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러시아 곡물 수출 업자들, 흑해 루트 차질에 발트·북극으로 우회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9. 24. 02:35

- 러시아 곡물 수출업체들은 아조프·흑해 항만 선적 차질이 이어지자 비소츠크·우스트루가 등 발트해 항만으로 물량을 돌리고, 무르만스크에서도 곡물 수출 준비 중

 

- 러시아곡물연합에 따르면 9월 10~20일 밀 수출은 34만 7,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0만t의 약 4분의 1 수준... 다만 9월 전체 수출 전망은 기관별로 크게 엇갈려

 

- 러시아 정부는 9월 1일부터 연말까지 밀·메슬린·보리·옥수수 수출관세를 t당 0루블로 적용하고 철도·항만 등 모든 물류 가능성을 활용하라고 관계부처에 주문

 

- 발트·북극 경로의 이용은 늘고 있지만 현재 공개된 처리능력과 운송비 구조를 보면 흑해 남부 항만을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하는 단계로 보기는 어려워

 

 

러시아 곡물의 수출 지도가 북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산 밀과 보리의 전통적인 관문이던 아조프·흑해 항만에서 선적 차질이 이어지자 수출업체들이 발트해의 비소츠크와 우스트루가, 더 북쪽의 무르만스크까지 새로운 경로를 넓히고 있다. 로이터 통신(Reuters)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선박과 터미널이 피해를 입으면서 흑해 선적이 차질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직전 수출시즌 러시아 해상 곡물의 거의 90%가 흑해를 거쳤다는 로이터 측 집계를 감안하면, 이번 전환은 흑해 차질 이후 북서부·북부 항만 활용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변화가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우스트루가다. 로이터는 해운·곡물업계 관계자 5명을 취재해 비료와 석탄 등 다른 벌크화물을 취급하던 터미널들이 곡물 처리에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광물비료를 주로 취급하던 울트라마르(Ultramar) 터미널에는 9월 곡물 철도운송 신청이 약 26만t 들어왔으며, 목적지는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로 알려졌다. 이 수치는 터미널의 최종 실제 선적량이 아니라 철도운송 신청량이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실제 선적 통계에서도 발트해 비중은 커졌다. 러시아곡물연합 모니터링에 따르면 9월 10일부터 20일까지 러시아가 수출한 밀은 34만 7,000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0만t보다 크게 줄었다. 이 기간 비소츠크에서는 13만 5,000t, 우스트루가에서는 8만 5,000t이 선적된 반면 노보로시스크 선적은 7만 2,500t으로 집계됐다. 같은 10일 동안 밀 수출 대상국도 지난해 29개국에서 8개국으로 감소했다.

 

북극권 무르만스크에서도 새 흐름이 준비되고 있다. 무르만스크상업항(MMTP)은 10월부터 곡물 취급을 시작할 계획이며, 9월 22일 항만 보도자료는 연간 계약에 따라 첫 곡물 공급을 10월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험 물량 6만 5,000t’은 같은 보도자료의 선철 화물에 해당하며 곡물 물량을 뜻하지 않는다. 앞서 18일 MMTP·무르만스크 벌크터미널 집행이사 파벨 올레이니크는 곡물 취급을 위해 인증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 곡물 처리 목표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무르만스크를 이미 대규모 곡물 수출항으로 보는 것은 이르다.

 

중요한 것은 ‘우회가 시작됐다’는 사실과 ‘흑해를 대체했다’는 판단을 구분하는 것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시장 분석가들의 추정으로는 현재 러시아 발트해 항만의 기존 곡물 처리능력은 연간 약 200만~700만 t인 반면 남부 항만의 능력은 6,000만 t을 넘는다. 수치의 범위가 넓고 공식 시설별 합계도 아니지만, 규모 차이가 큰 것만은 분명하다. 북서부 항만까지의 철도거리가 길어지고 중동·북아프리카까지의 항해거리도 늘어나면서 비용 역시 커진다.

 

수출 부진의 규모를 둘러싸고는 전망이 크게 갈린다. 러시아곡물연합 분석부서장 옐레나 튜리나는 9월 밀 수출이 약 100만t을 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로이터에 따르면, 22일 전한 최신 전망에서 이카르(IKAR)는 200만 t 이상, 소브에콘(SovEcon)은 210만 t, 루스아그로트랜스(Rusagrotrans)는 220만 t을 예상했다. 특히 소브에콘은 1주 전 180만 t에서 210만 t으로, 루스아그로트랜스는 170만 t 초과에서 220만 t으로 전망을 상향했다. 따라서 ‘9월 선적 전망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전망 시점과 집계방법이 완전히 같다고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한 숫자를 ‘9월 확정 전망’으로 선택하기 어렵지만, 2026/27 시즌 초반 누계가 예년보다 낮다는 방향은 여러 자료에서 확인된다.

 

러시아 정부도 수출 정체를 정책 문제로 다루고 있다. 9월 19일 채택된 정부령 №1194는 9월 1일부터 발생한 관련 법률관계에 대해 연말까지 밀·메슬린·보리·옥수수 수출관세율을 t당 0루블로 적용하도록 했다.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부총리는 22일 회의에서 올해 곡물과 유지작물 수확이 지난해보다 많다며 과잉재고를 막고 국내시장과 수출을 원활하게 연결하기 위해 철도와 항만 등 ‘모든 물류 가능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의 관세 인하와 북부 우회가 수출량을 어느 정도 회복시킬지는 아직 확인할 단계가 아니다. 관세비용을 없애도 흑해를 이용할 때보다 긴 철도·해상 운송거리, 터미널 처리능력, 선박 확보와 보험·안전 비용 등은 별도의 제약으로 남는다. 반대로 흑해 항만이 정상화될 경우 지금의 발트·북극 물량 일부가 다시 남쪽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흑해 농산물시장 분석기관 소브에콘 안드레이 시조프 대표는 현재 상황을 ‘흑해 공급 충격’으로 규정하며 시장가격이 이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조프는 농업시장 분야에서 20년 넘게 활동했고 소브에콘에서 50건 이상의 연구·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한 분석가다.

 

러시아 정부는 모든 물류 가능성의 활용과 수출 지원을 관계부처에 지시하고 있다. 현재 자료에서 직접 확인되는 것은 흑해 항만 차질과 동시에 발트·북극 등 대체 경로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시적 비상 우회에 그칠지, 장기적인 수출 인프라 다변화로 굳어질지는 향후 항만투자와 실제 선적량을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다.

 

 

출처

 

법령·정부·기관 자료

시장·물류 보도와 통계

전문가·분석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