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릭스(BRICS)는 9월 12~13일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140개 항의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유엔·WTO 개혁, NDB 확대, 현지통화와 국경간 결제 협력을 공동 의제로 확인
- 다만 공동통화 창설이나 단일 결제망 출범에는 합의하지 않았고, 인도가 제안한 상설적 이행장치도 아직 제안·검토 단계에 머물러
- 중동 문제에서는 ‘각국의 국가적 입장’을 인정하는 절충문구를 사용한 반면 팔레스타인·테러 문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공동입장을 냈다.
- 이번 회의는 확대된 브릭스가 경제·개발·기술 분야에서는 공통분모를 넓히면서도 정치·안보와 금융통합의 깊이에서는 회원국 간 차이를 남기고 있음을 보여줘
브릭스(BRICS)가 9월 12~13일 인도 뉴델리에서 제18차 정상회의를 열고 140개 항으로 구성된 ‘뉴델리 선언’을 채택했다. 브릭스 협력 2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유엔과 국제금융기구 개혁,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 유지, 신개발은행(NDB) 역할 확대, 현지통화 거래와 국경간 결제 상호운용성 연구, 인공지능(AI)과 산업·기술 협력 등을 공동 의제로 제시했다. 반면 중동·서아시아 안보 문제에서는 특정 국가의 책임을 공동으로 규정하기보다 ‘각국의 국가적 입장’을 인정하는 문구를 넣어 회원국 사이의 차이를 남겨뒀다.
이번 정상회의는 확대된 브릭스가 어디까지 공동 정책을 만들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실제 최종 선언은 글로벌 거버넌스와 개발금융, 무역, 기술 분야에서는 비교적 폭넓은 합의를 담았지만, 금융통합에서는 공동통화보다 결제 인프라의 상호운용성을 연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국제분쟁에서도 팔레스타인 문제처럼 구체적인 공동문구를 만든 분야가 있는 반면, 중동 전체 정세에서는 회원국별 입장 차를 인정했다.
정상회의 구성 자체에서도 한 가지 공식 표기 충돌이 남았다. 인도 정부계열 Akashvani는 사우디아라비아를 2024년 확대 때 들어온 정회원으로 설명했지만, 사우디 SPA는 2026년 5월 BRICS 외교장관회의에서 자국을 초청국으로 표기했고 정상회의 시점 사우디 보도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사에서는 BRICS의 정회원 수를 단일 숫자로 확정하지 않고 지위 표기 충돌을 그대로 남겼다.
UN·WTO 개혁… “글로벌사우스의 대표성을 넓혀야”
뉴델리 선언의 첫 번째 큰 축은 기존 국제기구의 대표성 개혁이었다. 정상들은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를 보다 민주적이고 대표성 있게 바꿔야 한다고 재확인하고 아프리카·아시아·중남미 개발도상국의 발언권 확대를 요구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브라질과 인도가 유엔과 안보리에서 더 큰 역할을 맡으려는 열망을 지지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다만 이는 두 나라의 상임이사국 진출 자체가 합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제경제 분야에서도 기존 제도를 없애기보다 개혁하자는 방향이 두드러졌다. 선언은 WTO를 중심으로 하는 개방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를 지지하면서 분쟁해결기구의 정상화를 요구했다. WTO 규범과 맞지 않는 일방적 관세·비관세 장벽과 환경을 명분으로 한 보호주의에 우려를 표시했고, 국제법과 유엔헌장에 반하는 일방적 경제제재와 2차 제재에도 반대했다.
이 같은 공동문구 안에서도 정상들의 강조점에는 차이가 있었다. 의장국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국제질서 개혁을 ‘대표성·대응성·규칙제정’의 문제로 제시하며 글로벌사우스가 기존 규칙의 수용자에서 규칙을 만드는 주체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극화와 글로벌사우스의 부상을 보다 전면에 두고 WTO와 유엔 중심의 다자질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일극체제가 쇠퇴하고 있다며 관세전쟁과 제재, 경제적 압박을 비판하고 IMF·세계은행·WTO의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남아공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특히 아프리카가 유엔 안보리에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강조했다.
‘공동통화’는 없었다…현지통화와 결제망 연결부터
경제·금융 분야에서 가장 주의해서 볼 부분은 공동통화와 실제 합의를 구분하는 것이다. 뉴델리 선언에는 BRICS 공동통화 창설 합의가 없다. 대신 제90항은 BRICS Payment Task Force가 국경간 결제시스템과 메시징 채널의 상호운용성을 연구하고, 회원국 통화를 이용한 무역결제와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계속 논의하도록 했다. 선언은 각국의 제도와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하나의 방식을 모든 회원국에 적용할 수 없다는 점도 명시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의의 금융 합의를 ‘탈달러 공동통화 출범’으로 설명하면 실제 문서보다 앞서간다. 확인되는 단계는 여러 국가의 기존 결제망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현지통화를 실제 거래에서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수준이다.
신개발은행에서는 한 단계 더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됐다. 정상들은 NDB가 현지통화 금융을 확대하고 자금조달원을 다변화하며 인프라와 지속가능개발 사업을 확대하도록 지지했다. NDB 회원 확대와 BRICS-NDB 지식포털 발전도 공동문서에 담겼다. 하지만 NDB를 IMF나 세계은행을 대체하는 금융기관으로 전환한다는 합의는 없었다.
중동에서는 ‘각국 입장’ 인정…팔레스타인 문제는 보다 구체적
정치·안보 분야에서는 회원국의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현실도 선언문에 드러났다. 뉴델리 선언 제28항은 중동·서아시아의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면서 이례적으로 ‘각자의 국가적 입장을 상기하며’ 최대한 자제하고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 보호, 각국의 주권과 영토보전, 무역·공급망·에너지 흐름 유지가 함께 언급됐다.
이 문구는 브릭스 회원국들이 중동 문제에서 동일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과 맞물린다. UAE는 지난 5월 브릭스 외교장관회의에서 이란을 직접 비난하며 자국의 주권과 안보 문제를 제기했고, 이란은 이번 정상회의를 전후해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압박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상회의 기간에는 이란 대통령과 UAE 아부다비 왕세자가 별도로 만나 긴장완화와 지역안정을 논의했다. 다만 이러한 양국 갈등이 선언문의 ‘각국 입장’ 문구를 직접 결정했다는 협상기록은 공개되지 않아 인과관계로 단정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공동문구가 나왔다. 정상들은 가자지구의 휴전 유지와 인도적 접근,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이주 반대를 요구하고 1967년 국경을 기초로 한 두 국가 해법과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지지했다. 2025년 4월 잠무·카슈미르에서 26명이 사망한 테러 공격도 직접 명시해 규탄하고 국경을 넘는 테러리스트 이동과 테러자금, 은신처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반면 최종 뉴델리 선언에는 ‘우크라이나’라는 국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정상회의 과정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정상회의 전후 양자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문제가 거론됐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브릭스 전체가 채택한 최종 선언에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특정한 공동문구가 없다는 데까지다.
AI·산업협력 확대…중국은 2027년 의장국
이번 선언은 AI와 산업·디지털 분야에서도 다수의 실무협력을 담았다. 정상들은 AI가 경제성장과 지속가능개발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도 안전성·신뢰성·포용성, 글로벌사우스의 AI 접근성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 4.0, 첨단 제조업,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저장, 디지털 공공인프라, 사이버 회복력과 중앙은행 역량 강화 등 기존 BRICS 협력사업도 이어가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AI를 활용한 신형 산업화 협력을 별도로 제안하고 공급망·산업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은 같은 경제협력 의제를 아프리카의 산업화와 원자재 현지가공, 인프라 투자 확대와 연결했다. UAE는 BRICS 참여를 무역·투자·물류 네트워크와 경제 파트너십 다변화를 확대하는 통로로 설명하고 있다. 같은 경제협력 합의 안에서도 회원국이 기대하는 구체적 효과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도의 ‘상설 이행 메커니즘’ 제안은 아직 제안 단계
브릭스 내부 제도화에서도 제안과 합의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모디 총리는 의장국이 매년 바뀌면서 사업의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 ‘브릭스 지속, 이행 메커니즘(BRICS Continuity and Implementation Mechanism)’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모든 결정의 담당기관·일정·이행상태를 기록하는 디지털 저장소와 다음 정상회의까지 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안을 발전시키는 ‘브릭스 개혁 로드맵(BRICS Reform Roadmap)’도 제안했다.
그러나 최종 선언은 이 기구의 공식 출범을 선언하지 않았다. 정상들은 BRICS 온라인 기록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진전을 환영하고 조기 운영을 위한 추가 논의, 의장국이 제안한 양해각서 이행점검 작업을 검토하기로 했다. 따라서 인도의 제안은 BRICS 내부 이행력을 강화하려는 방향을 보여주지만, 상설 이행기구가 이미 만들어졌다고 쓰기는 어렵다.
합의의 범위와 다음 단계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확인된 공통분모는 비교적 분명하다. BRICS 국가들은 유엔과 국제금융기구에서 개발도상국의 대표성을 확대하고, WTO 체제를 개혁하며, NDB와 현지통화 결제·결제망 상호운용성을 확대하는 방향에는 공감했다. AI와 산업·디지털·인프라 분야에서도 다수의 실무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반면 단일 공동통화나 단일 금융체제처럼 회원국의 주권과 금융정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안에는 합의하지 않았다. 중동과 같은 안보문제에서도 모든 국가가 동일한 책임 규정에 동의하지 못해 각국의 입장을 인정하는 절충문구가 사용됐다. 인도가 제안한 BRICS 내부 이행기구 역시 아직 공식 출범 단계가 아니다.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의 실제 결과를 판단할 때는 선언에 적힌 장기적 방향과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간 사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27년 중국이 BRICS 의장국을 맡으면서 결제 태스크포스, NDB 현지통화 금융, 온라인 기록 데이터베이스와 인도가 제안한 이행관리 방안이 실제 제도로 발전하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이 된다.
출처
A. 정상회의 공동문서·의장국
- Prime Minister of India, BRICS New Delhi Declaration: Building for Resilience, Innovation, Cooperation and Sustainability, 2026.09.12 https://www.pmindia.gov.in/en/news_updates/brics-new-delhi-declaration-building-for-resilience-innovation-cooperation-and-sustainability-september-12-2026/?comment=disable
- Prime Minister of India, PM’s Opening Remarks during the 18th BRICS Summit Session: Inclusive Global Governance and Strengthening, 2026.09.12 https://www.pmindia.gov.in/en/news_updates/pms-opening-remarks-during-the-18th-brics-summit-session-inclusive-global-governance-and-strengthening/?comment=disable&tag_term=
B. 주요 회원국 1차자료
- Ministry of Foreign Affairs of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习近平在金砖国家领导人第十八次会晤第一阶段会议的讲话(全文), 2026.09.12 https://www.fmprc.gov.cn/zyxw/202609/t20260912_12021171.shtml
- President of Russia, BRICS Summit, 2026.09.12 https://en.kremlin.ru/d/80748
- The Presidency of South Africa, Statement by President Cyril Ramaphosa during a session on Inclusive Global Governance and Strengthening Multilateralism, 2026.09.12 https://thepresidency.gov.za/statement-his-excellency-president-cyril-ramaphosa-during-session-inclusive-global-governance-and
- The Presidency of South Africa, Statement ... Shaping the Future for Inclusive Global Growth, 2026.09.13 https://www.thepresidency.gov.za/statement-his-excellency-president-cyril-ramaphosa-during-session-shaping-future-inclusive-global
- Emirates News Agency(WAM), UAE’s BRICS membership expands partnerships, strengthens global trade, investment role, 2026.09.11 https://www.wam.ae/en/article/c26ysch-uae%E2%80%99s-brics-membership-expands-partnerships
- UA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UAE Affirms Steadfast Position and Refutes Iranian Allegations in BRICS Foreign Ministers’ Meeting, 2026.05.15 https://www.mofa.gov.ae/en/mediahub/news/2026/5/15/uae-brics-foreign-ministers-meeting
- Press Information Bureau of India, Prime Minister meets with the President of Iran on the sidelines of BRICS Summit, 2026.09.11 https://www.pib.gov.in/PressReleseDetailm.aspx?PRID=2309308&lang=1®=3
- Associated Press, BRICS leaders voice concern over Middle East, condemn unilateral sanctions at India summit, 2026.09.12 https://apnews.com/article/5393274f87a16461b195d13f324e747a
- Financial Times, Brics push for Gulf peace as war worries mount, 2026.09.13 https://www.ft.com/content/f32bef26-d2b8-47a6-b938-3dcd5e87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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