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문화

33년째 끝나지 않은 문자 전환… 우즈베키스탄은 왜 다시 알파벳을 고치나

유라시아뉴스 편집국 2026. 9. 12. 20:02

- 우즈베키스탄이 1993년 라틴문자 도입 이후 다시 알파벳 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어

 

- 이번 개정안은 Sh·Ch·Oʻ·Gʻ을 Ş·Ç·Ö·Ğ로 바꾸고, 컴퓨터·검색·AI 환경에서 철자 표기를 더 일관되게 만드는 것이 핵심

 

- 교육·행정·IT 시스템의 전환과 독자의 재적응 비용까지 고려하면, 쟁점은 네 글자 자체보다 33년째 이어진 문자 전환을 어떻게 마무리할지에 있어

 

 

우즈베키스탄이 독립 후 도입한 라틴문자 알파벳을 다시 손보려 하고 있다. 9월 10일 우즈베키스탄 의회(Oliy Majlis) 상원(Senat) 제19차 본회의에서 관련 개정법이 승인됐다. 개정안은 현재의 26개 문자와 3개의 두 글자 표기를 28개 문자와 하나의 분리부호(tutuq belgisi) 체계로 바꾸는 방향이다. 상원 회의 보도와 정부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Sh는 Ş, Ch는 Ç, Oʻ는 Ö, Gʻ는 Ğ로 바뀐다. Ng는 알파벳 목록에서 하나의 독립된 문자 항목으로는 빠지지만, ng 표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상원 보고에서는 ng의 표기와 읽기 규칙을 맞춤법·철자 규정에 별도로 명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9월 12일 현재 이를 ‘새 알파벳 시행’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르다. 상원 승인 뒤 대통령 서명과 공식 공포가 남아 있다. 우즈베키스탄 법령정보시스템 렉스닷유즈(Lex.uz)와 대통령실 공식 웹사이트(president.uz)에는 9월 12일 현재 이 개정법의 최종 법률번호와 시행일이 공개되지 않았다. 현지 경제매체 스폿(Spot)과 쿠르시브 우즈베키스탄(Kursiv Uzbekistan)의 상원 회의 보도 역시 대통령 서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지금 확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상원이 개정안을 승인했다는 것과 현행 알파벳 체계를 다시 바꾸는 방향을 택했다는 것까지다.

 

이번 논쟁이 중요한 이유는 우즈베키스탄이 처음 라틴문자를 선택한 지 33년이 지났는데도 ‘전환’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현재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 옮기는 데 오래 걸렸다는 데 있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은 라틴문자 전환 과정에서 알파벳 자체의 설계를 이미 한 차례 크게 바꿨고, 이제 다시 그 설계를 고치려 한다.

 

 

1993년 알파벳과 지금 알파벳은 같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법령정보시스템 Lex.uz의 1993년 당시 법문을 보면 독립 직후 도입한 최초 라틴 알파벳은 현재 체계와 상당히 달랐다. 1993년 9월 2일 제정된 법률 №931-XII의 당시 제1조는 라틴문자 기반 우즈베크 알파벳을 31개 문자와 하나의 아포스트로피형 부호로 규정했다. 실제 문자표에는 Ç, Ğ, Ĵ, Ń, Õ, Ş처럼 각각 하나의 글자로 된 문자들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1995년 5월 법률 №71-I가 1993년 법을 개정하면서 제1조는 26개 문자와 3개의 두 글자 표기로 바뀌었다. 현행 Lex.uz 통합판의 문자표에는 Ch, Sh, Ng, Gʻ, Oʻ가 들어 있다. 지금 우즈베키스탄에서 익숙한 라틴 철자의 상당 부분은 독립 직후의 1993년 원안이 아니라 1995년 수정안의 산물이다.

 

다만 1995년 개정법은 어떤 문자를 어떻게 바꿀지는 명시하지만,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정책적 이유까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따라서 당시 키보드 입력을 쉽게 하기 위해 두 글자 표기와 아포스트로피형 부호를 선택했다거나, 특정 대외정치 요인이 직접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2026년의 Sh→Ş, Ch→Ç, Gʻ→Ğ는 적어도 모양만 놓고 보면 1993년 원안에 있었던 일부 문자와 다시 연결된다. 그러나 2026년안이 1993년안으로 그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1993년에는 Õ와 Ń이 있었지만 2026년 논의에서는 Ö가 제안되고, Ng는 독립된 알파벳 항목에서 빼는 방향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은 과거 체계의 단순한 복원이라기보다 새로운 재설계에 가깝다.

 

 

1993년의 ‘세계 통신’이 2026년에는 디지털 표준화 문제로

 

1993년 법의 전문은 라틴문자 도입이 공화국의 발전과 “세계 통신체계” 편입을 촉진하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여 년 뒤 기술환경은 달라졌지만, 이번 논쟁에서도 다른 나라와 컴퓨터·인터넷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다시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했다.

 

알리셰르 나보이 타슈켄트 국립 우즈베크어문학대학교(Alisher Navoiy Tashkent State University of Uzbek Language and Literature·TSUULL)의 사오다트 무하메도바(Saodat Muhamedova) 교수와 코심보이 마무로프(Kosimboy Mamurov) 교수는 알파벳 개혁을 단순히 발음을 어떻게 적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컴퓨터 환경에서 문자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철자 표기를 하나로 맞추는 문제로 분석한다.

 

언어행정 실무자 오린보이 보보요로프(O‘rinboy Boboyorov)도 현행 Oʻ와 Gʻ가 실제 디지털 환경에서 작은따옴표와 비슷하게 생긴 여러 종류의 기호로 입력되면서 같은 단어가 서로 다른 형태로 저장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부 프로그램은 이런 기호를 단어 안의 문자 일부가 아니라 단어를 끊는 기호처럼 처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색, 자동번역, 전자사전, 대규모 언어자료인 말뭉치(corpus), AI의 언어 처리 과정에서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9월 10일 상원 회의에서도 디지털기술부 관계자는 새 알파벳이 도입될 경우 국가정보시스템, 전자정부 플랫폼, 데이터베이스와 전자문서 체계를 새 표준에 맞추고 기존 o‘·g‘·sh·ch 데이터를 ö·ğ·ş·ç로 자동 변환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디지털 문제는 개혁 찬성론자의 추상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정 시스템을 바꾸는 과제로도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새 문자를 쓰는 것만으로 유니코드(Unicode)나 AI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니코드에서는 같은 글자도 하나의 완성된 문자로 저장할 수도 있고, 기본 글자와 발음기호를 따로 조합해 같은 모양을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ö도 하나의 문자로 입력하는 방법과 o에 ¨ 기호를 결합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 따라서 핵심은 모든 기술적 문제가 사라진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여러 종류의 아포스트로피형 기호로 제각각 입력되는 표기를 얼마나 일관되게 통일할 수 있느냐에 있다. 새 체계가 검색 오류를 얼마나 줄이는지, AI 학습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이 얼마나 쉬워지는지를 보여주는 국가 차원의 수치 자료는 현재 공개돼 있지 않다.

 

 

그런데 왜 33년이 지나도 ‘완전 전환’을 다시 말하나

 

우즈베키스탄 정부 문서 자체가 라틴문자 전환이 장기간 계속돼 왔음을 보여준다. 2021년 내각은 결의 №61을 통해 ‘라틴문자 기반 우즈베크 알파벳으로의 단계적 완전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다시 채택했다. 이 로드맵은 교육과 재교육, 교재와 문헌, 소프트웨어와 모바일앱, 공식 웹사이트, 신분증, 행정문서와 각종 서식을 전환 대상으로 두었다.

 

이후 실무그룹이 구성됐고 2023년 9월에는 네 글자를 바꾸는 새 초안이 공개됐다. 따라서 2026년 법안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2020년 대통령령, 2021년 내각 로드맵, 2023년 실무초안을 거쳐 이어진 후속 단계다.

 

비용 문제도 남아 있다. 2021년 로드맵은 과제별로 정부 예산, 담당기관 자체재원, 후원금과 기타 재원을 사용하도록 했지만 전체 전환비용을 하나의 금액으로 계산해 제시하지는 않았다. 결국 문자를 컴퓨터 환경에 맞게 정돈했을 때 얻는 이익과, 이미 사회에 정착한 기존 표기를 다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을 어떻게 비교할 것인가가 2026년 논쟁의 두 번째 축이다.

 

심리언어학자 이로다 아지모바(Iroda Azimova)는 이 비용을 읽기의 관점에서 본다. TSUULL 공식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문헌학 후보학위(Candidate of Philological Sciences)를 가진 부교수로 심리언어학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아지모바는 숙련된 독자가 글자를 하나씩 읽기보다 익숙한 단어의 전체적인 모양을 빠르게 알아본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Sh가 Ş로, Ch가 Ç로 바뀌어 단어의 길이와 모양이 달라지면 독자들이 새 형태에 익숙해질 때까지 일정 기간 읽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전문가의 평가이며 우즈베키스탄 전체 독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통계는 아니다.

 

쿠르시브 우즈베키스탄이 경제학자로 소개한 베크조드 호시모프(Bekhzod Khoshimov)도 비용 문제를 강조한다. 뉴욕대학교 아부다비(NYU Abu Dhabi) 공식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비즈니스·조직·사회(Business, Organizations and Society) 분야 조교수이며 경영학 박사와 경제학 석사 학위를 갖고 있다. 호시모프는 알파벳을 다시 바꾸면서 국가·기업·사회가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동, 비용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문자 개혁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 역시 정부가 산출한 공식 비용이 아니라 학계 인사의 비판적 평가다.

 

 

2026년 개정은 ‘탈러시아화’인가

 

알파벳 개혁을 러시아와의 관계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현재 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다. 1993년 라틴문자 도입이 소련 해체 직후 이뤄졌다는 역사적 맥락은 분명하지만, 2026년 개정안의 공식 목적을 곧바로 ‘탈러시아화’라고 규정할 1차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

 

국가기관과 상원 관련 자료는 알파벳과 맞춤법 개선, 우즈베크어 사용 확대, 디지털 환경에서의 활용 개선을 강조한다. 제안된 문자들은 튀르키예어·아제르바이잔어·투르크멘어·가가우즈어·크림타타르어뿐 아니라 독일어·스웨덴어·핀란드어·헝가리어 등 튀르크계가 아닌 유럽 언어에서도 사용된다. 보보요로프는 이런 문자들을 사용하는 인구가 약 3억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한편 상원 회의 관련 보도에서는 ‘형제 민족의 경험’과 튀르크계 언어권에서 논의되는 공통 알파벳 원칙과의 조화도 언급됐다. 두 사실을 함께 보면 여러 튀르크계 언어와 비슷한 글자를 사용하게 된다는 사실과 정치적 통합을 목적으로 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문제다. 현재 단계에서 우즈베키스탄이 ‘튀르크 통합을 위해 알파벳을 바꾼다’고 단정할 1차 근거는 부족하다.

 

따라서 33년의 흐름에서 가장 분명하게 확인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우즈베키스탄은 1993년 첫 라틴문자 체계를 채택했고, 1995년 문자표를 크게 수정했으며, 2021년에도 ‘완전 전환’을 위한 로드맵을 다시 운영했다. 그리고 2026년에는 다시 문자표 자체를 조정하려 하고 있다. 1995년 개정의 정확한 정책적 이유까지 현재 자료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2026년 논쟁에서는 컴퓨터와 인터넷 환경에서 철자를 하나로 맞추는 문제와 30년 넘게 쌓인 전환비용이 동시에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는 네 글자가 아니라 ‘전환을 끝낼 수 있는가’다

 

2026년 개정안은 겉으로 보면 네 글자의 모양을 바꾸는 작은 개정처럼 보이지만 실제 전환은 교육·행정·디지털 시스템 전체에 걸친다. 교육 분야에서는 일정도 일부 공개됐다. 교육부 차관 아지즈베크 투르디예프(Azizbek Turdiyev)는 법이 발효되면 2027년 1학년 교과서부터 새 알파벳을 적용하고 2027~2031년에 모든 학교 교과서를 단계적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교과서의 정기적인 개정·교체 시기에 맞춰 진행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예산은 들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언론, 공식문서, 국가정보시스템 등 다른 분야의 구체적인 전환 일정은 후속 내각 프로그램에서 더 정해질 예정이다.

 

상원 승인안이 기존 문서·국가화폐·유가증권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국가기관의 일부 표지와 상징물도 사용기한이 끝나거나 낡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전환이 한꺼번에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개정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Ö와 Ğ가 더 좋은 글자인가만이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3년 이후 이미 한 번 알파벳 설계를 크게 바꿨고, 2021년에도 ‘완전 전환’을 다시 정책과제로 제시했으며, 2026년에는 다시 문자표를 수정하려 한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핵심은 라틴문자를 쓸 것이냐 키릴문자를 쓸 것이냐를 넘어, 하나의 철자 체계를 학교·행정기관·기업·디지털 시스템과 국민의 일상 속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1차·공식자료

  • Lex.uz, O‘zbekiston Respublikasi Qonuni, 02.09.1993, №931-XII, “Lotin yozuviga asoslangan o‘zbek alifbosini joriy etish to‘g‘risida”. 31자+1 apostrophe, 당시 문자표, 세계 통신체계 문구.
    https://lex.uz/docs/112283?ONDATE=12.10.1993+00
  • Lex.uz, №931-XII 현행 통합법. 1995-05-06 №71-I 개정에 따른 26자+3개 문자결합.
    https://lex.uz/docs/112283
  • Oliy Majlis Qonunchilik palatasi / Lex.uz, 07.07.2026, №2299-V, QL-236.
    https://lex.uz/docs/-8413368
  • Oliy Majlis Senati, “Lotin yozuviga asoslangan oʻzbek alifbosini takomillashtirishga qaratilgan qonun maʼqullandi”.
    https://senat.uz/plenary-sessions/post-6002
  • Lex.uz, Vazirlar Mahkamasi qarori, 10.02.2021, №61, “Lotin yozuviga asoslangan o‘zbek alifbosiga bosqichma-bosqich to‘liq o‘tishni ta’minlash chora-tadbirlari to‘g‘risida”.
    https://lex.uz/docs/5281850

학술·전문가·기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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