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카자흐스탄의 1인당 명목 GDP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앞섰다고 밝혔다.

지난 2025년 4월 IMF가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1인당 명목 GDP는 1만 4,770달러(한화 약 2,045만 원)를 기록했다. 이는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인 △ 투르크메니스탄 1만 3,340달러(한화 약 1,847만 원), △ 우즈베키스탄 3,510달러(한화 약 486만 원), △ 키르기스스탄 2,750달러(한화 약 380만 원), △ 타지키스탄 1,430달러(한화 약 200만 원) 보다 높은 수치이다. 또한 러시아의 1인당 명목 GDP가 1만 4,260달러(한화 약 1975만 원)를 기록한 것을 고려해 볼 때 이번에 발표된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 수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의 매체와 유라시아 소식을 전하는 전문 매체들은 이번 IMF 발표를 특필했다. 카자흐스탄의 1인당 명목 GDP가 러시아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여 본격적인 제재를 받아 루블의 가치가 급락하였던 2015년에도 카자흐스탄의 1인당 명목 GDP는 러시아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가 러시아를 추월한 원인으로 다양한 국내외적 요인을 꼽았다. △ 그 첫째 원인은 루블의 변동성 확대로 러시아 1인 명목 GDP가 달러로 환산될 때 불리하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자흐스탄 텡게는 루블 대비 변동성이 완만한 모습을 보였다. △ 두 번째 원인은 텡기즈 유전 확장 등 카자흐스탄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수출과 투자를 동시에 높이면서 카자흐스탄의 GDP도 동시에 상승한 점이다. △ 세 번째는 러시아 제재로 인한 무역의 변화이다. 일부 무역 상품의 러시아 수출이 제한되자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재수출을 위한 무역의 새로운 관문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다른 통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보다 부유하다고 결론 내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IMF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구매력 기준(Purchasing Power Parity, PPP) 1인당 GDP는 러시아가 4만 9,380달러(한화 약 6,838만 원)로, 카자흐스탄의 4만 4,450달러(한화 약 6,155만 원) 보다 여전히 높다. 이러한 차이는 지표의 기준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1인당 명목 GDP는 국내총생산(GDP)을 단순히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환율 민감도가 큰 지표이다. 반면 1인당 구매력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하여 계산한 지표로, 가계 체감 구매력이나 가격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세계은행이 2024년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자료에서도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는 러시아보다 884달러(한화 약 122만 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의 GDP 상승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추세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국내 경제 체질이 변화하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목, PPP GDP 모두에서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와의 질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세입의 기반이 확충하고 지출을 효율화하여야 하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분야에서 정부의 개입을 줄이는 한편 부패를 낮추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