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CO 10개 회원국은 9월 1일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 헌장 개정안을 포함한 28개 문서를 승인·채택
- 안보위협 대응 범용센터·마약대응센터 운영규정과 AI·정보보안·물류·환경 분야의 중장기 협력체계가 마련
- 반면 SCO 개발은행은 다시 출범하지 못해, 이번 회의는 전면적 경제통합보다 선택적 제도화의 진전으로 평가
- 비슈케크 선언은 이란 영토에 대한 군사공격을 규탄하고 알리 하메네이 사망에 조의를 표해 이란에 대한 강한 정치적 지지도 확인
상하이협력기구 창설 25주년을 맞아 열린 제26차 SCO 회원국 정상회의가 1일 비슈케크에서 폐막했다.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의장을 맡았으며 벨라루스·인도·이란·카자흐스탄·중국·키르기스스탄·파키스탄·러시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10개 정회원 대표들이 참석했다. SCO 사무국은 정상회의 결과 비슈케크 선언과 SCO 헌장 개정 의정서를 포함해 모두 28개 문서가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제도적 강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안보다. 정상들은 SCO 회원국의 안보위협과 도전에 대응할 범용센터와 SCO 마약대응센터 집행위원회의 운영규정을 승인했다. 비슈케크 선언은 범용센터가 정보보안센터와 초국가조직범죄 대응센터를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키르기스스탄 외무부는 범용센터가 타슈켄트에, 마약대응센터가 두샨베에 자리잡는 구조를 확인했다. 다만 SCO 공식문서는 이들 상설기관의 실질적인 업무 개시가 앞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어, 이미 완전 가동된 기관으로 보는 것은 이르다.
마약 대응 분야에서는 기관뿐 아니라 2030년까지의 중기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정상회의는 마약중독 대응 협력 프로그램과 합성마약 및 전구체 확산 대응 프로그램을 승인했으며, 국제정보보안 분야에서도 2026~2028년 협력계획을 채택했다. 2010년 체결한 범죄대응 정부 간 협정의 개정안도 이번 문서 패키지에 포함됐다. SCO가 창설 초기부터 강조해 온 테러·분리주의·극단주의 대응에서 초국경 범죄와 마약, 사이버안보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AI와 디지털 분야에서도 공동협력이 선언 수준을 넘어섰다. 회원국 정부 간 AI 협력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역내 데이터처리센터와 컴퓨팅 역량, AI 산업 발전에 관한 개념 문서도 채택됐다. 회원국 관계기관 사이의 정보 분야 협력 MOU도 문서 목록에 포함됐다. 중국을 비롯한 개별 회원국들이 별도로 제시한 AI 사업과 SCO 전체의 공동결정을 구분할 필요는 있지만, 적어도 AI가 SCO의 공식 협력 분야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확인된다.
교통·물류 분야에서는 2026~2030년 항만과 물류센터 개발을 위한 행동계획, 즉 로드맵이 승인됐다. 이는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철도와 도로, 항만 사업을 모두 SCO 공동사업으로 편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국제운송망과 물류거점, 복합운송체계를 연결하기 위한 공동 정책의 시간표를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철도와 운송회랑 건설이 잇따르는 가운데, SCO도 개별 회랑 제안뿐 아니라 기존 노선과 물류거점의 연결성과 운영효율을 높이는 협력틀을 확대하고 있다.
환경과 기후 분야에서도 다년 계획이 나왔다.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관리에 관한 공동행동계획은 2026~2031년을 대상으로 하고, 녹색기술회랑 프로그램은 2026~2030년을 기간으로 한다. 회원국 정부 간 기후변화 협력 MOU도 체결됐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에너지절약과 효율, 에너지시스템 협력에 관한 별도의 정상 성명이 채택됐다. 다만 일부 회원국이 제안한 새로운 수자원 기관이나 SCO 차원의 에너지 컨소시엄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설립된 것은 아니다.
반면 SCO가 경제협력에서도 같은 수준의 제도화에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차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SCO 개발은행이다.
개발은행 논의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 아니다. 2025년 중국 톈진 정상회의에서 관심 있는 회원국들은 개발은행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금융기관 운영과 관련한 세부 문제에 대한 협의를 가속하기로 했다. SCO 사무국은 이를 '정치적 합의'로 규정하고 있다. 이후 2026년 5월 비슈케크와 6월 중국 선전에서 각각 세 번째와 네 번째 다자협의가 열렸고, 참가국들은 은행 설립의 핵심 요소와 다음 단계 작업계획을 논의했다.
그러나 1년 뒤 열린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도 은행은 출범하지 않았다. 최종 선언은 키르기스스탄 의장국 기간 개발은행 설립 문제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하면서 관련 작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의 결과에서는 설립협정이나 초기 자본금, 회원국별 출자비율, 의결권 구조, 본부 소재지 또는 출범일이 확정됐다는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 지역전문 매체인 타임스 오브 센트럴 아시아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헌장과 안보기구 개혁은 진전됐지만 개발은행은 미해결 상태로 남았다고 평가했다.
개발은행 문제는 SCO의 현재 제도화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안보센터의 규정을 만들거나 마약·AI·환경 분야의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다자개발은행을 만들려면 회원국들이 실제 자본을 출자하고 지분과 의결권, 본부 위치와 대출 원칙을 합의해야 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공동 프로그램과 상설 안보기구는 진전했지만 대규모 공동 금융기관은 계속 협상 대상으로 남았다는 차이가 나타났다.
은행 논의가 오래 지연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협상 이상의 중러 이해조정도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러시아어 독립매체 노바야 가제타 유럽은 중국이 2010년대 초부터 SCO 공동 개발은행과 자유무역 구상을 적극 추진했지만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우려해 장기간 제동을 걸었다고 정리했다. 메두자가 7월 월스트리트저널 취재를 요약한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5년 개발은행의 주요 통화로 중국 위안화를 사용하는 방안에 동의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대신 은행이 서방 제재의 영향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보장을 요구했다. 이 보도들은 비공개 협상에 관한 2차자료이므로 공식 합의와 같은 수준의 사실로 취급할 수는 없지만, 개발은행이 단순한 행정절차 지연이 아니라 회원국 간 금융주도권 조정 문제이기도 하다는 배경을 제공한다.
카자흐스탄 외교부 산하 외교정책연구소(Foreign Policy Research Institute)의 마나르베크 카바지예프 부의장은 SCO의 성격을 국가들의 제도를 하나로 통일하는 방식보다 서로 다른 국가들의 연결성을 높이는 형태의 통합으로 설명했다. 이는 SCO가 유럽연합(EU)과 같은 통합기구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기보다 회원국들이 정치·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운송·무역·안보처럼 이해가 일치하는 영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다만 카바지예프가 카자흐스탄 외교부 산하 기관 소속이라는 점에서 정부정책과 가까운 전문가 평가라는 성격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역전문 언론의 평가는 보다 실무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타임스 오브 센트럴 아시아의 스티븐 M. 블랜드는 이번 회의에서 헌장 개정과 안보기구 규정은 진전됐지만 개발은행의 회원 구성, 지배구조, 자본과 본부 위치는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모두 개발은행 본부 유치 의사를 밝힌 점은 은행 출범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이해조정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블랜드는 학술기관 소속 전문가가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를 전문으로 취재해 온 언론인·연구자이므로, 이 평가는 지역전문 언론 분석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상회의의 정치적 합의에서도 회원국 사이의 공통분모와 한계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비슈케크 선언은 이란 영토에 대한 군사공격을 규탄하고 이란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지지했으며, 이란 국민과 정부에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비극적 사망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선언 자체는 공격 주체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알리 하메네이는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으로 사망했고 이란 전문가회의는 3월 8일 그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따라서 비슈케크 선언의 이란 관련 문구는 단순한 일반적 주권 지지를 넘어, 불과 6개월 전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전쟁 상황에서 나온 집단적 정치 메시지라는 맥락이 있다. 반면 공개된 선언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다. 이것만으로 러시아가 특정 외교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SCO가 모든 주요 국제분쟁에 대해 같은 수준의 공동입장을 내는 조직은 아니라는 점은 확인된다.
SCO는 다른 국제기구와의 관계도 넓혔다. SCO 사무국은 키르기스스탄 의장국 기간 SCO·집단안보조약기구(CSTO)·독립국가연합(CIS) 협력 로드맵 승인과 첫 3자 행사의 개최, SCO의 CIS 옵서버 지위 확보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SCO 사무국과 아프리카연합(AU) 위원회의 협력 MOU 체결도 승인됐다. 회원국 수를 늘리는 것과 별개로 주변 국제·지역기구와의 제도적 연결망을 확대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비슈케크 정상회의의 의미를 28이라는 문서 숫자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합의가 실제 규정과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헌장 개정과 안보·마약 관련 상설기관 운영규정, AI·정보보안·물류·환경의 다년 협력계획은 구체적인 결과로 남았다. 반대로 개발은행처럼 회원국들이 자본과 권한을 실제로 공유해야 하는 경제제도는 다시 후속 협상으로 넘어갔다.
25년 된 SCO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단일한 정치·경제 블록으로 급격히 전환하기보다 회원국들이 합의할 수 있는 분야를 골라 하나씩 제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이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 가운데 하나는 개발은행이다. 은행이 실제 설립돼 회원국의 공동자본을 운용하기 시작한다면 SCO 경제협력은 지금과 다른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반대로 설립 논의가 계속 지연된다면 SCO가 안보와 분야별 협력에서는 제도를 쌓아가면서도 보다 깊은 경제통합에서는 제약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출처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비슈케크 25주년 선언, 2026년 9월 1일
https://rus.sectsco.org/20260901/2495418.html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제26차 SCO 정상회의 공식 결과, 2026년 9월 1일
https://eng.sectsco.org/20260901/2493609.html - 키르기스스탄 국영 Kabar — SCO 정상회의 채택·서명 문서 전체 목록, 2026년 9월 1일
https://en.kabar.kg/news/sco-summit-list-of-signed-documents/ - 키르기스스탄 국영 Kabar — 키르기스스탄 외무장관 정상회의 결과 브리핑, 2026년 9월 1일
https://en.kabar.kg/news/kyrgyz-fm-sums-up-the-results-of-kyrgyzstans-sco-chairmanship/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SCO 개발은행 제4차 다자협의, 2026년 6월 29~30일
https://eng.sectsco.org/20260630/2406779.html - 상하이협력기구 사무국 — SCO 개발은행 제3차 다자협의, 2026년 5월 28일
https://eng.sectsco.org/20260529/2335857.html - 중국 외교부 — 2025년 톈진 SCO 정상회의 주요 성과, 2025년 9월 1일
https://www.fmprc.gov.cn/eng/wjb/wjbz/hd/202509/t20250903_11701370.html - Reuters — 알리 하메네이 사망과 2026년 2월 28일 대이란 공습, 2026년 2월 28일
https://www.reuters.com/business/aerospace-defense/israel-us-launch-strikes-iran-2026-02-28/ - Reuters —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새 최고지도자 선출, 2026년 3월 8일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iran-names-khameneis-son-mojtaba-new-supreme-leader-state-media-report-2026-03-08/ - The Astana Times — 카자흐스탄 정상 제안 및 전문가 평가, 2026년 9월 1일
https://astanatimes.com/2026/09/tokayev-calls-for-stronger-sco-cooperation-as-experts-see-sco-emerging-as-key-multipolar-platform/ - The Times of Central Asia — 비슈케크 정상회의 분석, 2026년 9월 1일
https://timesca.com/sco-summit-delivers-institutional-reform-but-leaves-development-bank-unsettled/ - Meduza — 월스트리트저널의 중러 관계·SCO 개발은행 협상 보도 요약, 2026년 7월 14일
https://meduza.io/feature/2026/07/14/u-kitaya-horoshie-shansy-prevratit-rossiyu-v-gigantskiy-pakist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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