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커지는 중간회랑, 병목은 사라졌나… 쿠릭항 이후의 철도·선박·통관 경쟁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6. 21:22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이 카스피해를 횡단하는 중간회랑의 처리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자흐스탄 쿠릭항은 7월 하순 아제르바이잔 운송·물류업계 대표단을 맞아 항만 운영능력과 개발사업을 소개하고, 트랜스카스피 국제운송노선(TITR)의 화물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 항만은 최근 쿠릭–바쿠 페리노선이 큰 대기 없이 운영되고 있으며, 기상조건이 양호할 경우 항해시간은 약 18시간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중간회랑의 대표적 약점으로 지적돼온 카스피해 횡단구간이 개선되는 모습이다. 쿠릭항 철도 페리단지는 철도차량과 대형 화물차를 페리에 직접 싣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다만 페리단지의 현재 처리능력과 쿠릭항 전체의 단계별 확장목표는 서로 다른 지표이므로 하나의 수치로 혼용해서는 안 된다. 카자흐스탄은 악타우항과 쿠릭항 확장, 철도 신설, 중국 국경의 물류거점 구축에 투자를 이어왔다. 아제르바이잔도 알라트항과 바쿠–트빌리시–카르스 철도를 중심으로 서쪽 구간의 수송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항만의 처리속도가 개선됐다고 회랑 전체의 병목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중간회랑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철도, 카스피해 선박, 아제르바이잔·조지아 철도, 흑해 또는 튀르키예 구간을 연속해서 이용하는 복합운송망이다. 화물은 국경과 항만을 지날 때마다 운송사업자와 통관기관, 데이터시스템, 운임체계가 바뀐다. 개별 시설의 처리능력보다 환적과 행정절차를 연결하는 능력이 전체 운송시간을 좌우하는 구조다.

 

세계은행은 중간회랑의 핵심 문제로 운송주체 사이의 정보·화물·대금 인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을 지적했다. 컨테이너 운영을 통합할 사업자, 세관 간 협력, 환적을 줄이기 위한 선박운항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은 투자와 운영개선을 병행할 경우 2030년까지 화물량을 세 배로 늘리고 운송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이는 항만 확장만으로 달성되는 목표가 아니다.

 

물동량 통계는 증가세와 함께 집계범위의 차이도 보여준다. TITR 협회는 2023년 노선 전체 운송량을 약 270만 톤으로 발표했다. 협회가 2025년 공개한 2024년 실적은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 항만을 통과한 화물을 약 330만 톤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노선 전체와 항만 통과량이라는 집계범위가 달라 단순한 연도별 시계열로 비교하기 어렵다. 2025년 자료 역시 집계기간과 구간에 따라 수치가 달라 확정 연간치로 단정하지 않았다. 컨테이너 운송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회랑 전체는 여전히 러시아를 통과하는 북부노선이나 해상운송을 대체할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병목은 인프라뿐 아니라 운임과 정시성, 귀환화물 부족, 여러 국가를 거치는 행정비용에서도 발생한다.

 

카스피해 구간에서는 선박의 수와 상태가 변수다. 항만의 연간 처리능력이 충분하더라도 적절한 시점에 페리가 도착하지 않으면 철도화차와 트럭이 대기해야 한다. 기상악화는 운항일정을 흔들고, 노후 선박은 유지보수 기간을 늘린다. 쿠릭항이 최근 로로선 현대화를 점검하고 신규 예인선 건조를 추진하는 것도 부두 확장만으로 안정적 운항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 구간에서는 국경 환적과 열차 편성이 중요하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은 철도궤간이 달라 국경에서 화물을 옮겨 실어야 하며, 카스피해를 건넌 뒤에도 아제르바이잔과 조지아, 튀르키예 구간의 운행계획을 맞춰야 한다. 항만에서 화물을 빠르게 내리더라도 다음 열차가 준비되지 않으면 병목은 부두에서 철도조차장으로 이동할 뿐이다.

 

통관과 데이터 교환도 남은 과제다. 중간회랑 참여국들은 단일운송서류와 디지털 화물추적, 공동물류회사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국가별 세관과 철도회사, 항만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면 화주가 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제출해야 하고 운송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중간회랑이 단순한 여러 노선의 조합이 아니라 하나의 상품으로 경쟁하려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단일 운임과 책임주체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쿠릭항의 원활한 운영은 중간회랑의 개선을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지만, 성공의 최종 지표는 항만 처리량이 아니다. 중국–유럽 전 구간의 평균 운송시간과 편차, 컨테이너당 비용, 국경 대기시간, 정시도와 화물추적률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부두를 얼마나 크게 짓느냐보다 여러 국가의 철도·항만·세관을 하나의 운영체계로 묶을 수 있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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