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유국인 러시아가 휘발유를 수입... 정유소 공격이 주유소와 물가까지 번진 경로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8. 31. 18:22

- 러시아의 8월 말 휘발유 생산은 업계 추산으로 국내 여름 수요의 약 70% 수준까지 떨어졌고, 정부는 수출제한과 수입 확대를 병행

 

- 정유시설 공격이 중요한 공급충격이지만 계절수요·정비·물류 문제도 함께 작용해 가격상승 전체를 단일 원인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워

 

- 연료가격 상승은 주유소를 넘어 운송비·서비스가격과 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금리 판단까지 연결되고 있어

 

8월 29일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정부가 국내 연료시장 안정을 위해 생산업체의 디젤·선박연료·가스오일 수출제한을 9월 30일까지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 러시아 정부는 휘발유와 디젤 등 일부 석유제품의 수출을 2027년 1월 말까지 제한하는 새 조치를 발표하면서 9월부터 직접 생산업체가 수출하는 일부 제품에는 예외를 둘 예정이었지만, 8월 들어 정유시설 가동차질과 공급부족이 다시 심해지자 규제를 늦추지 못한 셈이다. 산유국 러시아가 국내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수출을 제한하고 해외에서 휘발유를 들여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은 원유 생산량과 휘발유 생산능력이 같은 말이 아니라는 데 있다. 자동차가 쓰는 휘발유와 디젤은 원유를 정유공장에서 가공해야 만들어진다. 국제 통신사인 로이터(Reuters)가 러시아 업계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러시아의 휘발유 생산량은 하루 약 8만 톤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여름철 국내 수요는 하루 약 11만5천 톤으로 추산돼 생산량만 놓고 보면 수요의 약 70% 수준이다. 8월 평균 생산량도 하루 약 9만 톤으로 추정됐다. 이 수치는 러시아 에너지부가 발표한 공식 생산통계가 아니라 업계 자료와 취재를 토대로 한 추정치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최근 공급충격에는 정유시설 공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8월 하순 러시아의 페름, 니즈니노브고로드, 야로슬라블 등 주요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 뒤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이미 팽팽했던 수급이 다시 악화됐다. 5월 이후 누적된 연료 부족은 7월 말 한 차례 완화되는 듯했지만 8월에 다시 여러 지역에서 판매 제한과 공급난이 나타났다. 그렇다고 현재 가격상승을 모두 드론 공격으로 환원하는 것은 무리다. 여름철 자동차 이동과 농업·물류 수요가 높은 계절적 특성, 정유시설 정비와 개별 설비 문제도 함께 작용한다. 기사의 초점은 공격 하나가 모든 문제를 만들었다는 데 있지 않고, 기존에 여유가 크지 않던 정제·유통망에 반복적인 가동중단이 어떤 추가 충격을 줬는지를 보는 데 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선임연구원은 이 문제를 공격 횟수만으로 보지 않는다. 석유·가스 업계에서 25년간 일한 그는 6월 분석에서 러시아 정유업의 회복탄력성이 반복 타격으로 점점 얇아지고 있으며, 실제 휘발유 공급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강도를 얼마나 유지하는지와 러시아 정유사들이 손상 설비를 얼마나 빨리 복구하는지의 경쟁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도 상황을 어렵다고 봤지만 곧바로 러시아 석유산업 전체의 붕괴로 연결하지는 않았다. 8월의 추가 공급악화 역시 같은 틀에서 공격 강도와 복구속도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가 선택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수입이었다. 벨라루스에서 러시아로 들어간 휘발유는 7월 약 21만2천 톤으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디젤 공급도 약 16만2천 톤으로 늘었다. 1~7월 누적으로 벨라루스의 대러 휘발유 공급은 전년 동기보다 약 25배 증가한 66만5천 톤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인도·카자흐스탄·모로코 등에서도 휘발유를 들여오기 시작했고, 8월에는 인도산 휘발유 화물이 러시아 북극권 항만 비티노를 통해 실제 국내시장으로 반입된 사실도 확인됐다. 원유 수출국이 정제품을 수입하는 것은 원유 자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가공과 지역공급의 병목이 문제라는 점을 보여준다.

 

주유소에서 나타나는 변화도 숫자로 확인된다. 러시아 통계청인 Rosstat에 따르면 8월 24일 러시아 전국 자동차용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77.05루블(한화 약 1,230원, 리터 기준)이었다. AI-92는 73.08루블(약 1,170원), AI-95는 79.32루블(약 1,270원)이었다. 자동차용 휘발유 평균가격은 2025년 말보다 19.4% 올랐고, 8월 18~24일 한 주 동안 55개 연방주체에서 상승했다. 다게스탄은 한 주에 7.8%, 랴잔주는 6.2% 올랐다. 지역별 가격 수준과 공급상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전국 단일한 ‘주유대란’으로 묶는 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문제가 일부 정유기업의 손실을 넘어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된 것은 분명하다. 

 

중앙은행이 이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휘발유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연료값은 화물운송, 농업, 배달, 서비스업과 제조업의 비용으로 다시 들어간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8월 기준금리 논의 요약에서 6월 연료가격 상승이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에 직접 약 0.3%포인트, 7월 첫 2주에 약 0.2%포인트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운송비와 생산비 상승이 다른 상품·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2026년 연간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총 영향은 최대 약 1.5%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앙은행은 같은 통화정책 논의에서 2026년 말 물가상승률을 6~7%로 전망했다. 전장의 후방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이 주유소를 거쳐 중앙은행의 금리판단까지 연결되는 구조다. 

 

다만 이것을 곧바로 러시아 석유산업의 붕괴로 읽을 이유는 없다. 러시아는 여전히 대규모 원유 생산국이며, 정부는 수출제한과 벨라루스·아시아산 수입, 국내공급 우선배분을 통해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대규모 원유자원과 정제·유통망의 회복탄력성이 서로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앞으로 볼 지표는 정유시설 복구속도, 휘발유 생산량의 회복, 지역별 판매제한 해제 여부, 그리고 연료가격 상승이 서비스·운송가격으로 얼마나 더 전가되는지다. 이 네 가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연료문제는 에너지산업 기사를 넘어 가계물가와 통화정책 기사로 계속 남게 된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