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2026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무엇을 합의하고 서로 무엇을 원하나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11. 3. 16:57

세 가지 채택 문서와 아프리카 지역기구 행동계획…러시아의 협력 구상과 아프리카 측의 목표

 

-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10월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3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정상회의 선언, 민간 인공지능(AI) 기술 협력 선언, 2027~2029년 파트너십 포럼 행동계획 등 세 문서를 채택

 

- 하루 전인 28일에는 러시아와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회,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 등 지역기구 사이에 별도의 협력 문서도 서명

 

-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AU·아프리카 지역통합기구와의 협력, 교역과 투자, 국제기구 개혁을 강조... AU는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지역통합, 기술이전, 국제기구 대표성 확대를 제시

 

 

모스크바에서 채택한 세 문서는 무엇인가

 

러시아–아프리카 경제·인도주의 포럼은 10월 28일, 제3차 정상회의는 29일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정상회의 전체회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AU 순회의장인 에바리스트 은다이시미예 부룬디 대통령이 공동 주재했다. 러시아와 이집트 대통령실은 정상회의 선언, 민간 AI 기술 활용 협력 선언, 2027~2029년 러시아–아프리카 파트너십 포럼 행동계획을 채택했다고 각각 발표했다. 

 

 

모스크바 선언: 국제기구의 대표성에서 경제협력까지

 

모스크바 선언 제5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아프리카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협력을 제시한다. 제52항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의사결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발언권과 이사회 대표성을 높이는 개혁을, 제54항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다자무역체제를 위한 개혁을 다룬다. 안보리 개혁에서 언급된 '에줄위니 합의'와 '시르테 선언'은 아프리카가 이전부터 제시해 온 공동 입장이다.

 

경제 분야에서 선언 제40~42항은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의 발전, 통상 장벽 완화, 기술이전과 투자, 아프리카에서 가공한 상품의 수출 확대를 다룬다. 아프리카개발은행과 아프리카수출입은행 등 기존 금융기관을 활용하고, 아프리카에서 원료를 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생산하는 협력도 제시했다. 제68항은 광물자원의 현지 가공 확대와 생산국의 일자리·경제적 이익을 연결한다.

 

제재와 관련해서는 선언 제4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취하는 강제조치에 반대하고, 제19항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반하는 일방적 강제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0항은 주권국가 자산의 동결과 압류 시도에 반대한다. 이는 정상회의 참가 측이 제시한 공동 외교적 입장으로, 개별 제재의 법적 적합성을 판결한 문서는 아니다.

 

에너지 분야에서 선언 제62항은 화석연료와 수력·원자력·수소·재생에너지를 포함하는 다양한 에너지원의 활용을 강조했다. 제63항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추진하는 사업으로 '미션 300(Mission 300)'을 언급했다. 이 사업은 세계은행그룹과 아프리카개발은행그룹이 공동으로 이끌며 2030년까지 아프리카 주민 3억 명에게 새로 전기 접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상회의 선언의 언급은 기존 사업에 관한 협력 의제를 제시한 것이다.

 

 

AI 협력 선언: 기술 사용과 역량 형성

 

두 번째 결과문서인 민간 AI 협력 선언에 따르면 양측은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AI 분야에서 각국의 기술 역량을 키우기 위한 경험 교류, 공동 프로그램, 역량 강화를 지지했다. 러시아 통신사 프라임이 인용한 선언문은 특히 AI 분야의 '주권적 역량'과 '기술적 자립성'을 강조한다. 구체적인 협력 방식으로는 공동 프로그램 수행과 전문인력의 역량 강화가 제시됐다.

 

같은 선언의 기술표준 관련 문구는 비차별적 접근, AI 모델의 입출력에 대한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 위험평가·관리, 시스템 간 호환성과 공정한 시장 접근을 열거한다.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용할 때 필요한 기준을 협력 의제로 포함한 것이다. 다만 표준을 채택하자는 입장과 개별 국가의 표준·법령이 실제로 변경되는 것은 별개다.

 

2027~2029년 행동계획 제22항은 아프리카–러시아 AI 역량·혁신 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 대학원 교육과 단기 연수, 기계학습·데이터과학·클라우드·고성능 컴퓨팅 분야의 공동 교육을 추진하도록 적었다. 청년 연구자와 여성, 혁신사업 참여 희망자도 교육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는 AI 선언과 별개로 행동계획에 기재된 후속 과제다.

 

 

2027~2029년 행동계획: 협의 일정과 기관별 과제

 

세 번째 문서인 2027~2029년 파트너십 포럼 행동계획은 2023~2026년 계획의 후속 문서다. 제4항은 정상회의가 열리지 않는 해에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번갈아 파트너십 포럼의 연례 장관급 회의를 개최하도록 했다. 제6항은 각국 외교부와 지역통합기구의 정기 협의를 확대하도록 했다. 장관급 회의는 원문상 특정 부처 장관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행동계획의 지역기구 협력 항목에는 AU, AfCFTA 및 여러 지역경제공동체와의 접촉 확대가 포함됐다.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 아프리카 지역통합기구의 대화, 유라시아경제위원회와 AU 사이의 협력 문서·프로그램 추진도 명시했다. AfCFTA와의 협력에서는 통상 절차 간소화와 인프라 연결이 협의 대상이다.

 

금융 분야에서 행동계획 제65항은 양측 금융기관이 자국통화를 활용한 결제를 확대하고, 제66항은 러시아의 결제 인프라와 범아프리카 결제·정산 시스템(PAPSS)을 비롯한 결제망의 연계 작업을 계속하도록 적었다. PAPSS는 아프리카 역내 결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기존 시스템이다. 행동계획은 러시아와 이 시스템의 실제 결제가 시작됐다고 발표하는 문서가 아니라 연계 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행동계획 제234~236항은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관계 부처·기관이 과제를 수행하고, 이행 상황을 파트너십 포럼의 연례 장관급 회의에서 검토하며, 러시아 외무부 내 파트너십 포럼 사무국이 조정을 맡도록 했다. 사업별 재원 배정이나 준공 성과보다 협력 과제를 누가 관리하고 어디에서 검토할지를 규정한 내용이다.

 

 

2023년 정상회의와 비교하면 무엇이 달라졌나

 

러시아와 아프리카가 국제기구 개혁과 지역기구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26년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소치 제1차 정상회의에 이어 2023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제2차 정상회의에서는 지역통합기구와의 협력, 안보리 개혁, 식민지배 피해·문화재 반환 등을 이미 선언했다. 2023년 선언 제52항은 EAEU와 아프리카의 지역통합기구 사이에 공식 대화를 마련하도록 돕는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26년에는 AI 협력을 별도 선언으로 채택하고, 2027~2029년 행동계획에 장관급 회의, 결제망 연계, 교육·기술 프로그램과 이행 점검 방식을 열거했다. 10월 28일 AU 집행위원회와 러시아는 19개 분야에 걸친 별도 행동계획을 체결했고, SADC와 러시아도 농업·산업화·에너지·교통 등 분야의 협력을 위한 행동계획에 서명했다. AU는 자신들의 기관 간 행동계획이 국제법상 새로운 권리나 의무를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왜 아프리카 지역과, 아프리카의 지역기구에 주목하나

 

러시아가 2023년 채택한 「대외정책 개념」 제57항은 아프리카와의 경제·외교 관계 발전을 지역정책 과제로 명시했다. AU와 러시아–아프리카 파트너십 포럼에서의 협력을 우선하고, AfCFTA·아프리카수출입은행 등과 협력하며, EAEU와 아프리카를 연결할 경제관계의 확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러시아 정부가 공개한 공식 정책 목표다.

 

푸틴 대통령은 10월 29일 러시아–아프리카 포럼 전체회의에서 투자·인프라·농업·에너지·교육·시장 접근에 관한 아프리카 측의 발언이 러시아의 이해관계와 맞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기업들이 '수많은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일부 생산시설을 아프리카로 옮기는 데 관심을 보인다고 설명하면서, 아프리카 각국의 주권적인 결정과 투자 보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10월 28일 아프리카 주요 지역기구 지도부와 별도의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 측은 AU·AfCFTA 및 지역경제공동체와의 관계, EAEU 등 유라시아 지역기구와의 협력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 외무부 발표를 인용한 인터팍스에 따르면, 같은 날 러시아는 동아프리카공동체(EAC)·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AfCFTA 사무국과 양해각서를, AU 집행위원회·COMESA·SADC·중앙아프리카국가경제공동체(ECCAS)와 행동계획을 각각 체결했다.

 

 

아프리카 국가와 지역기구는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원하나

 

아프리카연합은 2026년 정상회의 이전부터 '아젠다 2063'을 통해 산업화·역내 통합·경제구조 전환을 추진해 왔다. 7월 7일 AU와 러시아의 고위급 협의 공동성명 제15항도 러시아와의 향후 협력을 아젠다 2063, AfCFTA와 아프리카의 산업화 목표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AU가 정상회의에서 강조한 목표는 기존의 대륙 차원 발전전략과 연결돼 있다.

 

AU 집행위원장 마흐무드 알리 유수프는 10월 29일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의 광물·농산물을 원료로만 수출하는 구조를 바꾸고, 현지 가공산업과 기술이전, 역량 강화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제기구에서도 아프리카의 안보리 대표성과 개발금융 접근성 문제를 제기했다. 같은 달 28일 농업 부대행사에서 AU 집행위원회는 관개와 농업생산, 현지 가공·유통체계, 기술이전을 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국가별 발언에서는 우선순위의 차이도 드러났다. 은다이시미예 부룬디 대통령 겸 AU 순회의장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우선사업·재원·이행평가를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물류회랑, 아프리카 역내 교역, 에너지·전력망, 물·식량안보, 통신·AI를 다섯 가지 협력축으로 제시했다. 가나의 존 드라마니 마하마 대통령은 러시아 시장에 아프리카 상품을 직접 수출할 수 있는 조건과 현지통화·디지털 결제, 농업가공 분야의 공동투자를 강조했다.

 

마하마 대통령은 10월 29일 정상회의의 고위급 원탁회의에서 아프리카가 원조와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던 관계에서 벗어나 상호 이익에 기초한 투자 협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 정보와 품질 기준, 물류 개선, 민간기업 간 협력이 있어야 러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기구 협력과 국제기구 개혁의 후속 의제

 

2023년 정상회의 선언에는 EAEU와 아프리카 지역통합기구 사이의 대화를 공식화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2026년 10월에는 AU 집행위원회와 SADC가 러시아와 행동계획을 서명했고, 러시아 외무부는 COMESA·ECCAS 등과도 서명한 문서를 발표했다. SADC는 자신의 행동계획이 지역통합, 산업발전, 농업·에너지·교통·보건 분야 협력을 위한 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기구의 개혁도 양측이 문서에 적은 후속 협의 대상이다. AU와 러시아는 7월 7일 공동성명 제7항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아프리카 선출이사국 3개국(A3)과 러시아 유엔대표부가 평화·안보 현안에서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제10항에서는 러시아가 에줄위니 합의와 시르테 선언에 담긴 아프리카 측의 안보리 개혁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0월 정상회의 선언 제5항도 아프리카의 안보리 대표성 확대에 관한 협력을 명시했다.

 

채텀하우스 아프리카 프로그램의 티기스티 아마레 디렉터는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10월 27일 발표한 분석에서 정상 참석자 수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판단하는 좋은 척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러시아의 외교·안보 분야 활동은 확대됐지만 경제협력의 실적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AU 순회의장인 은다이시미예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재원 조달 방식과 이행을 추적·평가할 체계를 요구했다. 앞서 7월 AU 집행위원회와 러시아는 최소 연 1회 고위급 정치협의를 진행하고 2027년 차기 협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에 채택된 2027~2029년 포럼 행동계획에도 연례 장관급 회의에서 과제 이행을 검토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