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중앙아시아의 전력 관련 발표를 나란히 놓으면 한 가지 공통점과 한 가지 차이가 동시에 보인다. 키르기스스탄은 올해 필요한 전력을 국내 발전만으로 충당하기 어려워 약 41억 kWh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발전·송전·배전 기업 사이의 요금체계를 바꿔 전력망 투자재원을 마련하려 하고, 타지키스탄은 남부 배전망의 전력손실을 줄이기 위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서 추가 자금을 조달했다. 모두 전력 문제지만 원인은 같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공급부족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나타난다. 현지 매체 24.kg가 에너지 당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2026년 전력수급 전망에 따르면 연간 소비는 약 196억 kWh, 국내 발전은 약 155억 kWh다. 두 수치의 차이는 약 41억 kWh로 예상 소비의 20%를 조금 넘는다. 정부는 부족분을 주변국에서 수입해 충당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연말 실적이 아니라 동절기 준비 과정에서 계산한 전망치다.
키르기스스탄은 수력발전 자원이 풍부하지만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것과 ‘올겨울 필요한 전기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수력발전은 저수량과 계절에 영향을 받고 발전소와 송전망을 새로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 주택·상업시설 확대는 전력수요를 당장 끌어올린다. 신규 수력·태양광·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도 완공 전까지 생기는 간격은 수입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우즈베키스탄은 문제의 위치가 조금 다르다. 우즈베키스탄 경제재정부는 8월 7일 발전·송전·배전 및 가스 부문의 규제요금을 새로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8월 1일부터 발전 부문의 규제요금은 8%, 송전은 18%, 배전은 4%, 천연가스 배전은 28% 조정됐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수치가 가정이나 기업이 내는 최종 전기·가스요금 인상률이 아니라는 것이다. 에너지 기업들 사이의 정산에 적용되는 규제요금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이 제도를 앞으로 규제자산기반(RAB·Regulatory Asset Base)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쉽게 말하면 발전소와 전선, 변전소 같은 자산을 운영하고 새로 투자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요금 산정에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발전소만 계속 지어도 낡은 송전선과 배전망을 고칠 돈이 부족하면 생산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소비자에게 보낼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최종 소비자요금과 별도로 에너지 기업 사이의 가격체계를 손보는 이유다.
이 문제는 이미 전력 생산량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은 7월 말 최근 10년 동안 9.5GW 규모의 신규 발전설비가 가동됐지만 6~7월 전력망 사고가 약 4,000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발전소 증설 다음 단계로 송배전망과 운영체계 개혁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타지키스탄에서는 ‘생산한 전기를 얼마나 잃지 않고 보내느냐’가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난다. 타지키스탄 국영통신 Khovar는 8월 7일 정부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이 남부 하틀론주(Khatlon) 쿨롭(Kulob)의 배전망 개선을 위해 1,000만 유로(약 164억 원)의 추가 차관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돈은 배전망 일부 현대화와 스마트 계량기, 현대식 계량·청구 시스템 도입에 사용될 예정이다.
타지키스탄 역시 수력발전 비중이 매우 높은 국가다. 그러나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그 전기가 가정과 기업의 계량기까지 도착하는 것은 별개의 과정이다. 낡은 배전설비에서 생기는 기술적 손실과 정확히 계량·청구되지 않는 상업적 손실을 줄이면 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번 1,000만 유로 협정은 타지키스탄 전체 전력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 아니라 쿨롭 지역의 기존 손실저감 사업을 확대하는 추가 금융이라는 점도 구분해야 한다.
카자흐스탄은 이번 8월 5~11일 사이 다른 세 나라처럼 새로운 전력수급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를 위해 참고할 만하다. 정부는 올해 약 2.6GW의 신규 발전용량을 투입한다는 계획과 함께 기존 발전소의 대규모 보수를 병행하고 있다. 2026~2027년 난방철을 앞두고 발전기 9기, 보일러 55기, 터빈 51기의 대수리가 계획됐다. 관련 발전소 보수예산은 약 3,840억 텡게(약 1조 1,700억 원)다. 새로운 발전소를 추가하는 것과 오래된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셈이다.
네 나라의 사례는 중앙아시아의 전력문제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예상 소비와 국내 발전량 사이의 격차가 직접적인 문제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발전설비를 빠르게 늘린 뒤 송배전망과 투자구조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타지키스탄에서는 배전 과정의 손실을 줄이는 작업이 중요하고, 카자흐스탄은 신규 발전용량과 함께 노후 발전설비의 보수와 안정적 운영을 병행해야 한다.
공통분모는 경제와 도시가 커지는 속도가 전력시스템 전체를 현대화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공장과 상업시설, 주택이 늘어나면 전력수요는 곧바로 증가하지만 발전소와 송전선, 변전소는 계획에서 가동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나면 날씨에 따른 출력 변동을 보완할 전력망과 조정능력도 필요해진다.
전력수입도 그 자체로 실패라고 볼 필요는 없다. 국가 간에 남는 전력을 사고파는 것은 모든 나라가 최대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따로 건설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 중앙아시아 전력망은 소련 시기에 지역 단위로 연결돼 형성됐다는 역사적 배경도 있다. 문제는 수입이 선택 가능한 보완수단인지, 아니면 국내의 만성적 부족을 메우는 유일한 수단인지에 있다.
결국 중앙아시아의 전력 문제를 이해하려면 ‘발전소가 몇 개 더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얼마나 생산하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잃지 않고 보내는지, 오래된 설비를 어떻게 고치는지, 투자비를 어떤 요금체계로 마련하는지, 부족할 때 주변국과 얼마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교환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높은 경제성장률 뒤에서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개별 발전소가 아니라 전력시스템 전체다.
출처 및 참고자료
- 24.kg, 「В Кыргызстане ждут дефицит электроэнергии зимой. Власти назвали объемы импорта」, 2026-08-11, https://24.kg/vlast/384707_vkyirgyizstane_jdut_defitsit_elektroenergii_zimoy_vlasti_nazvali_obyemyi_importa/
- 우즈베키스탄 경제재정부, 「Uzbekistan Introduces a New System of State Regulation of Tariffs in the Energy Sector」, 2026-08-07, https://gov.uz/en/imv/news/view/203538
-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 에너지 부문 관리·책임 강화 관련 발표, 2026-07-27, https://www.president.uz/en/lists/view/9456
- Khovar, 「Подписано Дополнительное кредитное соглашение по сокращению потерь электроэнергии в Хатлонской области」, 2026-08-07, https://khovar.tj/rus/2026/08/podpisano-dopolnitelnoe-kreditnoe-soglashenie-po-sokrashheniyu-poter-elektroenergii-v-hatlonskoj-oblasti/
- 카자흐스탄 총리실, 전력설비 확충 관련 자료, 2026-02-05, https://primeminister.kz/en/news/reviews/implementation-of-the-presidents-instructions-new-generation-capacity-and-investment-are-transforming-kazakhstans-power-system-3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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