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 5개국이 9월 8일 세미팔라틴스크에서 서명한 중앙아시아 비핵지대조약 20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
-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은 핵 비보유를 지역의 공동 법적 규칙으로 만들고 IAEA 검증과 핵실험 금지·핵안보·환경복원 의무를 결합
- 올해는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 폐쇄 35주년이자 CTBT 서명개방 30주년이며, 미러 New START가 만료되고 NPT 평가회의가 합의 없이 끝난 해이기도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외교장관들은 9월 8일 중앙아시아 비핵지대조약 서명 20주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5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핵군축·핵비확산·평화적 핵에너지 이용이라는 세 축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속한 발효와 새로운 검증 가능한 군비통제 메커니즘을 촉구했다. 핵무기의 현대화와 주요 군비통제 합의의 종료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아시아 비핵지대조약은 2006년 9월 8일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에서 체결돼 2009년 3월 21일 발효됐다. 영어 명칭의 머리글자를 따 CANWFZ로 불린다.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5개국이 모두 참여하며, 키르기스스탄 정부가 기탁국이다. UN은 이 조약을 북반구에 전적으로 위치한 최초의 비핵지대이자 과거 핵무기가 실제로 존재했던 지역에 만들어진 비핵지대로 설명한다.
그 출발점에는 중앙아시아의 핵유산이 있다. 소련은 1949년부터 1989년까지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에서 456차례 핵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장은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8월 29일 공식 폐쇄됐고 올해 폐쇄 35주년을 맞았다. 중앙아 5개국의 20주년 공동성명도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 피해를 기억하면서 비핵지대의 형성과 환경복원을 같은 역사적 맥락에 놓았다.
CANWFZ의 내용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선언보다 구체적이다. 당사국은 핵무기와 기타 핵폭발장치의 개발·생산·획득·보유 등을 금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포괄적 안전조치협정과 추가의정서를 발효시켜야 한다. 조약은 CTBT 의무 준수와 핵물질·시설의 물리적 방호도 요구한다. 과거 핵무기 개발·생산·저장 활동으로 오염된 지역의 환경복원을 지원한다는 조항과 평화적 원자력 이용의 권리를 확인하는 조항도 함께 들어 있다.
UN은 2009년 조약 발효 당시 CANWFZ가 당사국 모두에 IAEA 추가의정서 발효를 요구한 최초의 비핵지대라는 점을 별도로 강조했다. 비핵 의무를 국제 검증체계와 직접 연결한 것이 이 조약의 제도적 특징 가운데 하나다.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과 물리적 방호, 환경복원도 같은 틀 안에서 다뤄진다.
카자흐스탄 대통령 산하 전략연구소(KazISS)의 다우렌 아벤 부소장은 9월 9일 조약 20주년 분석에서 이 제도가 중앙아 5개국이 공동 안보규칙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KazISS 공식 자료에서 핵비확산·핵안보·수출통제를 주요 연구분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아벤은 2006년 조약 서명식에도 연구기관 대표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아벤은 조약 자체의 존재보다 그 주변에 어떤 협력을 계속 쌓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핵안보와 평화적 원자력 이용, 방사성폐기물과 환경복원, 비상대응, 핵·방사성물질 불법거래 방지 등을 향후 실무협력 분야로 제시했다. 카자흐스탄의 우라늄 산업과 중앙아 국가들의 원자력 이용 확대를 고려하면 2006년 조약의 기본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이런 분야에서 실제 협력의 내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핵보유국과의 관계에는 별도의 안전보장 의정서가 있다. 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NPT상 5개 핵보유국은 2014년 이 의정서에 서명했다. 의정서는 중앙아시아 비핵지대 당사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법적 안전보장을 담고 있다. 9월 8일 공동성명에 따르면 5개 핵보유국 가운데 4개국이 이를 비준했고 미국의 비준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5개국 외교장관들은 이번 성명에서 미국의 비준 완료를 다시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CANWFZ 합의 20주년이 맞은 2026년의 국제 핵군축 환경은 조약 서명 당시와 달라졌다.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핵무기를 제한해 온 New START는 2월 5일 만료됐다. 이는 CANWFZ와 기능이 다른 미러 양자 군비통제조약이지만, 양국 전략핵 전력에 법적 상한을 두던 마지막 조약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올해 국제 군비통제 환경을 보여주는 중요한 변화다.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열린 제11차 NPT 평가회의 역시 실질적 합의문을 채택하지 못하고 종료됐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2026년 연감에서 핵무기를 국가권력의 수단으로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9개 핵무장국이 핵전력 현대화와 강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IPRI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의 Tytti Erästö 선임연구원 등이 집필한 핵군축·비확산 장에서도 New START 만료와 핵실험 재개 우려, 핵군축 진전 부족이 NPT 체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 군축·비확산센터(VCDNP)의 가우하르 무하차노바 국제기구·비확산 프로그램 국장 겸 ‘핵무기 없는 세계’ 일본석좌도 2026년 NPT 평가회의 이후 핵보유국의 군축 이행과 책임성을 둘러싼 의견차가 깊게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무하차노바는 NPT 검토과정과 핵비확산, 비핵지대를 장기간 연구해 온 전문가로, 이번 회의 결과가 합의문 부재라는 형식적 결과만으로 설명되기보다 군축·비확산을 둘러싼 구체적인 균열을 드러냈다고 봤다.
중앙아시아 5개국의 20주년 공동성명 역시 이런 국제환경을 직접 언급한다. 2026년 NPT 평가회의가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난 데 유감을 나타냈고, 핵군축의 진전 부족과 핵무기 현대화, 주요 군비통제 합의의 종료에 대한 우려를 거론했다. 동시에 CANWFZ 자체에 대해서는 비핵지대 간 협력과 제도적 발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CANWFZ는 2009년 발효된 법적 비핵지대 체제로 유지되고 있으며 IAEA 안전조치와 추가의정서, CTBT 준수, 핵물질 방호와 환경복원 같은 기존 의무도 계속 적용되고 있다. 20주년 공동성명은 이 구조에 새로운 법적 의무를 추가한 문서는 아니다. 미국의 안전보장 의정서 비준과 CTBT의 발효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고, 5개국이 언급한 추가적인 제도 발전도 구체적 형태가 정해지지 않았다. 20년을 맞은 중앙아시아 비핵지대는 이미 구축된 제도를 유지하면서 핵안보·원자력 이용·환경복원 등 실무협력의 내용을 이어가는 단계에 와 있다.
출처
- 카자흐스탄 외교부, 「JOINT STATEMENT by the Ministers of Foreign Affairs of the States Parties to the Treaty on a Nuclear-Weapon-Free Zone in Central Asia on the occasion of the 20th anniversary of the signing of the Treaty」, 2026.9.8.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fa-rabat/press/news/details/1287981 - UN Treaty Collection, 「Treaty on a Nuclear-Weapon-Free Zone in Central Asia」.
https://treaties.un.org/Pages/showDetails.aspx?objid=080000028023b006 - UN, 「Treaty on a Nuclear-Weapon-Free Zone in Central Asia」, Nuclear-Weapon-Free Zones.
https://www.un.org/nwfz/zh/content/treaty-nuclear-weapon-free-zone-central-asia - UN 사무총장, 「Central Asia: Nuclear Weapon-Free Zone Treaty Enters into Force」, 2009.3.20.
https://www.un.org/sg/en/content/highlight/2009-03-20.html - 미 국무부 아카이브, 「Treaty on a Nuclear-Weapon-Free Zone in Central Asia and Protocols」.
https://2009-2017.state.gov/t/isn/canwfz/ - Dauren Aben, 「The Semipalatinsk Treaty at 20: Enduring Logic of Nuclear-Free Central Asia」, The Astana Times, 2026.9.9.
https://astanatimes.com/2026/09/the-semipalatinsk-treaty-at-20-enduring-logic-of-nuclear-free-central-asia/ - 카자흐스탄 외교부, 「Victims of Nuclear Weapons Testing Remembered in Belgium Ahead of the 35th Anniversary of the Closure of the Semipalatinsk Test Site」, 2026.8.28. 세미팔라틴스크 456차례 핵실험 수치 확인.
https://www.gov.kz/memleket/entities/mfa-brussels/press/news/details/1282280?lang=en - UN, 「2026 Review Conference of the Parties to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https://www.un.org/en/conferences/treaty-on-the-non-proliferation-of-nuclear-weapons-npt-2026 - SIPRI, 「Increasing focus on nuclear weapons amid heightened escalation risks—new SIPRI Yearbook out now」, 2026.6.8.
https://www.sipri.org/media/press-release/2026/increasing-focus-nuclear-weapons-amid-heightened-escalation-risks-new-sipri-yearbook-out-now - SIPRI Yearbook 2026, 「Nuclear disarmament, arms control, non-proliferation and security」.
https://www.sipri.org/yearbook/2026/10 - Arms Control Association, 「Experts Assess NPT Review Conference」, 2026.6.
https://www.armscontrol.org/act/2026-06/features/experts-assess-npt-review-conference - Arms Control Association, 「Joint Statement from High-Ranking Former Officials and Nuclear Experts Across the Globe on Expiration of New START」, 2026.2.5.
https://www.armscontrol.org/pressroom/2026-02/joint-statement-high-ranking-former-officials-and-nuclear-experts-across-glo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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