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U·영국의 대러 제재가 ‘제3국 우회망’으로 이동… 키르기스 금융·암호화폐까지 압박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7. 20:14

2026년 7월 23일 유럽연합(EU)이 21차 대러 제재 패키지를 채택한 데 이어 영국도 8월 6일 러시아 은행과 선박·산업기업을 추가 제재했다. 최근 조치의 공통점은 러시아 안의 금융기관과 에너지기업뿐 아니라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하는 데 활용한다고 서방이 판단한 제3국 은행·암호화폐 플랫폼·해상운송망까지 규제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21차 패키지에서 개인 48명과 기관·기업 170곳 등 총 218건을 새로 제재목록에 올렸다. 금융 부문에서는 러시아 은행과 주요 금융기관 94곳에 자산동결과 자금제공 금지를 적용하고, 33개 러시아 신용·금융기관을 추가로 거래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전체적으로 100개가 넘는 러시아 은행이 거래금지 조치의 적용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패키지에서 중앙아시아와 남캅카스에 직접적인 의미를 갖는 부분은 제3국 금융망이다. EU 이사회는 러시아의 금융메시지 시스템 SPFS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키르기스스탄 은행 1곳에 거래금지를 적용하고, 제재회피에 관여했다고 판단한 다른 비러시아 은행 3곳도 거래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조지아·키르기스스탄·UAE·파나마·마셜제도·벨라루스 등에 기반을 둔 암호화폐 관련 서비스 플랫폼 14곳에도 거래금지가 확대됐다.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기업도 우회차단 목록에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 군산복합체를 지원하거나 제재회피를 가능하게 한 것으로 판단한 기업 51곳을 별도 목록에 추가했다. 이 가운데 러시아 밖 기업은 27곳이며 중국 14곳, 튀르키예 4곳, 키르기스스탄 3곳, 카자흐스탄 2곳, 인도 2곳, UAE 2곳이 포함됐다.

 

이 조치는 해당 국가 전체를 제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특정 은행·기업·플랫폼을 대상으로 EU 사업자와의 거래를 제한하거나 자산동결 등 조치를 적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키르기스스탄 금융시스템 전체가 EU 제재 대상이 됐다고 표현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무역·송금·결제 연계가 강한 중앙아시아 기업 입장에서는 거래상대방 심사와 결제경로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러시아 은행을 대신하는 중개결제나 암호화폐 기반 송금이 제재 회피수단으로 판단될 경우, 제3국 기업이 직접 제재목록에 포함될 위험이 높아졌다.

 

영국도 은행 6곳·그림자선단 유조선 6척 제재

영국 정부는 8월 6일 러시아 제재체계에 신규 지정 13건과 6건의 추가 지정을 발표했다. Reuters에 따르면 대상에는 러시아 은행 6곳, 러시아가 새로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 그림자선단 유조선 6척, 그리고 전장 무기에 쓰이는 탄탈럼·니오븀을 수입하는 러시아 기업 4곳이 포함됐다.

 

영국의 조치는 EU 21차 패키지와 동일한 법적 제재가 아니라 영국의 독자 제재체계다. 다만 양측 모두 러시아의 석유수입과 결제·조달망을 동시에 겨냥한다는 방향은 유사하다. EU는 그림자선단 선박 41척을 추가로 항만 접근금지 대상에 넣었고, 영국도 신규 유조선 지정으로 러시아의 우회 해상수출망을 압박했다.

 

러시아 측은 서방의 제재효과를 부정한다. 주영 러시아대사관은 영국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패배시키지 못했으며 반복되는 제재가 캠페인의 무용성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반면 EU와 영국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뒷받침하는 금융·석유수익·산업조달 능력을 낮추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제재의 실효성은 제3국 집행에서 갈린다

21차 패키지가 보여주는 변화는 ‘러시아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제재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EU는 제3국 은행과 암호화폐 플랫폼, 군산복합체 공급업체까지 제재범위를 넓히며 러시아 거래의 최종수익자와 실제 결제흐름을 추적하려 하고 있다.

 

다만 특정 은행과 기업 지정이 중앙아시아 전체의 러시아 무역을 크게 위축시킬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영향은 해당 기관의 거래규모, 대체은행 이용 가능성, 현지 당국의 규제 대응과 기업들의 결제경로 변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는 변화는 무역량 자체보다 은행의 고객확인 강화와 송금 지연, 거래비용 상승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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