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8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 니콜 파시니안(Nikol Pashinyan) 아르메니아 총리와 일함 알리예프(Ilham Aliyev)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배석한 가운데 공동 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정상이 합의한 선언문에는 △ 평화 합의 추진, △ 유럽안보협력기구(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의 민스크 그룹(Minsk group)의 폐쇄 요청, △ 양국을 연결하는 국제운송로 건설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평화 합의의 최종적인 체결을 위한 조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양국 정상은 과거 나고르노-카라바흐(Nagorno-Karabakh)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OSCE 차원에서 조직된 민스크 그룹을 해체할 것과OSCE 회원국들도 이를 수락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양국은 주권과 영토적 온정성 존중에 기반하여 지역 내에서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하기 위한 소통과 교류의 일환으로 국제운송로인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운송로(Trump Route for International Peace and Prosperity, TRIPP)'를 건설 구상에 뜻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양국이 숙적이 아닌 우호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아제르바이잔의 형제국이자 현재 아르메니아와의 관계 개선 중인 튀르키예도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합의로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평화 합의에 미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유럽과 미국은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평화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자, 양자 수준에서 관여해 왔다. 이들의 관여로 양국은 실무자 수준에서 평화 합의를 위한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지난 3월 초안 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합의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러시아 측은 이번 합의를 환영하는 한편,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남부 코카서스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나, 지역 외 행위자(미국)의 개입이 평화를 공고화 하여야지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서구가 중동에서 이끌었던 갈등 해결 조치가 불행한 경험을 야기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란은 러시아보다 더욱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이란 측은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운송로 건설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알리 악바르 벨라야티(Ali Akbar Velayati) 이란최고지도자 자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카서스 지역을 99년간 조차 가능한 부동산 정도로 여기고 있으며, 운송로 건설 계획이 아르메니아의 영토적 온전성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국제운송로 건설이 남 코카서스 지역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전부터 있었다.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은 러시아의 중재를 통해 휴전에 이르렀다. 당시 러시아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여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군사적 충돌을 억제하고, 3자 간 합의를 통해 소통 채널을 공식화, 정례화하며, 양국 간 교류를 위한 운송로 건설을 추진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중재한 휴전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국제운송로 건설도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2022년 양국 간 국경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2023년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인들이 다수 거주하며 아제르바이잔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였던 미승인 공화국인 아르차흐공화국을 해체하고 카라바흐 지역을 재탈환하면서 아르메니아계 이주민이 대량 발생한 바 있다.
또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간 평화 합의는 큰 틀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여전히 걸림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특히 평화 합의 중 아르메니아의 영토에 관한 부분은 아르메니아의 헌법 일부를 수정하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아르메니아에 헌법 개정을 요구하였으며, 아르메니아 헌법평의회는 새 헌법 마련을 위한 절차 시작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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