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미국-이란 잠정 합의와 유라시아 국가들의 반응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6. 15. 20:15

6월 15일 주요 외신과 관련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와 휴전 연장, 핵 문제 후속 협상을 포함한 초기 양해각서 문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P와 워싱턴포스트는 양측이 6월 15일(월) 새벽 초기 합의에 도달했고, 이행은 서명 이후 시작되며 중재국 파키스탄이 서명을 6월 19일 금요일 스위스로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합의문 전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서명 전까지 세부 이행 조건은 유동적이다. 이번 합의는 최종 평화협정이라기보다, 2026년 2월 말 이후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을 일단 멈추고 핵·제재 문제를 후속 협상으로 넘기는 잠정적 위험관리 장치에 가깝다.

 

미국-이란 갈등의 배경과 잠정 합의 내용

영국 하원 도서관(House of Commons Library)은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내 목표물을 상대로 연속 공습을 시작했고, 이후 이란이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관련 목표를 공격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했다고 정리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운송의 핵심 통로로, 해협 폐쇄와 통항 제한은 국제 유가, 해상보험료,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번 6월 합의에 앞서 4월에도 한 차례 휴전 시도가 있었다. 영국 하원 도서관과 외신 정리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4월 8일 파키스탄 중재로 2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통항 안전 보장에 합의했으나, 이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후속 협상이 결렬됐고 미국은 4월 13일 이란 항만 접근 선박을 겨냥한 해상 봉쇄를 부과했다. 6월 합의는 이 봉쇄와 단속적 충돌 국면을 다시 멈추려는 시도다.

 

공개 보도를 기준으로 이번 초기 양해각서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미국과 이란은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휴전을 60일 연장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재개하고, 미국은 이란 항만과 해상 교통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셋째, 이란 핵 프로그램, 우라늄 농축, 제재 완화, 동결 자산 문제는 최종 합의가 아니라 추가 협상 의제로 남았다.

 

합의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가 이제 완료됐다"며 호르무즈 해협의 무통행료 개방과 미 해군 봉쇄의 즉각 해제를 전면 승인한다고 적었다. 다만 그는 이어진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열리는 시점은 6월 19일 서명 이후라고 밝혔다. 즉 봉쇄 해제·개방 '승인'은 발표 시점에 나왔지만, 실제 통항 재개는 서명을 조건으로 한다.

 

합의의 범위와 문구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 측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무통행료인 통항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란 측은 해협 관리와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를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레바논 전선 포함 여부도 쟁점이다. 이란과 일부 중재국 발표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군사행동 중단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관련 작전이 실제로 휴전 범위에 포함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CNN과 가디언은 6월 14~15일 보도에서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양해각서의 신속·완전 이행을 촉구하면서도 레바논 국가주권 회복 노력에 대한 지지를 별도로 명시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에서의 철수를 배제했다고 전했다. 레바논 문제는 합의 이행의 핵심 걸림돌로 남아 있다.

 

잠정 합의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가 이뤄졌다고 발표하고, 양해각서 서명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측 설명의 중심은 해상 통항 회복, 미군의 추가 군사 부담 축소, 이란 핵 문제의 후속 협상이다. 그러나 합의문 전문이 공개되지 않았고, 핵 프로그램과 미사일 문제, 이란의 역내 무장세력 지원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란 측은 합의가 강압의 결과가 아니라 이란의 조건을 반영한 절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Kazem Gharibabadi) 이란 외무차관은 합의가 최종 확정됐으며 6월 19일 스위스에서 서명될 것이라고 확인하고, "우리의 모든 입장과 중요 사안이 초안에 포함됐다"고 이란 국영매체에 밝혔다. 이란 타스님통신(Tasnim News Agency)도 이란 측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과의 양해각서가 최종 합의가 아니라 향후 협상 개시 조건을 담은 문서라고 설명했다. 앞서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은 미국과 어떤 양해가 이뤄질 경우 이란 동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즉시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란 내부 강경파는 제재 해제와 보상, 해협 관리 문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합의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평가: 갈등 해결이 아닌 관리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란 휴전을 전면적 관계 정상화가 아니라 확전을 억제하기 위한 임시 방편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사남 바킬(Sanam Vakil) 중동·북아프리카 국장은 2026년 4월 7일 휴전 직후 발표한 분석에서, 미국-이란 휴전이 양측의 승리 주장 속에 성립했으며 레바논과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선이 합의의 취약 지점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바킬 국장은 이란이 휴전을 레바논까지 확대하려 하지만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작전은 휴전 대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는 점, 이란의 미사일·핵·역내 역량을 그대로 둔 어떤 합의에도 이스라엘이 깊은 회의를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분석은 4월 휴전 시점에 나왔지만, 레바논 전선이 합의의 약한 고리라는 진단은 6월 합의 국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 등 전문기관은 미국-이란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핵 프로그램, 우라늄 농축, 검증 체계, 제재 완화,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역내 네트워크 문제를 제시해 왔다. 이번 양해각서가 해협 재개와 휴전 연장에는 의미가 있지만, 핵·제재·검증 문제는 후속 60일 협상에서 다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공통된 관측이다.

 

중국: 공식 환영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 강조

중국은 유라시아 주요국 가운데 비교적 명확한 공식 반응을 냈다. 아나돌루통신과 아샤르크 알아우사트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 중재를 통해 초기 합의에 도달한 것을 환영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했다. 중국의 이해관계는 에너지 수송로 안정과 직접 연결돼 있다. 중국은 페르시아만 원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군사화나 장기 봉쇄는 중국의 에너지 비용과 해상 물류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중국은 이란과 전략적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중동 위기가 통제 불가능한 에너지 위기로 번지는 상황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국의 반응은 이란 지지나 미국 견제라는 단일 구도보다, 해상 통항 회복과 에너지 가격 안정에 초점을 둔 실용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 대화 지지와 이란 이해 존중 요구

러시아는 6월 15일 잠정 합의에 대한 별도 공식 성명을 즉각 강하게 내기보다는, 합의 발표 전부터 미국-이란 대화와 군사적 방법 배제를 강조해 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Sergey Lavrov) 러시아 외무장관은 6월 5일 이즈베스티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미국과 이란의 접촉을 강하게 지지하며, 어떤 합의도 이란과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고 군사적 방법을 배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페르시아만 안보 구상을 갱신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과 이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복합적이다. 이란은 러시아의 중요한 전략 파트너이며, 양국은 에너지, 군사기술, 민간 원자력, 국제북남수송회랑(International North-South Transport Corridor, INSTC)에서 협력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안정은 국제 물류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을 낮추지만, 미국-이란 관계가 일정 수준에서 회복될 경우 러시아가 기대해 온 반서방 협력 구도의 밀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은 군사적 충돌 반대, 이란 이해 존중, 역내 다극 질서 유지라는 세 요소가 결합된 형태로 나타난다.

 

튀르키예: 중재 지원과 해협 안정에 관심

튀르키예는 미국과 이란이 공격을 멈추고 협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칸 피단(Hakan Fidan)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미국-이란 평화협상 진전을 환영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과 전쟁 이전 상태 회복이 세계경제와 에너지 안보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튀르키예는 필요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작업에도 기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한편 6월 14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ğan) 튀르키예 대통령은 합의를 환영하면서도, 서명이 이뤄지는 날까지 긴장을 키울 수 있는 언사·도발·행동을 삼가고 사보타주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아나돌루통신).

 

튀르키예의 이해관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라는 위치, 이란과의 접경·에너지 관계, 중동 중재 외교를 동시에 반영한다. 튀르키예는 미국과의 안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이란과 경제·에너지 관계를 관리해야 하고, 중동·카프카스·흑해를 잇는 지역 외교에서 중재자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다.

 

아제르바이잔: 공식 반응은 제한적, 물류 이해관계는 분명

아제르바이잔은 지난 4월 미국-이란 휴전 당시 외교부 명의로 이를 환영하고 중재 노력을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6월 15일 현재 이번 잠정 합의에 대한 별도 공식 반응은 제한적으로만 확인된다. 따라서 아제르바이잔의 입장을 "이번 합의 환영"으로 단정하기보다, 4월 휴전 환영 입장과 물류·에너지 이해관계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유럽을 잇는 교통·에너지 교차점에 있다. 특히 INSTC와 중부회랑의 연결성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6월 11일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철도 당국은 아스타라(Astara) 터미널 완공과 북남수송회랑 화물 운송 확대 협력 의정서에 서명했다. AZERTAC와 APA에 따르면 2026년 1~5월 아스타라 터미널 화물 처리량은 34만5천 톤 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고, 완공 시 연 350만~400만 톤 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카스피해와 남북 육상 경로의 전략적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해협이 안정되면 급격한 우회 수요는 줄어들 수 있지만, 아제르바이잔의 장기적 물류 허브 구상은 유지된다.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 유가, 예산, 남향 물류 통로의 문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식 반응은 제한적이지만, 전문매체와 지역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에너지 가격, 물류비, 예산 안정성의 문제로 보고 있다. 카자흐스탄 매체 Caravan.kz는 2026년 4월 미국-이란 휴전 당시 분석에서, 휴전이 카자흐스탄에 안정 기대와 경제적 위험을 동시에 가져온다고 진단했다. 이 매체가 인용한 아누아르 바히트하노프(Anuar Bakhitkhanov)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가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져 유가가 하락하면 카자흐스탄의 예산 수입과 국가기금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분석은 4월 휴전 시점에 나왔지만, 유가-예산 연동이라는 구조적 논리는 6월 합의 국면에도 적용된다.

 

중앙아시아의 관점에서 이란은 단순한 중동 국가가 아니라 남향 물류 통로의 일부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은 이란을 통해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 경유 북방 노선, 카스피해 경유 중부회랑, 중국 경유 동방 노선과 함께 선택 가능한 교통 축을 이룬다. 미국-이란 합의가 유지되면 중앙아시아는 남향 통로의 위험을 낮춰 볼 수 있다. 반대로 합의가 흔들리면 해상보험료와 물류비, 제재 리스크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유라시아의 계산: 환영보다 리스크 관리

이번 합의는 미국과 이란 양자 관계의 변화만이 아니라 유라시아 교통·에너지 질서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중국은 에너지 수송로와 해상 통항 안정에, 러시아는 이란과의 전략 협력과 미국의 중동 영향력 변화에, 튀르키예는 중재 외교와 해협 안정에, 아제르바이잔과 중앙아시아 국가는 남북·중부 물류회랑과 유가 변동에 주목하고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국가들의 반응은 일괄적인 환영이라기보다, 각국의 에너지 수급, 물류망, 대이란 제재 노출도, 대미·대러 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6월 19일 스위스 서명 여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 회복, 60일 핵 협상, 레바논 전선의 충돌 여부가 향후 합의의 지속성을 가를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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