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푸틴, 이투루프 첫 방문… 러시아-일본 영토갈등 다시 수면 위로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14. 18:44

- 푸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투루프섬을 방문

 

- 일본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했고, 러시아는 이투루프가 자국 영토라는 입장을 재확인

 

- 이펀 푸틴의 방문이 영토분쟁의 법적 상태를 바꾼 것은 아니지만 중단된 러일 평화조약 협상의 정치적 거리는 더 벌어져

 

8월 13일 러시아 사할린주 이투루프(Iturup·일본명 에토로후/Etorofu)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학교와 병원, 수산물 가공시설 등을 방문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TASS)와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푸틴이 대통령 재임 중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열도를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투루프는 러시아가 실효지배하는 쿠릴열도 가운데 일본이 ‘북방영토’로 부르며 반환을 요구하는 4개 섬 중 하나다. 일본은 이투루프·쿠나시르·시코탄과 하보마이 군도를 자국 영토로 보고 있으며,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 결과에 따라 쿠릴열도 전체가 합법적으로 러시아 영토가 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영토문제 때문에 양국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도 정식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푸틴의 방문이 일본 국민의 감정을 해치며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니콜라이 노즈드료프(Nikolai Nozdrev) 주일 러시아 대사를 불러 공식 항의했다. 일본 측 반응은 단순한 언론 논평이 아니라 외교 채널을 통한 공식 항의로 이어졌다.

 

러시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리야 자하로바(Maria Zakharova)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일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투루프를 포함한 쿠릴열도는 법적으로 러시아의 불가분 영토라고 밝혔다. 주일 러시아대사관도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영토 안에서 어디를 방문할지는 러시아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냈다.

 

방문 시점도 민감하다. 푸틴의 방문은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1주년을 기념하기 이틀 전에 이뤄졌다. 같은 날 러시아와 중국의 주일 대사들은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수정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공동입장을 내놓았다. 영토문제와 전후 국제질서를 연결하는 러시아의 기존 외교논리가 이번 방문에서도 다시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번 방문이 영토분쟁의 법적 상태를 새로 바꾼 사건은 아니다. 러시아는 이미 해당 섬들을 행정적으로 사할린주에 편입해 관리하고 있고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기존 영유권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새로운 영토분쟁이 생긴 것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의 현장 방문을 통해 양측의 기존 입장이 더 강하게 충돌한 사건이다.

 

러일 관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욱 악화됐다. 일본이 대러 제재에 참여한 뒤 러시아는 일본과의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고 비자 없이 진행하던 옛 일본인 주민들의 성묘·교류 프로그램도 사실상 멈췄다. 이번 방문은 이런 상황에서 평화조약과 영토협상의 조기 재개 가능성이 더 낮아졌다는 정치적 신호로 읽을 수 있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