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 사이 육상국경은 1993년 이후 일반 통행이 중단된 상태지만 최근 정상화는 무역행정·항공·비자·철도와 국경시설 같은 실무 분야로 진행 중
- 튀르키예는 지난 5월 양국 직접무역 개시를 위한 정부 차원의 준비를 마쳤고, 9월 예레반에서는 양국 기업인들이 국경 개방과 운송·투자 협력 확대를 요구
- 다만 현재도 육상 화물은 조지아 등 제3국을 거쳐 이동하며 일반 육상국경 개방일과 카르스–귬리 철도 운행 재개일은 확정되지 않아
- 양국 관계는 정상화를 위한 실무 조치가 여러 방면에서 진행 중이지만 실제 육상국경 개방과 외교관계 수립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 기업인들이 9월 초 예레반에 모였다. 3~4일 열린 아르메니아–튀르키예 경제협력회의에서는 무역과 운송, 관광, 투자,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회의 첫날 반 상공회의소(Van TSO)와 아르메니아 제조업자·기업인연합(UMBA)은 협력프로토콜을 체결해 공동행사와 정보교환, 기업 간 경제·통상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국경검문소 개방 요구를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 이어 7일 공동성명에서는 국경 개방과 국경통과 절차 간소화, 운송망 확충, 기업인 상호방문과 공동투자 확대를 촉구했다.
기업단체의 합의는 정부 간 국경개방 결정과는 구분된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양국 정부가 진행해 온 정상화 과정을 함께 보면 논의는 외교적 접촉뿐 아니라 항공·비자·무역신고·육상검문소·철도·전력연계 같은 실무 분야로 확대돼 있다. 실제 시행된 조치와 기술검토 단계의 사업, 아직 정치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사안이 동시에 존재한다.
튀르키예는 1993년 아르메니아와의 육상국경을 폐쇄했고 양국은 현재도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품교역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아르메니아 외교부 통계 기준으로 2025년 아르메니아의 대튀르키예 수출은 47만 3,200달러(약 6억 3,500만 원)였고 튀르키예 원산 상품 수입은 3억 6,828만 3,800달러(약 4,939억 원)였다. 국경이 닫힌 상태에서도 제3국을 경유한 상품거래가 이어져 왔다. 이 수치는 아르메니아 외교부 자료 기준이며, 튀르키예 측 대응 통계와의 차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구조에서 올해 5월 나온 조치는 기존 무역의 행정처리를 바꿨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5월 13일 양국 직접무역을 시작하기 위한 관료적 준비가 11일자로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새 규정에 따라 튀르키예에서 제3국을 거쳐 아르메니아로 가는 상품과 반대 방향 상품의 최종 목적지 또는 출발지를 세관신고에서 ‘아르메니아’ 또는 ‘튀르키예’로 직접 표기할 수 있게 됐다. 아르메니아 외교부는 이를 튀르키예가 양자무역에 대한 금지를 해제한 조치로 평가했다.
그러나 직접무역의 행정적 허용과 직접 육로운송은 같은 단계가 아니다. 튀르키예 외교부는 같은 발표에서 공동 육상국경 개방을 위한 기술적·관료적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명시했다. TEPAV의 5월 분석도 튀르키예 상품이 아르메니아로 갈 때 조지아로 들어간 뒤 다시 아르메니아로 이동하는 우회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관신고상 상대국을 직접 목적지로 표시할 수 있게 됐지만 물리적인 육상운송 경로가 아직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9월 예레반을 방문한 반 상공회의소 대표단의 이동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Van TSO에 따르면 기업인과 상공회의소 관계자 등 82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버스 3대로 반을 출발해 조지아를 거쳐 예레반까지 약 22시간 이동했다. 자료 해석상 이 22시간은 이번 대표단이 실제로 제3국을 경유했다는 사례로만 볼 수 있으며, 일반 화물의 평균 운송시간이나 국경 개방의 경제효과를 직접 추정하는 수치로 일반화할 수 없다.
국경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합의도 단계적으로 축적돼 왔다. 정상화 특별대표들은 2022년 7월 제3국 국민이 아르메니아–튀르키예 육상국경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양국 사이 직접 항공화물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튀르키예의 직접 항공화물 금지는 2023년 1월 해제됐다. 그러나 제3국 국민의 육상국경 통과 합의는 아직 일반적으로 시행되지 않았다.
2025년 9월 열린 제6차 정상화 특별대표 회의에서는 2022년 국경통과 합의의 시행을 서두르기로 했다. 양측은 관련 기관이 카르스–귬리 철도와 전력연계의 복구·운영을 위한 기술검토를 진행하도록 합의했고, 역사적인 아니 실크로드 다리 공동복원과 항공노선 확대를 위한 작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2026년 1월부터 양국의 외교·특별·관용여권 소지자가 무료 전자비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아르메니아 외교부에 따르면 양국의 직접 항공 여객 연결은 2022년 2월부터 다시 시작된 상태다.
아르메니아 측은 육상국경 시설 자체에 대해서는 준비가 끝났다는 입장이다. 바하근 하차투랸 아르메니아 대통령은 9월 5일 국경검문소에서 필요한 작업이 완료됐으며 사람과 상품, 차량 이동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아르메니아 측 시설의 준비상태에 대한 설명이다.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국경 개방일을 결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튀르키예 정부의 5월 공식 설명은 공동국경 개방을 위한 기술·관료적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업계의 움직임은 이런 정부 간 실무작업과 나란히 진행되고 있다. Van TSO와 UMBA는 9월 공동성명에서 물류·관광·농업·식품·섬유·산업·서비스 분야 협력과 정례적인 B2B 접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Van TSO는 예레반 방문을 마친 뒤 앞으로 업종별 상호 기업사절단을 구성하고 투자와 교역 기회를 구체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기업단체가 국경개방을 직접 결정할 수는 없지만, 양국 사이 이미 존재하는 거래관계를 보다 정례적인 기업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움직임은 확인된다.
튀르키예 경제정책연구재단(TEPAV)의 페리데 이난 지오이코노믹스센터장은 9월 7일 공개된 회의 결과에서 아르메니아–튀르키예 국경 개방 가능성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교통망이 연결되는 것만으로 경제적 효과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기업 간 대화를 제도화하고 교통 인프라와 함께 생산역량을 확대하며 세관 현대화와 무역원활화를 진행해야 연결망이 실제 경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경 개방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전망은 일치하지 않는다. 예레반 캅카스연구소 연구원인 정치학자·사회과학 연구자 흐란트 미카엘랸은 8월 말 Caucasus Watch 인터뷰에서 물류비 절감과 아르메니아 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구분했다. 그는 국경 개방으로 운송비가 낮아지더라도 아르메니아 생산자가 더 큰 튀르키예 시장에 진입하려면 생산역량과 시장 네트워크, 새로운 시장기준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값싼 튀르키예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일부 아르메니아 생산자의 부담도 함께 제기했다.
정치적 조건에 대한 평가는 공식 발표와 전문가 분석에서 차이가 있다. 양국 특별대표는 2025년 9월 회의에서도 정상화 과정을 ‘전제조건 없이’ 계속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예레반 외교안보정책센터(YCFSP) 대표이자 아르메니아 외교부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전직 외교관 소시 타티캰은 9월 3일 분석에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관계 개선으로 아르메니아–튀르키예 정상화의 여건이 좋아졌지만, 실제 정상화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으며 튀르키예의 전면적 국경 개방과 외교관계 수립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평화과정의 진전과 사실상 연결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제시하는 ‘전제조건 없는 정상화’ 원칙과 별개의 전문가 분석이다.
9월 8일 JAMnews가 인터뷰한 아르메니아 비정부기구(NGO) Armenian Council 소속 전문가이자 정치학 박사 로버트 게본디안도 경제계 교류와 국경 개방의 정치적 결정을 구분했다. 그는 5월 조치 이후 기업들이 상대국을 대상으로 직접 세관신고를 할 수 있게 됐지만 상품은 계속 조지아를 경유하기 때문에 실제 국경이 열리기 전까지 운송비 구조는 남는다고 설명했다. 국경 개방 시점을 특정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했고,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관계가 튀르키예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현재 정상화 과정에는 이미 시행된 조치와 합의만 된 조치, 아직 결정되지 않은 조치가 함께 존재한다. 직접 항공 여객 연결은 운항 중이고 직접 항공화물 금지는 해제됐다. 외교·특별·관용여권의 전자비자 절차가 간소화됐으며 올해 5월에는 양국 직접무역을 위한 관료적 준비가 완료돼 상대국을 상품의 최종 목적지·출발지로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카르스–귬리 철도와 전력연계에는 기술검토가 합의됐고 아르메니아 측 국경시설도 운영 준비를 마쳤다고 정부가 밝혔다.
반면 2022년에 합의한 제3국 국민의 육상국경 통과는 아직 일반적으로 시행되지 않았고, 양국 국민을 포함한 육상국경의 전면 개방일도 발표되지 않았다. 직접 도로화물 운송과 카르스–귬리 철도의 상업운행 개시일도 정해지지 않았으며 정식 외교관계 역시 수립되지 않았다. 9월 현재 아르메니아–튀르키예 정상화는 정치적 접촉을 넘어 무역행정과 항공·비자, 교통 인프라, 국경시설과 기업협력의 실무적 조치가 누적된 단계에 와 있지만 육상국경의 일반 개방과 외교관계 수립은 아직 남아 있다.
출처
- 튀르키예 외교부, 「QA-6, 13 May 2026, Statement of the Spokesperson of the Ministry of Foreign Affairs, Öncü Keçeli, in Response to a Question Regarding the Commencement of Direct Trade Between Türkiye and Armenia」, 2026.5.13.
https://www.mfa.gov.tr/sc_-6_-disisleri-bakanligi-sozcusu-oncu-keceli-nin-ulkemiz-ile-ermenistan-arasinda-dogrudan-ticaretin-baslatilmasi-hk-sc.en.mfa - 아르메니아 외교부, 「Remarks by the Spokesperson of the MFA of Armenia regarding the statement on the lifting of bans by Türkiye on bilateral trade with Armenia」, 2026.5.13.
https://www.mfa.am/en/interviews-articles-and-comments/2026/05/13/Armenia_Turkiye/13954 - 아르메니아 외교부, 「Türkiye — Bilateral Relations」, 2026.4.15 갱신. 2025년 양자 상품교역 수치의 기준 출처.
https://www.mfa.am/en/bilateral-relations/tr - 아르메니아 외교부, 「Fourth meeting of the Special Representatives of Armenia and Turkey」, 2022.7.1.
https://www.mfa.am/en/press-releases/2022/07/01/Armenia_Turkey_4th/11527 - 아르메니아 외교부, 「The answer of the MFA Press Secretary to the media question」, 2023.1.6.
https://www.mfa.am/en/interviews-articles-and-comments/2023/01/06/ps_comment/11805 - 아르메니아 외교부, 「Sixth meeting of the Special Representatives of Armenia and Türkiye」, 2025.9.12.
https://www.mfa.am/en/press-releases/2025/09/12/Armenia_Turkiye/13439 - 아르메니아 외교부, 「Regarding the Simplification of Visa Procedure for diplomatic, special and service Passport Holders between Armenia and Türkiye」, 2025.12.29.
https://www.mfa.am/en/press-releases/2025/12/29/Armenia_Turkiye/13710 - 아르메니아 국영통신, Armenpress, 「President Khachaturyan says Armenia ready at any time for Türkiye to open border」, 2026.9.5.
https://armenpress.am/en/article/1259759 - TEPAV, 「From relabeling to reopening: The next steps in Türkiye–Armenia economic normalization」, 2026.5.22.
https://www.tepav.org.tr/en/haberler/s/11217 - TEPAV, 「Türkiye-Ermenistan normalleşmesinde ticaret için somut adım çağrısı」, 2026.9.7.
https://www.tepav.org.tr/haberler/s/11301 - Van Ticaret ve Sanayi Odası, 「Van TSO ile Ermenistan Sanayiciler ve İşadamları Birliği arasında ‘İşbirliği Protokolü’ imzalandı」, 2026.9.3.
https://www.vantso.org.tr/haberler/11895/isbirligi-van-tso-ile-ermenistan-sanayiciler-ve-isadamlari-birligi-arasinda-isbirligi-protokolu-imzalandi - Van Ticaret ve Sanayi Odası·UMBA, 「Van TSO ve UMBA'dan Ortak Basın Açıklaması」, 2026.9.7.
https://www.vantso.org.tr/haberler/11892/van-tso-ve-umbadan-ortak-basin-aciklamasi - Van Ticaret ve Sanayi Odası, 「Başkanı Takva: Erivan’da bir kapıyı araladık」, 2026.9.8.
https://www.vantso.org.tr/haberler/11900/baskani-takva-erivanda-bir-kapiyi-araladik - Caucasus Watch, 「Beyond Border Opening: The Economic and Geopolitical Dimensions of Armenia–Turkey Normalization」, 2026.8.27.
https://caucasuswatch.de/en/insights/beyond-border-opening-the-economic-and-geopolitical-dimensions-of-armenia-turkey-normalization.html - Sossi Tatikyan, 「One Year After the Washington Accords」, EVN Report, 2026.9.3.
https://evnreport.com/politics/one-year-after-the-washington-accords-2/ - JAMnews, 「Armenian and Turkish business leaders call for borders to reopen. Is it likely to happen?」, 2026.9.8.
https://jam-news.net/armenian-and-turkish-business-leaders-call-for-borders-to-reopen-is-it-likely-to-happen/ - TÜİK, 「Foreign Trade Statistics」. 국가별 미러통계 조회 시스템 존재 확인. 이번 검수에서는 2025년 아르메니아 상대국 값을 직접 추출하지 못함.https://bi.tuik.gov.tr/extensions/tuik-mashup/index.html?lang=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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