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남동부 정유공장이 6월 16일과 18일 잇따라 드론 공격을 받고 검은 연기가 수도 상공을 뒤덮었지만, 정작 러시아 국영 TV에서는 그 장면을 찾기 어려웠다. 전국으로 번진 연료 부족과 주유소 줄서기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는 동안, 러시아 당국은 피해 현장의 촬영과 게시 자체를 단속하고 있다. 연료위기가 정보통제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영 TV의 침묵과 "히스테리" 프레임
RFE/RL에 따르면 6월 18일 모스크바 정유공장 피격은 주요 국영 TV 채널의 아침 뉴스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그날 늦게는 뉴스 편성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한 국영 TV 토크쇼 출연자는 "다 괜찮다, 휘발유는 어디에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 친크렘린 진행자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Vladimir Solovyov)는 부족 사태를 SNS에 올리는 사람들을 "히스테리 환자"라고 깎아내렸다.
반면 지역 매체들은 주유소의 부족과 줄서기를 보도했다. 국영 매체의 침묵과 지역·독립 매체의 보도가 엇갈리면서, 같은 나라 안에서 정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촬영·게시 금지령과 '국가반역죄'
피해 현장 촬영에 대한 통제는 제도화됐다. 5월 13일 모스크바 반테러위원회는 테러·파괴공작·드론 공격의 피해를 담은 텍스트·사진·영상의 게시를 제한했다. 모스크바 시 포털 mos.ru 공지에 따르면 이런 정보는 러시아 국방부, 모스크바 시장, 시 정부의 공식 발표가 나온 뒤에만 게시할 수 있다.
유사한 조치는 수십 개 지역으로 확산됐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드론 공격, 방공체계 작동, '피탄'의 결과를 찍은 사진·영상의 인터넷 게시가 금지됐다. 현지 매체 폰탄카(Fontanka)는 이미지와 함께 군사시설 위치, 방공체계 작동, 핵심 인프라 정보가 드러날 경우 행정 처벌을 넘어 형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적용 가능한 혐의에는 국가반역죄(госизмена), 테러 활동 방조, 군에 관한 허위정보 유포가 포함되며, 이들 조항은 이미 거액의 벌금과 실형을 규정하고 있다.
레닌그라드주에서는 한 지역 SNS 그룹이 "방공체계 작동이나 우크라이나 드론이 떨어진 장소를 직접 촬영하면 국가반역죄로 분류될 수 있다"는 매체 보도를 공유하기도 했다. 즉 단순한 목격 영상이 중범죄 혐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시민 사이에 퍼지고 있다.
더 강한 처벌 요구와 선거 변수
일부 친전쟁 블로거와 선전가들은 더 강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RFE/RL에 따르면 국영 방송사 VGTRK의 한 고위 임원은 공격 관련 자료를 게시하는 러시아인을 반역죄로 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보도통제는 9월로 예정된 국가두마 선거와도 맞물린다. 전쟁감시연구소(ISW)는 크렘린이 집권당 '통합러시아'에 대한 선거 전 여론을 관리하기 위해 러시아 매체 보도를 조정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ISW가 인용한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Meduza)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정치블록은 친정부 국영매체에 기사에서 '금지(запрет)'라는 단어 사용을 피하라고 요구했다. 부족과 통제의 현실을 '금지'가 아닌 다른 표현으로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무엇을 확인할 수 있고, 무엇을 확인할 수 없나
보도통제 자체가 사실 검증을 어렵게 만든다. 피해 규모, 정유시설 가동 상태, 부족의 실제 범위에 관한 1차 정보가 제한되면서,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당국의 공식 발표와 단속 조치, 그리고 통제를 우회해 올라오는 단편적 시민 영상뿐이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연료위기의 정확한 규모'가 아니라, 러시아 당국이 그 정보의 흐름을 강하게 통제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거주 한인을 위한 유의점
이 사안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에게도 직접적인 의미가 있다. 드론 공격이나 방공체계 작동 장면, 정유시설·군사시설 피해 현장을 촬영해 SNS·메신저에 올리는 행위는 거주 지역에 따라 행정 처벌, 경우에 따라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 국적자도 예외가 아니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다수 지역에서 관련 규정이 시행 중인 만큼, 공습경보나 폭발음을 접하더라도 현장을 촬영·게시하기보다 공식 안내와 대피 절차를 따르는 편이 안전하다.
출처
-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It's Come To This': Gas Shortages Hit Russia As Ukraine Hits Refineries", 2026.06.21., https://www.rferl.org/a/russia-gasoline-fuel-crisis-refinery-attacks-ukraine/33784529.html
- mos.ru (via Radio Svoboda), "В Москве ввели ограничения на публикацию данных о терактах", 2026.05.13., https://www.svoboda.org/a/v-moskve-vveli-ogranicheniya-na-publikatsiyu-dannyh-o-teraktah/33756237.html
- ZONA Media, "В Москве ввели запрет на публикацию фото и видео с последствиями атак БПЛА, терактов и диверсий", 2026.05.13., https://zona.media/news/2026/05/13/moscow-say-no
- Fontanka.ru, "Запрет на публикацию фото и видео атак БПЛА в Санкт-Петербурге: штрафы и ответственность", 2026.06.03., https://www.fontanka.ru/2026/06/03/76457358/
- Moika78.ru, "Атака БПЛА на Кронштадт, Выборг и Приморск: за кадры последствий в соцсетях грозят штрафы", 2026.03.25., https://moika78.ru/news/2026-03-25/1280147-ataka-bpla-na-kronshtadt-vyborg-i-primorsk-za-kadry-posledstvij-v-soczsetyah-grozyat-shtrafy/
- 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 (via OBOZ.UA), "В Кремле пытаются скрыть масштабы цензуры в России: в ISW раскрыли подробности", 2026.05.22., https://www.obozrevatel.com/novosti-rossii/v-kremle-pyitayutsya-skryit-masshtabyi-tsenzuryi-v-rossii-v-isw-raskryili-podrobnosti.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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