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쌀국수 포(phở)를 파는 식당은 이제 낯설지 않다. 시장 푸드코트와 쇼핑몰, 업무지구 어디서나 진한 소고기 육수에 얇은 쌀면을 말아내는 베트남 가게를 볼 수 있다. 왜 하필 모스크바에서 동남아 음식, 그중에서도 베트남 음식이 이렇게 자리를 잡았을까. 답은 요리 유행 이전에 한 세기에 걸친 이주의 역사에 있다. 호찌민에서 시작된 100년의 인연베트남인이 러시아 땅에 들어온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첫 베트남인들은 1920~1930년대에 소련에 온 이들로, 소련이 세계 사회주의 혁명을 위한 혁명 간부를 양성하려고 코민테른 산하에 세운 동방노력자공산대학(КУТВ)과 국제레닌학교(МЛШ) 같은 기관에서 배웠다. 호찌민(Hồ Chí Minh)도 1923년 6월 30일 러시아에 처음 도착한 뒤 192..