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자흐스탄 원유는 왜 BTC로 가나… 수출 경로 다각화 주목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18. 17:46

- 카자흐스탄은 2026년 바쿠–트빌리시–제이한(BTC) 경로의 원유 수출을 약 160만 톤까지 늘릴 계획이며, 에너지부는 150만~220만 톤 범위도 제시


- 상반기 악타우항에서 BTC 방향으로 70만4,000톤이 실제 선적됐지만, CPC는 여전히 카자흐 원유수출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하는 압도적인 주력 경로

 

- 최근 CPC 시설의 반복적인 운영차질은 BTC의 필요성을 높였지만, 현재 물량 차이를 고려하면 다각화의 핵심은 ‘러시아 경로 포기’가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출구를 늘리는 데 있어

카자흐스탄이 카스피해를 건너 아제르바이잔의 바쿠–트빌리시–제이한(Baku–Tbilisi–Ceyhan·BTC) 송유관으로 보내는 원유를 늘리고 있다. 카즈무나이가스(KazMunayGas·KMG)는 2025년 악타우항에서 BTC 방향으로 약 130만 톤을 공급했으며 2026년에는 이를 최대 160만 톤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에너지부도 올해 BTC를 통한 수출 가능 규모를 150만~220만 톤으로 제시했다. 카즈트랜스오일(KazTransOil)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악타우항에서 선적한 원유 171만3,000톤 가운데 70만4,000톤이 BTC 방향으로 향했다. 계획에 머물던 대체경로가 실제 수출물량을 조금씩 늘리는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BTC로 가는 카자흐 원유의 이동경로는 러시아를 거치는 카스피파이프라인컨소시엄(Caspian Pipeline Consortium·CPC)과 다르다. 카자흐스탄 서부에서 악타우항으로 운송한 원유를 유조선에 실어 카스피해를 건넌 뒤 아제르바이잔으로 보내고, 다시 BTC에 투입해 조지아와 튀르키예를 거쳐 지중해 제이한항으로 내보낸다.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 SOCAR도 BTC가 아제르바이잔산 원유와 콘덴세이트뿐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등 카스피해 다른 산유국의 물량을 운송한다고 설명한다. 카자흐스탄 입장에서는 러시아 흑해항을 거치지 않는 별도의 서쪽 수출경로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BTC가 CPC를 대체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CPC는 텡기즈(Tengiz)에서 러시아 노보로시스크(Novorossiysk)까지 1,511㎞를 연결하며 카자흐스탄 수출원유의 3분의 2 이상을 운송한다. CPC 해상터미널은 2025년 사상 최대인 약 7,052만 톤을 선적했고, CPC는 2026년 해상터미널 선적계획을 약 7,200만 톤으로 잡고 있다. 러시아산 일부 물량이 포함돼 있어 이 숫자 전체가 카자흐 원유는 아니지만, BTC를 통한 카자흐 수출 목표가 160만~220만 톤 수준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두 경로의 규모 차이는 분명하다. BTC는 현재 CPC와 같은 규모의 주력 수출로가 아니라 보완경로에 가깝다.

카자흐스탄이 이 작은 경로를 계속 키우려는 이유는 CPC의 중요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핵심 수출로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노선만으로 물량을 흡수하기 어렵다. KMG는 2025년 말 CPC의 원유 인수 제한이 발생하자 12월에만 약 30만 톤을 다른 경로로 돌렸다고 밝혔다. 회사는 당시 독일 슈베트(Schwedt) 정유공장 방향 공급과 BTC를 포함한 추가 운송경로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CPC 자체도 2025년 말 해상터미널의 단일계류시설(SPM) 손상과 수리, 악천후 때문에 원유 인수와 선적이 제한됐다고 발표했다. 2026년 7월에도 CPC는 해상터미널 시설과 인근 선박을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런 차질은 카자흐스탄에 ‘두 번째 출구’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키울 필요성을 높인다.

하지만 다각화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CPC는 유전에서 흑해 터미널까지 대용량 파이프라인으로 직접 연결되지만 BTC 경로의 카자흐 원유는 악타우항까지 이동한 뒤 다시 유조선으로 카스피해를 건너야 한다. 항만과 선박, 환적설비를 거쳐 아제르바이잔의 파이프라인에 투입하는 단계가 추가된다. 따라서 BTC의 카자흐 물량을 크게 늘리려면 단순히 BTC 송유관에 여유가 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카스피해 횡단 운송과 악타우항 등 전 단계의 처리능력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 이는 기존 CPC 물량을 곧바로 다른 파이프라인으로 돌리는 것보다 복잡한 작업이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의 최근 움직임을 ‘러시아에서 벗어나는 과정’으로 단순화하면 실제 구조를 놓치게 된다. CPC는 비용과 규모 면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수출로이고 카자흐스탄도 이 경로의 안정적인 운영을 중시한다. 동시에 CPC가 멈추거나 처리능력이 제한될 때 생산차질을 줄이려면 BTC와 독일 방향 수출 등 다른 경로가 실제 물량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KMG가 2025년 말 CPC 제한 때 일부 원유를 다른 방향으로 돌린 사례는 이런 선택지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비상시 활용 가능한 수단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따라서 BTC 확대의 의미는 CPC를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2025년 약 130만 톤에서 KMG가 약 160만~170만 톤 수준을 전망하고, 에너지부가 별도로 150만~220만 톤의 가능 범위를 제시한 BTC 물량은 카자흐스탄 전체 원유수출에서 아직 작지만, 특정 수송축에 문제가 생겼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선택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다각화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도 BTC 물량 증가율 하나가 아니라 악타우항과 카스피해 선박 운송능력이 얼마나 확대되는지, CPC 차질 때 실제로 어느 정도 물량을 우회시킬 수 있는지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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