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의 물 외교는 하나의 공동전략으로 움직이지 않아... 카자흐스탄은 유엔 산하 국제물기구라는 제도 설계를, 타지키스탄은 유엔 물회의와 ‘두샨베 물 프레임워크’라는 회의·규범 절차를, 우즈베키스탄은 아랄해·물절약·녹색전환이라는 정책 경험의 국제화를 앞세워
- 그러나 세 국가의 행보를 완전히 별개의 외교로만 보면 최근 중앙아시아의 변화를 놓치게 되... 2018년 이후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협의가 정례화됐고, 2022년 다자무대 협력개념, 2024년 ‘Central Asia-2040’, 2025년 지역안보 개념 등이 채택되면서 지역 차원의 조정 장치가 점차 늘었으며, 2025년에는 아제르바이잔도 이 정상협의 형식의 정식 참가자로 합류
- 2026년 7월에는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정상협의에서 ‘Central Asia Plus’와 국제기구 내 조정을 강화해 지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자고 제안... 이는 참가국 전체가 채택한 공동결정이라기보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제안이며, 최근 지역협력을 국제무대의 협상력과 연결하려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
- 다만 중앙아시아 5개국이 단일한 물외교 노선이나 초국가적 지역통합에 합의한 것은 아냐... 최근의 변화는 ‘통합’보다는 주권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분야에서 공동입장과 국제적 존재감을 쌓아가는 점진적 지역주의에 가까워
물 외교를 보기 전에… 중앙아시아의 지역정치가 먼저 달라졌다
카자흐스탄의 국제물기구, 타지키스탄의 유엔 물회의, 우즈베키스탄의 아랄해 외교를 각각의 국가정책으로만 보면 세 사건 사이에는 큰 연결점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세 나라는 서로 다른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있고, 공개된 공식자료에도 이를 하나의 공동 물외교 전략으로 묶은 합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 유엔총회에서 세 국가가 동시에 물·기후를 국제 의제로 제시한 배경에는 중앙아시아 지역협력의 변화가 있다. 현재의 중앙아시아 정상협의체는 2017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제안했고 2018년 아스타나에서 첫 회의가 열렸다. 이후 정상회의는 정례화됐고, 협력의 범위도 정상 간 정치대화에서 부문별 제도와 문서로 점차 확대됐다.
2022년 촐폰아타 제4차 정상협의에서는 ‘21세기 중앙아시아 발전을 위한 우호·선린·협력 조약’, 2022~2024년 지역협력 로드맵, ‘녹색의제’ 지역프로그램과 함께 ‘다자 형식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상호작용 개념’이 채택됐다. 이 마지막 문서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기구와 ‘Central Asia Plus’ 형식에서 어떻게 입장을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틀을 제시했다.
2023년에는 국가조정관회의가 상설 준비·이행 장치로 자리잡았고, 안보회의 서기와 교통장관 등 부문별 협의가 확대됐다. 2024년 아스타나 제6차 정상협의에서는 ‘Central Asia-2040’ 지역협력 발전개념과 2025~2027년 로드맵이 채택됐다. 이 문서에는 경제·교통뿐 아니라 생태·환경·기후변화가 하나의 협력 분야로 포함됐다.
2025년 타슈켄트 제7차 정상협의에서는 지역안보·안정 개념과 2026~2028년 중앙아시아 안보위험 목록이 공동 채택됐다. 같은 회의에서 정상들은 키르기스스탄의 2027~2028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유엔 회원국에 공동으로 지지하는 호소문도 채택했다. 키르기스스탄은 2026년 6월 실제로 처음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다. 다만 그 결과를 지역의 공동지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2026년 7월 아제르바이잔도 참여한 촐폰아타 비공식 정상회의에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국제기구와 ‘Central Asia Plus’ 형식에서 조정을 강화해 지역의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모든 과정이 유럽연합과 같은 초국가적 통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외부 파트너와 각자 양자관계를 맺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필요할 때 ‘중앙아시아’라는 지역 단위를 외교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제도와 관행이 축적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왜 ‘물’이 중앙아시아의 국제 의제가 되는가
중앙아시아에서 물은 국내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분야다. 시르다리야와 아무다리야를 비롯한 주요 하천은 여러 국경을 지난다. 세계은행은 특히 지역 남부에서 하천 유출량의 상당 부분이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고지대에서 형성되는 반면, 대규모 취수는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과 카자흐스탄 남부의 관개 평야에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상류 수력발전의 겨울철 물 수요와 하류 관개의 여름철 수요가 시기적으로 어긋나는 문제도 있다. 여기에 빙하 감소, 가뭄과 홍수, 노후 관개시설 문제가 겹친다.
세계은행은 2026년 중앙아시아 수자원 협력의 핵심 제약으로 노후 인프라, 취약한 지역 물·에너지 협력제도와 제한적인 데이터 공유를 지적했다. 7월 승인된 중앙아시아 수자원 효율·보전 사업은 국제아랄해구조기금(IFAS) 집행위원회를 통해 국경수자원 협력과 공동투자 준비, 수량측정·정보시스템 현대화를 지원한다. 이는 중앙아시아에 지역기구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IFAS와 같은 제도가 이미 존재하지만, 실제 국경수자원 관리의 효율성과 신뢰, 데이터, 인프라를 더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은 물을 ‘지역문제’이면서 동시에 ‘국제문제’로 만든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국내 물관리와 역내 협력에 더해 유엔, 세계은행, 국제회의와 ‘Central Asia Plus’ 형식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다만 모든 국가가 같은 외부 파트너나 제도를 동일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카자흐스탄: 물 문제를 ‘국제기구의 설계’ 문제로
카자흐스탄이 선택한 수단은 제도다. 9월 25일 무흐타르 틀레우베르디 외무장관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의 유엔 산하 국제물기구 구상을 다시 제시했다. 카자흐스탄은 현재 물 관련 국제활동이 여러 기구와 프로그램으로 분절돼 있어 보다 일관된 조정과 책임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구상은 이번 총회에서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4월 아스타나 지역환경정상회의에서 첫 국제협의가 열렸고, 7월 유엔 고위급정치포럼에서도 같은 제안이 공개됐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9월 16일 제안을 중요하게 평가하면서도 일부 핵심 회원국이 유엔 내 새로운 조직 설립에 소극적이라는 현실을 함께 언급했다.
카자흐스탄은 지역 내부의 물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IFAS와 별개로, 유엔 체제 전체에서 물 거버넌스를 조정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제안하고 있다. 즉 지역경험에서 출발해 글로벌 제도설계로 문제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구상은 아직 카자흐스탄이 주도하는 국가 제안이다.
타지키스탄: 국제회의와 규범 절차를 장기 외교자산으로
타지키스탄은 카자흐스탄과 다른 방식으로 물 문제의 국제화에 접근해 왔다. 타지키스탄은 2000년대 이후 유엔에서 물 관련 국제연도·10년계획과 회의를 지속적으로 제안해 왔고, 2023년 네덜란드와 함께 유엔 물회의를 공동주최했다. 2026년에도 두샨베 물 프로세스를 이어가면서 물과 인공지능, 빙하와 기후 등 새로운 의제를 연결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다음 단계는 2028년이다. 유엔총회는 2026년 9월 2일 2028 유엔 물회의의 개최 방식과 결과문서 절차를 정했다. 회의는 2028년 5월 4~6일 두샨베에서 열린다. 결의에 따르면 회원국들은 회의에 앞서 정부간 협상을 통해 비구속적이고 행동지향적인 단일 결과문서를 마련하고, 두샨베 회의에서 이를 컨센서스로 채택한다. 타지키스탄은 이 문서가 ‘두샨베 물 프레임워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존재하는 것은 프레임워크의 완성본이 아니라 프레임워크가 될 결과문서를 앞으로 협상하겠다는 유엔 절차다. 실제 내용은 향후 회원국 협상에서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도 모든 회원국이 절차에 완전히 같은 입장을 보인 것은 아니다. 유럽연합은 2026년 물회의 논의를 앞질러 2028년 결과문서의 명칭과 형태를 미리 정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고, 인도·멕시코·영국 등도 일부 절차에 유보를 남겼다.
그럼에도 타지키스탄은 물을 국제회의의 일회성 주제가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유엔 외교의 전문분야로 만들었다. 카자흐스탄이 새 조직의 설립을 제안한다면, 타지키스탄은 반복되는 국제회의와 유엔 결의, 결과문서 협상을 통해 의제를 축적하는 방식에 가깝다.
우즈베키스탄: 아랄해를 ‘피해의 상징’에서 정책실험의 장으로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두 나라보다 국내 정책경험과 아랄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9월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사이다 미르지요예바 대통령행정실장은 아랄해 건조를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오랜 기간의 잘못된 정책결정이 낳은 결과로 규정했다. 동시에 물절약 기술 확대와 생태복원,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54% 목표를 소개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다음날 공개한 자료에서 미르지요예바는 아랄해 지역이 ‘환경재앙의 상징’으로만 남아서는 안 되고 환경적 해법을 시험하고 실행하는 지역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는 2026년 4월 국제아랄해구조기금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우즈베키스탄의 정책과도 이어진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정부 집계 기준으로 물절약 기술이 관개농지의 60%에 적용됐고 관개수로 콘크리트화는 40%, 양수장 현대화에 따른 물 부문 에너지사용 감소는 약 30%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 수치들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제시한 정책성과로, 독립적인 국제통계로 다시 검증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외교적 메시지의 방향은 분명하다. 우즈베키스탄은 아랄해를 과거의 피해 사례로만 보여주기보다 국내 물절약·녹색전환 정책을 국제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사례로 바꾸려 하고 있다. 즉 우즈베키스탄의 도구는 새 국제기구나 국제회의의 주최보다 문제의 프레이밍과 국내 정책의 국제적 시범사례화에 가깝다.
세 갈래의 물 외교…하지만 하나의 전략은 아니다
이번 총회에서 나타난 세 국가의 접근은 명확하게 다르다.
- 카자흐스탄: 국제물기구라는 새로운 제도 설계
- 타지키스탄: 유엔 물회의와 결과문서를 통한 국제 의제·규범 설정
- 우즈베키스탄: 아랄해·물절약·녹색전환을 통한 정책 경험의 국제화
이 차이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하나의 공동 외교노선을 따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각국은 자국의 비교우위와 외교자산을 이용해 같은 물·기후 문제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렇다고 세 흐름 사이에 공통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을 국내 또는 양자 현안에만 두지 않고 유엔과 국제금융기관, 국제회의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 그리고 ‘중앙아시아’라는 지역적 맥락을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에 활용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는 이를 ‘중앙아시아 공동 물외교’라고 부르기보다 지역협력이 강화되는 환경 속에서 각국의 물외교가 동시에 국제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전문가 분석: ‘통합’보다 지역적 행위자성이 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전략연구소의 사나트 쿠슈쿰바예프와 키르기스 외교아카데미의 굴미라 술타날리는 2026년 연구에서 ‘Central Asia Plus’ 형식이 중앙아시아의 국제적 가시성과 역내 입장조정을 높이고, 5개국이 집단행동의 경험을 축적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런 변화가 중앙아시아를 국제관계에서 점차 인식 가능한 지역 행위자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두 연구자는 이를 완성된 통합으로 보지 않는다. 국가별 이해관계가 다르고 외부 파트너와의 힘의 비대칭이 크며, 무엇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주권을 민감하게 다루기 때문에 깊은 제도적 통합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말하는 변화는 ‘빠른 통합’보다 점진적인 조정과 집단행동 학습에 가깝다.
세인트앤드루스대 국제관계학자 필리포 코스타 부라넬리는 중앙아시아 정상협의를 단순한 ‘말뿐인 회의’로 평가하는 시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그는 2018년 이후의 정상협의가 중앙아시아의 합의제와 비공식성을 반영한 하나의 지역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식 상설기구나 강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제도화의 부재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우즈베키스탄의 정치학자 파르호드 톨리포프는 2025년 정상회의에서 제도화의 진전이 나타났다고 평가하면서도, 새 기구나 사무국이 실제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 주권을 중시하는 지역국가들이 얼마나 실질적 협력을 맡길 것인지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러시아 IMEMO의 스타니슬라프 프리친도 2025년 연구에서 최근의 역내 협력 진전을 인정하지만, 실질적인 통합에 필요한 정치적 의지와 경제적 상호의존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외부 강대국과 기존 유라시아 제도는 지역협력을 촉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제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서로 다른 평가를 종합하면, 중앙아시아의 최근 변화는 초국가적 통합이 아니라 주권을 유지하면서 공동의 지역문제를 국제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능력을 점진적으로 키워가는 과정에 가깝고 이해할 수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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