령에서 9월 19일 이후 카라바흐를 떠났다가 돌아오려는 사람이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으며 신속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아제르바이잔이 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분·재산 관련 기록을 보호할 의무도 명시했다. 이는 본안에 대한 최종 판결이나 실제 귀환의 안전성이 확보됐다는 확인이 아니다. 특히 아르메니아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카라바흐의 재산권·귀환 권리를 반드시 잃는다는 주장도 이 명령만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반대로 법적 보호가 명시됐다는 사실만으로 현실의 안전보장이 충분하다고 볼 수도 없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2025년 8월 미국 워싱턴에서 평화협정 문안에 가서명했다. 그러나 2026년 10월 8일 니콜 파시냔 아르메니아 총리는 정식 서명과 비준이 아직 남은 과제라고 밝혔다. 공개된 가서명 문안은 상호 영토보전과 국경 존중을 명시한다. 또 제15조는 협정이 발효된 뒤 기존 국가 간 분쟁과 국제소송을 정리하도록 규정한다. 반면 실향민의 귀환과 재산 회복을 어떻게 실행할지에 대한 구체적 장치는 해당 문안에 명시돼 있지 않다. 2020년 3국 휴전성명에서 유엔난민기구 감독 아래의 귀환을 명시했던 것과 달리, 2025년 평화협정 초안에는 그와 같은 이행 방식이 규정되지 않은 것이다. 두 문서의 당사자와 목적, 협상 시점은 다르므로 이를 기존 귀환 권리의 법적 소멸로 곧장 해석할 수는 없다. 국가 간 영토분쟁의 법적 정리와 강제이주 피해자의 개별 권리 문제는 이 때문에 구별해 살펴야 한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자우르 시리예프 연구원과 샌디에이고대학교 필립 가마겔리안 부교수는 2025년 12월 공동연구에서 국가 지도자들의 합의만으로는 수십 년간 누적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자는 피란민·실향민의 권리와 지역사회 회복이 평화협상의 제도적 의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으면 국가 간 관계 정상화와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평화 사이의 거리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2026년 10월 주택지원 실적을 직접 평가한 발언이 아니라 남캅카스 평화구축의 일반적 과제를 다룬 연구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카라바흐 실향민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기반을 마련하는 일을 우선하고 있으며, 토로시안 장관은 이러한 통합 정책이 실향민의 국제법상 권리를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거지원이 실제 구매와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국적 취득을 망설이는 사람의 서류·재산권 우려를 어떻게 다룰지, 양국의 평화협상에서 귀환 및 사유재산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될지는 여전히 구분해 확인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 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