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30일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는 현 정부의 마지막 각료회의 뒤 기자회견을 열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ksandr Lukashenko) 벨라루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반박하는 동시에 러시아가 운영하는 남캅카스철도 운영권 계약과 유라시아경제연합 내 무역제한 문제를 제기했다. 파시냔은 새 의회 출범에 따라 정부가 8월 2일 헌법 절차에 따라 사퇴한 뒤 다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외교 발언은 러시아와의 경제·안보 관계를 즉시 끊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독점적 의존을 줄이고 중국·미국·유럽연합·이란·조지아와의 관계를 병행하겠다는 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아르메니아가 누구에게 필요한가”에 대한 답변
파시냔은 루카셴코가 약 2년 전 “아르메니아가 우리 외에 누구에게 필요한가”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주권국가를 그런 방식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르메니아가 중국, 미국, 유럽연합, 이란에 필요하며 이들 파트너 역시 아르메니아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지아, 프랑스, 독일, 폴란드와 영국도 협력대상으로 열거했다.
이 발언은 서방 편입과 러시아 단절 가운데 하나를 택하겠다는 이분법적 선언과 다르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2025년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2026년에는 유럽연합과 연결성·경제협력을 확대했다. 동시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 지위는 유지하고 있으며, 파시냔도 7월 말 EAEU 탈퇴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안보 분야에서는 입장이 더 멀어졌다. 아르메니아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법적으로 남아 있지만 회의 참석과 활동을 사실상 동결해 왔다. 파시냔 정부는 2021~2022년 국경충돌 때 회원국들이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에너지·이주·철도에서는 러시아와의 연결이 여전히 크다.
남캅카스철도 운영권 계약과 20억 달러 언급
파시냔은 아르메니아 철도를 운영하는 러시아 국영철도 자회사 남캅카스철도(Южно-Кавказская железная дорога)와의 운영권 계약 조건을 우호적으로 조정하고 싶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재절차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르메니아 철도는 국가 소유이지만 2008년 체결된 계약에 따라 러시아 측이 장기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야권이 운영권 계약 변경 시 러시아 측이 대규모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응해, 아르메니아도 러시아에 무상 또는 낮은 비용으로 제공해 온 자원과 서비스를 재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파시냔은 이 맥락에서 연간 약 20억 달러(7월 30일 환율 1달러≈1,422원 기준 연간 약 2조 8,440억 원) 규모의 맞대응 청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확정 청구액이나 정부가 제출한 중재청구서가 아니라 협상에서 아르메니아도 재정적 요구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정치적 발언이다.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Олег Белозёров)는 7월 31일 운영권 계약 조건이 아르메니아 측 요구로 변경되거나 종료될 경우 투자회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기존 계약에 따른 투자와 운영비를 근거로 보상문제를 제기하고, 아르메니아 측은 철도가 개방될 국제노선과 자국 경제의 이익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철도 문제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교통연결과도 연결된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예라스크–나흐츠반 접경과 귬리–아후리크–튀르키예 접경 구간 복원을 추진한다. 파시냔은 러시아 기업이 운영하는 철도 때문에 서방과 제3국의 운송사업자가 제재 위험을 우려하면, 새로운 국제화물이 아르메니아에 들어왔다가 다시 우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EAEU 무역분쟁은 탈퇴 선언과 구분해야
파시냔은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산 상품 수입을 제한하는 문제와 관련해 EAEU 조약의 자유로운 상품이동 원칙이 작동하지 않으면 연합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EAEU 종말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르메니아가 현재 탈퇴를 계획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7월 27일 파시냔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에서도 아르메니아산 상품의 러시아시장 접근 제한이 논의됐다. 아르메니아 총리실은 파시냔이 해당 제한이 양국관계와 EAEU 규범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7월 30일 발언에서 확인되는 정책선은 세 가지다. 아르메니아는 러시아 이외의 외교·경제 대안을 확대하고, 철도 운영권 계약을 자국 통과물류 전략에 맞게 바꾸려 하며, EAEU 내부 규칙의 이행을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CSTO나 EAEU 탈퇴절차 개시, 운영권 계약 종료 통보, 20억 달러의 공식 청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출처
- 아르메니아 총리실, “Prime Minister Nikol Pashinyan answers journalists’ questions,” 2026년 7월 30일, https://www.primeminister.am/en/interviews-and-press-conferences/item/2026/07/30/Prime-Minister-Nikol-Pashinyan-briefing-/
- 아르메니아 총리실, “Nikol Pashinyan, Vladimir Putin hold a telephone conversation,” 2026년 7월 27일, https://www.primeminister.am/en/press-release/item/2026/07/27/Prime-Minister-Nikol-Pashinyan-telephone-conversation-Vladimir-Putin/
- RIA 노보스티(러시아 국영 통신사), “Пашинян спустя два года ответил на вопрос Лукашенко о том, кому нужна Армения,” 2026년 7월 30일, https://ria.ru/20260730/pashinyan-2107966392.html
- ARKA 통신, “Railways must serve Armenia’s interests: Pashinyan on the status of South Caucasus Railways,” 2026년 7월 2일, https://arka.am/en/news/economy/railways-must-serve-armenia-s-interests-pashinyan-on-the-status-of-south-caucasus-railways/
- ARKA 통신, “Pashinyan admitted to making $2 billion financial demands on Russia in the context of the South Caucasus Railway issue,” 2026년 7월 30일, https://arka.am/en/news/economy/pashinyan-admitted-to-making-2-billion-financial-demands-on-russia-in-the-context-of-the-south-cauca/
- 아르메니아 공영라디오, “Pashinyan warns unresolved trade dispute with Armenia could mark ‘beginning of the end’ for EAEU,” 2026년 7월 29일, https://en.armradio.am/2026/07/29/pashinyan-warns-unresolved-trade-dispute-with-armenia-could-mark-beginning-of-the-end-for-eaeu/
- Armenpress, “Pashinyan again calls for end to Russian railway management over sanctions concerns among international shippers,” 2026년 5월 27일, https://armenpress.am/en/article/1251337
- ARKA 통신, “Head of Russian Railways declared the right to a return on investment if the concession agreement with Armenia is amended,” 2026년 7월 31일, https://arka.am/en/news/economy/head-of-russian-railways-declared-the-right-to-a-return-on-investment-if-the-concession-agreement-wi/
- 아르메니아 총리실, “Armenia and China establish strategic partnership,” 2025년 8월 31일, https://www.primeminister.am/en/press-release/item/2025/08/31/Nikol-Pashinyan-met-with-Xi-Jinping/
- Armenpress, “Cabinet bids farewell as Armenia moves toward new parliamentary term,” 2026년 7월 30일, https://armenpress.am/en/article/1256785
'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제르바이잔-키르기스스탄 동맹조약 체결… 군사 동맹 아냐, 양자 관계 격상 주목 (0) | 2026.07.31 |
|---|---|
|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동맹관계조약 체결... 상호방위 조약은 아냐 (0) | 2026.07.31 |
| 러시아군 정원 242만 6,130명으로 확대… 군건설부대 창설과 연계 (0) | 2026.07.30 |
| 아르메니아 총리, 러 대통령과 통화… 수출 제한과 EU 국민투표 쟁점 논의 (0) | 2026.07.29 |
|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우크라이나 영토는 무력으로 바꿀 수 없다”… 러시아와 정상화 속 독자노선 (0) | 2026.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