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약 40억 달러 규모 46개 산업협력 프로젝트를 추진·검토하며 핵심광물뿐 아니라 제조업·AI·스마트도시·인프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중
- 9월 15일 서울 한·카자흐 비즈니스협의회와 16일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유시설 현대화 등 신규 산업협력도 논의
- 카자흐스탄이 원하는 것은 원료 수출에 그치지 않고 현지생산·기술이전·산업역량을 축적하는 협력
- 한국은 러시아나 중국을 대체하기보다 카자흐스탄의 산업 고도화와 대외관계 다변화를 돕는 추가적인 기술·산업 파트너로 볼 수 있어
9월 9일 기준 공식 정상회의 홈페이지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본회의를 오는 9월 16일 한국에서 개최한다고 안내한다. 외교부의 일부 초기·준비자료에는 9월 16~17일 전체 일정 표기가 남아 있지만, 카자흐스탄 국부펀드 Samruk-Kazyna는 9월 8일 토카예프 대통령 방한과 정상회의 일정에 앞서 제14차 한·카자흐 비즈니스협의회가 9월 15일 서울에서 열린다고 새로 확인했다. 한국이 2007년 시작한 한·중앙아 협력포럼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첫 회의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한국을 방문해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상회의를 앞둔 9월 2일 아스타나에서 열린 양국 외교협의에서 카자흐스탄이 강조한 분야는 산업협력과 인공지능, 인프라, 교육이었다. 석유와 우라늄을 사고파는 관계에서 산업과 기술을 함께 만드는 관계로 이동할 수 있을지가 이번 회의를 보는 중요한 기준이다.
양국 경제관계는 이미 작지 않다. 카자흐스탄 정부 산하 Kazakh Invest 집계에 따르면 2025년 교역은 31억7천만 달러(한화 약 4조2,656억 원), 올해 상반기는 13억 달러(한화 약 1조7,493억 원)였다. 카자흐 산업건설부는 현지에서 한국 자본이 참여한 기업이 700개 이상 활동하고 있으며 양국이 약 40억 달러(한화 약 5조3,824억 원) 규모의 산업협력 프로젝트 46건을 여러 단계에서 추진·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별 통계 범위는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카자흐 정부가 한국을 일회성 자원 구매국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점은 공식 자료에서 확인된다.
협력의 방향도 ‘원료 판매’에서 ‘현지 생산’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자흐 산업건설부는 양국 산업협력에서 생산 현지화와 기술이전, 새로운 산업 역량 형성을 중요 과제로 꼽았다. 핵심광물 협력도 리튬·니켈·코발트·텅스텐·구리·희토류를 단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 탐사와 채굴, 가공, 배터리 원료 생산, 분석·연구 기반 구축까지 포함한다. 카자흐스탄 입장에서 한국의 가치는 광물을 많이 사가는 소비시장보다 그 광물을 소재와 부품, 완제품으로 바꾸는 생산기술과 공급망에 있다.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둔 9월 8일에는 이 방향이 실제 기업 협의로 이어졌다. Samruk-Kazyna의 누를란 자쿠포프 이사장은 Samsung E&A의 홍남궁 사장과 카자흐스탄 대형 산업프로젝트, 공동투자와 파트너십 가능성을 논의했다. 같은 날 KazMunayGas도 홍 사장과 만나 Samsung E&A가 카자흐스탄의 기존 정유시설 현대화에 참여할 가능성과 첨단기술 도입 협력을 검토했다. 두 발표 모두 협력 확대 의사를 확인했지만 신규 투자액이나 계약 체결을 발표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정상회의 의제가 핵심광물과 스마트시티 같은 미래산업에만 머물지 않고 정유·석유화학·에너지 EPC와 기존 산업설비 고도화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알마티 인근 알라타우 시티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카자흐스탄 경제부는 한국과 공동 설계 중인 K-Smart City 디지털 지구를 330㏊ 규모로 제시했고, 한국 개발사가 2027년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AI·물류 협력도 논의 중이다. 다만 330㏊와 2027년 일정은 정부가 제시한 계획 단계 수치로 실제 착공이나 투자 집행이 완료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이 한국과 논의하는 분야가 건설 하나가 아니라 도시운영, 디지털 트윈, AI, 교통·물류와 산업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현지 전문가 아이다르 쿠르마셰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산하 전략연구소 아시아연구부장은 첫 정상회의의 성과를 5개 양자사업의 합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국제관계학 박사인 그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협력이 지역협력으로 발전하려면 최소 두 중앙아시아 국가의 생산시설이나 기관을 연결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카자흐스탄의 원료를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의 생산·물류망과 연결하고 한국 기업의 기술과 시장을 붙이는 식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사이의 지리적 거리를 감안하면 단순히 새 운송로를 하나 만드는 것보다 현지 생산망을 만드는 편이 더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자흐스탄이 한국과 같은 파트너를 늘리는 이유는 외교전략에서도 설명된다. 하버드대학 연구센터 소속 나르기스 카세노바 박사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에 대한 위험을 중국에만 의존해 상쇄하지 않고, 동시에 한국·일본·EU·미국·튀르키예·걸프 국가와의 관계를 확대하는 ‘이중 헤징’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어느 한 강대국과 결별해 다른 강대국으로 갈아타는 전략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려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다중벡터 외교의 연장선이다.
이 틀에서 보면 한국의 자리는 러시아나 중국을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철도·도로·에너지망이 직접 연결돼 있으며 러시아와는 언어·시장·산업 네트워크가 오랫동안 축적돼 있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고 시장규모와 물류비의 제약이 있다. 대신 배터리와 자동차, 전자, 기계, 플랜트, 스마트도시로 이어지는 제조업 공급망과 기술을 갖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자원 중심 경제를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특정 강대국에 과도하게 기대지 않고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산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더 현실적인 평가다.
이번 정상회의 이후 확인할 것도 MOU 건수보다 집행이다. 46개 산업협력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공장과 생산라인이 가동되는지, 핵심광물 협력이 현지가공과 연구개발로 이어지는지, 도시·AI 사업이 기술과 인력의 현지 축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봐야 한다. 카자흐스탄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자원을 팔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면, 한국 역시 중앙아시아를 자원 공급처 이상으로 바라볼 때 협력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주요 출처 및 참고자료
- 대한민국 외교부, 「2026년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 2026.2.12.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6899
- 2026년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공식 홈페이지, 회의 개요 — 일시 2026.9.16. https://2026kor-casummit.kr/kor/?menuno=1
- 대한민국 외교부, 「2026년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홍보 행사 개최」, 2026.8.26. https://www.mofa.go.kr/www/brd/m_4076/view.do?seq=372394
- 카자흐스탄 외교부, 한·카자흐 전략적 동반자 관계 협의, 2026.9.2.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fa/press/news/details/1284626?lang=en
-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제11차 한·카자흐 공동위원회 자료: 한국 자본 기업 700개 이상, 46개 프로젝트 약 40억달러.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ps/press/news/details/1236570?lang=ru
- 카자흐스탄 주한대사관, 토카예프 대통령 방한·정상회의 준비, 2026.6.4.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fa-seoul/press/news/details/1235994?lang=en
- Kazakh Invest, 한·카자흐 비즈니스포럼 및 교역액. https://almaty.invest.gov.kz/media-center/press-releases/v-almaty-sostoyalsya-kazakhstansko-koreyskiy-biznes-forum/
- 카자흐스탄 산업건설부, 한·카자흐 핵심광물·금속 협력 MOU.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ps/press/news/details/790969?lang=ru
- 카자흐스탄 경제부, 알라타우 K-Smart City 330㏊·2027년 착공 계획, 2026.7.1.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economy/press/news/details/1251373?lang=en
- Samruk-Kazyna, 「Nurlan Zhakupov Met with Samsung E&A Leadership」, 2026.9.8. 9월15일 서울 제14차 한·카자흐 비즈니스협의회 및 토카예프 방한·정상회의 연계 확인. https://sk.kz/press-center/news/79383/?lang=en
- KazMunayGas, Samsung E&A와 정유시설 현대화 참여 가능성·첨단기술 협력 논의, 2026.9.8. https://www.kmg.kz/ru/press-center/press-releases/samsung-ea-vstrecha-08092026/
- Aidar Kurmashev, Global Asia, 「Korea-Central Asia Summit Draws Eyes toward the Region」, 2026.9.1. 저자 약력 포함. https://www.globalasia.org/forum/korea-central-asia-summit-draws-eyes-toward-the-region_aidar-kurmashev
- Nargis Kassenova, Harvard Belfer Center, 「Kazakhstan: An Aspiring Middle Power in the Heart of Eurasia」, 2026. https://www.belfercenter.org/research-analysis/kazakhstan-aspiring-middle-power-heart-eur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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