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중앙아 서울선언 톺아보기: 장관급 포럼에서 정상급 C5+1로, 한·중앙아 협력 무엇이 달라졌나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9. 16. 23:20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은 9월 16일 서울에서 첫 다자 정상회의를 열고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정상회의는 2년마다 열고, 정상회의가 없는 해에는 외교장관급 협력포럼이 이전 합의의 이행을 점검하며 차기 의제를 준비하는 구조가 선언 전달본에서 확인된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가공·산업 현지화·과학기술·인적자원 개발을 포함한 공동 부가가치 생산망을 모색했고, 우즈베키스탄은 탐사부터 심층가공까지 포괄하는 별도의 지역투자연합을 제안했다. 신범식·Alexander Cooley의 연구와 최근 Jennifer B. Murtazashvili의 분석을 함께 적용하면, 이번 정상회의는 강대국 경쟁의 존재를 부정하기보다 그 구조 속에서 중앙아 국가들이 부문별 파트너를 선택하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협력이 정상급 다자체제로 올라섰다. 이재명 대통령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정상은 16일 서울에서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열고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한국 정부는 선언이 △한·중앙아시아 파트너십의 제도화 △평화와 안정을 향한 동행 △혁신과 번영을 향한 미래 △사람과 신뢰를 통한 연결이라는 4대 협력 비전을 담았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실도 정상회의 종료 뒤 서울선언과 분야별 협력문서가 채택됐다고 확인했다.

 

 

2007년 포럼, 이제 ‘정상회의 사이’까지 제도화

 

한·중앙아 협력포럼은 2007년 출범했다. 2019년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제12차 포럼은 중앙아 지역에서 처음 장관급으로 개최됐고, 2020년 제13차 포럼에서 양측은 앞으로 포럼을 외교장관급으로 격상해 한국과 중앙아 국가에서 교차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 2017년에는 상설 사무국도 출범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그 위에 정상급 협의체를 올린 것이다. 

 

서울선언을 전달한 복수 보도에 따르면 정상회의는 2년마다 열린다. 정상회의가 없는 해에는 외교장관급 한·중앙아 협력포럼이 직전 정상회의 합의의 이행을 점검하고 차기 의제를 준비한다. 차관급 한·중앙아 고위급회의(SOM)도 두어 구체적인 협력과제를 다루기로 했다. 정상 합의와 장관급 이행점검, 차관급 준비회의를 연결하는 구조다. 2028년 제2차 정상회의는 카자흐스탄이 아스타나 개최 의사를 밝혔고 다른 참가국들이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도 2년 후 카자흐스탄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경제 분야에는 별도의 산업 채널이 추가됐다. 정상회의에 앞서 첫 C5+1 산업장관회의가 열렸고, 양측은 「한·중앙아시아 산업 및 공급망 협력 MOU」를 체결하고 산업장관 협의체를 신설했다. 서울선언 세부내용을 전한 보도에는 중앙아 각국 정부 내 한국 기업 지원 전담창구인 Korean Desk 설치와 세관·인증·지식재산권 협력도 포함됐다. 정상회의가 방향을 정하고 외교·산업 장관과 차관급 채널이 이를 이어받는 다층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핵심광물, ‘확보’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의 단계

 

핵심광물 협력은 세 층위로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은 중앙아 각국의 강점 분야에서 현지 가공·제조를 늘리고 한국의 기술과 인재양성 역량을 결합하는 ‘호혜적 가치사슬’을 제안했다. 이는 한국 측이 제시한 정책 방향이다. 

둘째, 서울선언 세부내용을 전한 복수 보도는 핵심광물 가공과 산업 현지화, 과학·기술 협력, 인적자원 개발을 포함한 공동 부가가치 생산망 구축을 모색하는 방향이 공동문서에 담겼다고 전한다. 따라서 서울선언이 이미 현지 가치사슬을 구축했다거나 구체 투자 의무를 확정했다고 쓰기는 어렵다. 공동문서가 원료 교역을 넘어 현지 부가가치 문제를 협력 의제로 올렸다는 정도가 현재 확인 가능한 수위다. 

 

셋째, 우즈베키스탄은 이보다 더 구체적인 국가 제안을 냈다.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중앙아시아가 더 이상 단순한 원료 공급지역이 아니라며, 지질탐사와 채굴에서 심층가공·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핵심광물 지역투자연합’을 제안했다. 그의 5개 전략방향에는 장기비전과 사이버안보, 교역·투자와 산업기술단지, 핵심광물, 녹색개발·기후/탄소, 청년·인적자본이 포함됐다. 이는 서울선언의 공동 확정사업이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의 제안이다. 


정상회의 당일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핵심광물·에너지, 플랜트·인프라, 교역·투자 분야에서 19건의 비즈니스 협력 MOU가 체결됐다. 같은 날 별도 KOTRA 비즈니스 상담에서는 16건의 수출계약이 체결됐다. 두 숫자는 같은 사업이 MOU에서 계약으로 전환된 비율을 뜻하지 않는다. 향후 서울선언의 실행력을 보려면 MOU, 상업계약, 투자결정, 실제 생산을 단계별로 분리해서 추적해야 한다.

 

 

서울선언은 경제문서만은 아니다

 

서울선언의 두 번째 비전은 평화와 안정이다. 복수의 선언 전달 보도에 따르면 6개국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중앙아시아 정상들은 남북대화 재개와 긴장 완화를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지했다. 테러리즘, 마약·초국가범죄, 사이버 위협, 불법 이주 등 국경을 넘는 위협에 대한 협력도 포함됐다. 

 

사람과 신뢰의 축에서는 2027년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착 90주년 기념사업과 유학생·연구자·산업인력·공무원 교류 확대가 제시됐다. 기후·환경 분야에서는 한·중앙아시아 기후·에너지·환경 협력 이니셔티브(CETAQ)가 출범했다. 경제·공급망을 중심으로 읽더라도 서울선언의 범위는 안보와 기후, 역사적 인적연결까지 포함한다. 

 

 

경쟁은 존재한다…그러나 중앙아시아도 선택한다

 

이 기사에서 신범식 서울대 교수와 알렉산더 쿨리의 연구를 적용하는 이유는 강대국 경쟁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두 연구 모두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외부 세력의 경쟁을 분석의 배경으로 삼는다. 다만 그 경쟁만으로 중앙아 국가들의 행동을 설명하면 이들이 가진 전략적 선택과 국내정치의 작동방식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범식 교수는 2015년 중국의 부상에 대한 중앙아 국가들의 대응을 분석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안보 분야의 신중한 접근, 외교관계의 벡터 다변화와 대외정책 레버리지 확대를 함께 봤다. 즉 외부 강대국 사이의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중앙아 국가들이 여러 관계를 조합한다는 분석이다. 

 

쿨리의 Great Games, Local Rules도 외부 경쟁과 현지 행위자성을 함께 본다. 다만 그의 local rules를 단순한 전략적 자율성으로 낭만화해서는 안 된다. Cooley는 중앙아 정권이 정권 생존을 국가안보와 결합하고, 국가자원을 사적 이익에 사용하며, 엘리트가 외부 세력과 국내 이해관계자 사이의 중개자·게이트키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부 경쟁을 활용하는 능력이 곧바로 국민경제의 장기적 이익이나 제도 발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또한 그는 반복된 외부의 지역협력 구상에도 중앙아시아의 공식 지역통합이 제한돼 왔다고 지적한다. 

 

최근에는 Jennifer B. Murtazashvili 피츠버그대 교수가 2026년 Carnegie 기고에서 중앙아 국가들이 하나의 진영을 선택하기보다 에너지·물류·안보·광물 등 기능별로 다른 외부 파트너를 배치하는 포트폴리오 정치(portfolio politics)를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틀에서 보면 한국과의 정상급 C5+1은 중앙아시아에서 누군가를 밀어내는 과정이라기보다, 중앙아 국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화된 협력 채널 하나가 추가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C5+1이라는 지역 틀이 생겼다고 해서 5개국의 이해가 하나로 수렴하거나 역내 통합이 자동으로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개별 사업에서는 국가별 산업구조와 국내정치, 투자조건을 다시 봐야 한다.

 

 

서울선언의 의의와 한계

 

한국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와 중앙아의 산업고도화 수요가 만나는 지점은 원료 구매 규모 자체보다 현지 가공·제조, 산업기술, 인력양성을 함께 설계하는 사업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 대통령의 호혜적 가치사슬 제안, 서울선언의 공동 부가가치 생산망 모색, 우즈베키스탄의 심층가공 제안은 이 방향에서 접점을 보인다. 

 

그러나 현재 이를 한국의 확립된 비교우위나 서울선언의 성과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과거 한·중앙아 MOU가 실제 투자·공동생산으로 전환된 비율을 보여주는 신뢰할 만한 공개 기준자료는 현재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2028년까지 확인할 것은 선언의 수사보다 구체적인 사업 단계다.

 

2028년 아스타나 회의까지 산업장관 협의체와 SOM이 실제로 반복 작동했는지, 핵심광물 사업이 탐사에서 가공·생산으로 넘어갔는지, 현지 제조와 기술이전·인력양성이 고용으로 연결됐는지, 그리고 기업 간 장기 공급·구매계약이 체결됐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이 지표들이 쌓일 때 서울선언이 정상회의의 공동문서를 넘어 실제 산업·공급망 협력으로 전환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서울선언의 변화는 한·중앙아 협력을 정상급으로 끌어올린 데만 있지 않다. 정상회의 사이의 이행구조를 만들고, 핵심광물 협력을 현지 부가가치와 산업역량 문제까지 연결하며, 안보·기후·인적교류를 하나의 장기 협력 틀에 담았다는 데 있다. 이제 남은 질문은 선언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가 아니라, 그중 어떤 합의가 2028년까지 실제 계약과 투자, 생산과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지는가다.

 

 

출처

A. 한국·중앙아 공식자료

B. 서울선언 세부내용 전달·교차자료

  • 이데일리, 「한-중앙아 정상, ‘서울선언’ 채택…2년마다 정상회의 연다」, 2026.09.16. 격년 정상회의·비개최 연도 외교장관급 포럼·SOM·Korean Desk·공동 부가가치 생산망·CETAQ·2028년 아스타나 등 선언 세부내용 전달.
    https://www.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4611686645580776
  • 연합뉴스, 「한-중앙亞 정상회의 '서울선언' 채택…'협력 격상 이정표'」, 2026.09.16. 격년 정상회의·한반도 비핵화·남북대화 지지 등 전달.
    https://www.yna.co.kr/view/AKR20260916167100001
  • 뉴스핌, 「李대통령,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주재…'서울선언'으로 정상회의 정례화」, 2026.09.16. 격년 정상회의·비개최 연도 포럼·SOM·2028년 아스타나·Korean Desk 등 전달.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916001122
  • 파이낸셜뉴스, 「李대통령, 중앙아 5국과 핵심광물·공급망 협력 강화…정상회의 2년마다」, 2026.09.16. 공동 부가가치 생산망 모색 표현·2028년 아스타나 전달.
    https://www.fnnews.com/news/20260916165843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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